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동력을 잃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일본주도의 협상을 통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Progressive Trans Pacific Partnership:CPTPP)’으로 재탄생했다. 일본,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등 11개국은 지난 8일 CPTTP에 공식서명했다. 

“CPTPP는 메가 FTA”…발효요건·가입조건 완화, 가입대상도 확대

이에대해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이요셉 과장은 21일 열린 ‘최근 통상현안 점검 및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CPTPP는 세계무역 15%를 차지하는 동시에 가장 최신의 무역규범을 반영한 메가 FTA”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불참으로 GDP·교역규모·인구 등 규모가 축소됐으나, CPTPP는 여전히 메가 FTA라는 것이다. 실제 세계 인구비중 6.9%(5억명), 세계 GDP비중 13.5%(10조2000억달러), 세계 무역비중 15%(4조8000억달러)를 차지한다. 회원국들과 한국간 무역은 2588억달러 규모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TPP와 비교했을 때, CPTPP 특징은 발효요건과 가입조건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기존 ‘회원국 GDP 85%이상 비준’이었던 발효요건을 ‘6개국이상 비준 완료’로 변경해 문턱을 낮췄다. 미국탈퇴 이전에 일본과 뉴질랜드는 비준을 완료했음에도, 회원국 GDP에서 60%를 차지하는 미국의 비준지연으로 발효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가입대상도 확대하고, 가입절차도 완화했다. 기존 TTP는 가입대상국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APEC)국가와 다른 국가로 나눠 아태지역국가를 우선 고려했으나, 이 구분을 없앴다.

가입절차 또한 한페이지 반 가량하던 규정이 세줄로 줄었을 만큼 간소화됐다. 기존 TTP는 가입희망국이 각 회원국과 협의하고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와 재협의를 거쳐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서면으로 진행되는 행정절차가 복잡했다. 반면 CPTPP는 가입희망국과 회원국간 협의에 따른다고 단순하게 규정해, 구체성은 떨어지나 가입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개도국에 부담스런 규정 삭제하지 않고 유예”…美 재가입 고려

CPTPP에는 TPP 당시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장해 관철했던 ▲투자자권리 강화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지재권보호 강화 ▲의약품 가격산정 관련 절차적 투명성 강화 등 22개 조항을 유예했다. 

이 과장은 “개도국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규정을 유예함으로써 다른 국가의 참여를 독려한 것”이라며 “다만, CPTPP는 미국이 주장한 조항들을 삭제하지 않고 유예했다. 이는 향후 미국의 재가입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PTPP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우선 일본 아베정부는 경제적 목적 외에도, 정권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CPTPP를 주도했다. 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미국 재가입을 유도해 미국과의 공조수위를 높인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통상현안 점검 및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국 재가입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과 의회에서 재가입을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린 공화당 상원원내총무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25명은 지난 1월2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TPP 재가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또 철강 등 일부 제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단체와 업종별협회 등도 지속적으로 미국의 TPP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업계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TPP 가입 언급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재가입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다보스 포럼에서 “더 나은 조건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며 CPTPP 재가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과장은 “중간선거 전에는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정치적 압박이 지속되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결국에는 다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익 검토…“CPTPP에 가입한다면 미국보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한국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를 포괄해 실익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미국의 가입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과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감안해, 자유무역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CPTPP 참여 필요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CPTPP 참여에 따른 경제적 실익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여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PTPP에 가입한다면 미국보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게 이 과장의 주장이다. “미국이 참여협상과정에서 유예조항 복원과 신규조항 추가, 기존협정문 수정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장기화돼, 한국의 가입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처간 합의를 통해 상반기내 가입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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