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2500선 아래로 떨어지더니, 다음날인 13일에도 추가로 하락했다. 코스피 25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8월5일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이후 3개월 만이다. 게다가 13일 추가하락으로 코스피 지수가 블랙 먼데이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역시 700선이 무너졌다. 

지난 8월의 증시 상황에 블랙 먼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다. 코스피도 역대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지만, 미국과 아시아 등 전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하루만에 10% 이상 폭락했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그런데 지금은 8월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뉴욕 증시는 대통령 선거라는 불확실성 이슈가 없어지면서 수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대선이 한주 지나면서 기세가 다소 꺾인 듯 하지만, 미국 증시가 호조세를 이어오는 중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유독 국내 증시만은 트럼프 후보 당선에 직격탄을 맞은 듯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을 탓하기에는, 관세로 직격탄을 맞을 중국 증시가 한국만큼 불안하지 않다는 점이 의문이다. 

증시 상황이 급변동하는 와중에 13일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개최하고, 거시경제·금융 전문가들과 함께 미국 대선·연준 회의 이후의 국내외 경제상황과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부위원장은 최근 이른바 “트럼프트레이드”의 영향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에 정부도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시장 불안 확산시 시장 안정을 위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증시가 대외 여건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현재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 더해 우리 증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요한 지적들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바로 증시에 대한 신뢰 회복 문제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부터 뛰어넘어야 한다. 각종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 문제, 특히 유력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별도로 상장하는 분할상장이나, 부족한 주주환원과 반복되는 유상증자 등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요 대기업의 핵심 계열사에서 발생한 분할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있었던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 발표 역시 시장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이익 침해를 이유로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증시의 부진 상황에 더해, 시장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상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소송의 남발이나 투기자본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기간 상법 개정을 촉구해온 경제개혁연대는 “개정된 상법이 주로 계열사 간 합병이나 회사분할 등 기업의 조직재편 또는 회사와 특수관계인 간의 상품·용역거래 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자자들의 공론처럼 투자자 이익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면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떠난 투자자들이 자연스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구조개선 조치 없이 밸류업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점을 정부는 명시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