정경유착 반드시 단죄…우리경제 감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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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정경유착 반드시 단죄…우리경제 감내할 수 있다 재벌중심 경제체제 바꾸기위해 법적·제도적 대안 마련 촉구

기사입력2016-12-27 19:16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013년말 진행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시 응모자는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포함 22명이었다. 공모절차는 1차 서류전형(경력)을 통해 선정한 9명을 대상으로 2차 면접심사를 거쳐 4명의 추천대상자를 결정하면, 이들 가운데 1명을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1차 서류전형(경력점수)에서 60점 만점에 43.42점을 받아 22명중 10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면접대상선정자는 모두 9명이기 때문에 점수로만 보자면 탈락해야 했다. 9위와 10위가 바뀐 정도(?)이긴 하지만 9명의 면접대상자중 1명에 포함됐다. 홍완선 전 본부장이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고등학교·대학교 후배였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 삼기에는 좀 그렇다. 이해할 수 없은 일은 2차 면접심사에서 벌어졌다. 2차 면접심사에서 홍완선 전 본부장은 9명의 면접대상자 가운데 최종점수 2위로 기금운용본부장 추천대상자 4명중 1명으로 선정됐다. 심사항목은 전문성 50점, 리더십·경영능력 30점, 인성 20점 등 세 부문에 대해 면접관 6명이 각각 평가한 후 평균점수를 산출해 상위 4명을 결정했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6명의 심사위원중 4명(A,B,C,D)이 홍완선 전 본부장에게 부여한 총점이 모두 87점으로 같다는 것이다. 특히 세부 심사항목의 경우 이들 4명의 심사위원은 전문성 45점, 리더십·경영능력 24점, 인성 18점씩 똑같이 배점했다. 심사위원의 내심과 무관하게 총점과 세부항목 모두 같은 점수가 나왔다는 것은 사전모의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담합의혹을 받고있는 4명의 심사위원 이외 2명(E,F)의 심사위원의 평가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2명 심사위원의 리더십·경영능력부문 점수는 다르지만, 전문성항목은 4명의 심사위원과 동일하게 45점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인성점수의 경우 앞선 4명은 18점을 준데 비해 이들 2명은 15점으로 역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은 평가결과 내용은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이 최근 입수한 2013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당시 작성한 ‘면접심사표’에서 확인한 것이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이같은 공모절차를 통해 5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또 국민연금은 70곳 이상 대기업에 대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식시장의 ‘큰 손’이다. 공모과정에서 의혹의 당사자였던 홍순용 전 본부장은 임용 이후 국민연기금운용과정에서 구설수와 함께 국민적 의혹에 휩싸였으며 현재 특검의 수사대상자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대목은 지난해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의 합병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이다. 당시 양사합병에 대해 3000억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는 의결권자문업체의 반대에도 국민연금은 의결권전문위원회 심의없이 내부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내부투자위원회 결정은 홍 전 본부장 주도로 이뤄졌지만, 그 이면에 당시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과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외압을 행사했는지가 특검의 조사대상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의 독대를 전후해 안 수석과 문 전 장관이 움직였고, 최순실 모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이어졌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 총수임에도 삼성의 주력인 삼성전자 주식이 전혀 없었던 이 부회장은 양사합병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단숨에 삼성전자 주요 주주로 부상했고, 향후 지주회사 출범으로 3대째 가업을 승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가업승계를 위해 사용한 비용이라곤 최순실 모녀에게 제공한 말과 훈련비를 포함, 컨설팅비용으로 지급된 80억원이다. 여기에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한 출연금 204억원 정도다.

추가로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투입 대비 산출로 보자면 수익률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남는 장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양사합병과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 및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는 의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특검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안 수석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양사통합을 지원했고,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 역시 대통령의 지시라는 것이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형사책임과는 별개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없다고 예단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에 계류중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무효청구소송 결과 역시 삼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종선고를 앞둔 시점에 최근 중앙지법은 변론기일을 재지정, 추가심리를 하기로 함에 따라 특검 수사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심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합병무효라는 판결이 나면 구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포함 삼성그룹 계열사내 지배구조를 둘러싼 극심한 혼란과 분쟁은 불가피하다. 또 양사합병을 주도한 이 부회장에 대한 책임소재 논란 등으로 삼성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서울대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기준으로 삼성그룹 총 매출액이 303조원이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전체 GDP가 1485조원이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GDP대비 20%가 넘는다”며 삼성이 무너지면 IMF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삼성을 포함 특정 재벌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경제구조의 위험성을 지적한 말이다.

특검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 모른다. 또 중앙지법의 재판결과 또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확인된 사실은 다른 재벌그룹과 달리 삼성이 유독 최순실 모녀 지원을 위해 발벗고 나섰고, 그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이 양사합병과의 대가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업무상 배임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같은 불법행위를 강행한 과정에 삼성내 의사결정단위, 즉 어느 선에서 결정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결정했든 3세승계를 갈망한 이 부회장의 복심을 반영한 경영상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탐욕이 개입함으로써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행태로 나타난 것이 이번 사건이다.

특검이 밝혀야 하는 것은 진실이다. 그 결과가 삼성 지배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일지라도 우리경제가 또 삼성 스스로 감내해야만 한다. 더 이상 경영적인 판단 이외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기업이 가진 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단죄해야 한다. 반복되는 정경유착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재벌중심의 경제체제를 재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길 정치권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