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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전 화해조서’에 계약갱신 언급이 없는데
대법 “갱신요구권 포기로 보기 어렵다”…법리오해, 상고심에서 구해
- 기사입력2023-03-13 11:00
정하연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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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간의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소송까지 진행됐을 때, 1심 판결이 나오고 나서 한 쪽에서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항소심(2심)이 진행된다. 2심이 진행될 때는 1심의 결과를 지키거나 뒤집으려고 할 때, 전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1심과 2심의 결과가 다르다면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기에 정확한 기준을 짚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안일한 생각과 대처로 인해 2심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꽤 존재한다.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항소심에서 패소하게 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등한시하고 소송 당사자 본인의 판단대로 진행하는 경우인데,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앞선 판단보다는 ‘소송에서 유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1심에서는 법원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고 우호적인 판단을 내려줬을 수도 있지만, 2심에서는 판결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세워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에서 여러 가지 법리를 올바르게 주장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근거와 논리를 통해 다투지 못하고 소송에서 불리한 주장을 할 경우 항소심에서 패소를 맞이할 위험이 매우 높다.
법리적으로 충분히 이길만한 요소가 존재한다면 1, 2심에서 패소했더라도 대법원까지 다퉈볼만하다. 대법원에서는 승소 판결을 내리면 예외적인 상황일 경우에만 직접 판결을 내리고 대부분은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스스로 재판하는 것을 ‘파기자판’이라고 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잘못 판단한 사유를 기재해서 재심을 진행하라고 원심법원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파기환송심’이라고 한다. 대체로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결론을 따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승소한 쪽이 환송심 법원에서도 승소하게 된다.
몇 달 전 대리했던 사건 중 제소전 화해조서를 가지고 다투게 됐던 임차인의 경우를 살펴보면, 해당 임차인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요구권 주장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화해조서 내에는 갱신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만료 시 퇴거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임대인은 이를 근거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포기한다는 것에 합의했다며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임차인 측에서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 임대인의 강제집행 신청을 방어하고 계약갱신을 주장했다.
제소전 화해조서 내에는 임대차 갱신과 관련해서 이 권리를 배제하는 등의 특별한 약정이 없었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에 따라서 갱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야 했지만, 1심과 2심 법원에서는 계약갱신에 대한 문구 없이 만료되면 나간다는 내용만 기재한 것만을 보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다는 합의로 판단했다.
이 사건에는 명백하게 법리 오해가 있었고, 임차인 측은 상고심을 제기해 대법원에 판단을 구한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임차인이 제소전 화해조서 작성에 합의한 것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권을 포기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임차인은 파기환송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1, 2심 패소의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는 법리적으로 잘못 판단된 내용의 쟁점을 찾아 오심 부분을 정확하게 반박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 인해 3심까지 다투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고, 이 부분을 파기환송심에서 올바르게 주장을 펼쳐 원심의 판단 과정에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정하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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