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한 고비 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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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이재용 부회장 구속, 한 고비 넘었을 뿐이다 국정농단 부역자들에게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기사입력2017-02-17 18:24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7일 새벽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됐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다섯가지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혐의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리구성은 법과 친하지 않은 범인(凡人)의 눈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특검의 정례브리핑과 언론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이 부회장을 포함 삼성의 고위임원 상당수가 삼성그룹의 돈을 동원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로 매수했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해 이 부회장 자신의 경영권세습을 위해 국민연금기금을 사적으로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수천억원 이상의 손실이 났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의 몫이 됐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이란 포장으로 최순실과 대통령에게 204억원의 뇌물을 제공했고, 최순실에게만 승마지원 명목으로 100억원 가까운 뇌물을 전달했다. 뇌물을 바친 대가로 이 부회장은 집안대대 ‘숙명’과도 같았던 경영권 3대세습 언저리까지 갈 수 있었다. 뇌물에 대한 대가가 이 부회장에겐 ‘달콤한’ 사탕이었지만, 국가 또는 국민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청와대를 포함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등 정부의 핵심부처를 포함해 정부산하 공공기관 상당수가 ‘최순실’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였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움직여야 할 민주주의공화국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최순실 일당의 음모와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왕정’국가로 전락하는 치욕의 역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1000만 촛불에게 수개월 이상 생업을 일부 포기하고, 광장을 사수할 수밖에 없는 버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다.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이 파괴한 민주주의 공화국 회복을 위해. 이 모든 적폐가 이 부회장이 갖다 바친 뇌물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부회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언론들이 이 부회장 구속소식을 전하면서 ‘시작’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시작일 뿐이다. 사적 이익을 위해 뇌물을 갖다 바친 재벌기업 총수 모두 법에 따른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 대통령을 포함해 뇌물을 받은 당사자들 모두 그리고 떡고물에 눈이 멀어 부화뇌동했던 모든 부역자들 모두 역사와 정의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권력의 소유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졌던 어제와 단절하고, 헌법 제11조가 명시한 ‘법 앞에 평등’을 이 땅에 구현해야 한다. 이제 한 고비를 넘었다. 아직 수사중인 사건이고, 수사종료와 함께 기소 이후 재판결과가 확정되기까지 갈길이 멀다. 여전히 1000만 촛불이 광장을 지켜야 할 이유이고, 꼼꼼한 수사와 함께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특검에 대해 격려와 성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우이길 바라며, 돈 앞에 고개를 숙였던 사법부의 원죄가 있어 한마디만 더 덧붙인다. 재벌총수들이 면죄부로 사용됐던 ‘경제적 기여’ 논리가 그것이다. 단언하건대 그 ‘기여’는 재벌총수 홀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 해당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과 이해관계자, 나아가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했다는 이유로 질이 좀 낮아도, 가격이 좀 비싸도 ‘국산’을 애용했던 국민들이 있었기에 글로벌기업 삼성이 존재할 수 있었다.

또 이 부회장은 국가경제에 기여한 만큼 이상의 충분한 보상을 이미 받았다. IMF이후 4대재벌의 자산총액이 한국 GDP의 절반, 삼성이 25%를 차지하는 부의 집중은 그 보상이 충분하고 넘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이상은 ‘3·5’의 법칙이 우리사회에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에 당부한다. 돈이 많다고 무슨 죄를 지어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