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보호…비밀로서 관리하는 ‘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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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영업비밀 보호…비밀로서 관리하는 ‘조치’ 필요 보호요건 중 ‘비밀관리성’이 완화됐지만, ‘관리’하려는 노력 있어야

기사입력2025-01-13 00:00

이정진 객원 기자 (yjjlaw@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지유(서울) 이정진 대표변호사

A사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장비 관련 부품을 독점 제조하는 회사다. 그러나 제품 생산의 핵심기술에 대해 외부 유출 등을 막을 장치 및 영업비밀 관리규정 등이 아직 미비한 상태에 있었다. 이를 알고 있는 일부 임직원이 핵심기술이 담긴 자료 등을 소지한 채로 퇴사한 후 반도체장비 부품 제조를 하는 B사로 이직했다.

이후, B사에서 A사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부품을 생산하고 판매단가를 낮춰 판매하는 바람에 A사의 시장점유율이 반토막 나버렸고, 이로 인해 A사는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최근 반도체, IT, 2차 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일이 발생돼 국가·사회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 요식업, 미용업 등 생활 밀착형 업종에서도 기술상 또는 경영상 기밀이 외부에 유출돼 중·소 상공인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업비밀은 기업의 현재뿐만 아니라 소속 구성원들의 장래를 책임질 생존수단인 점에서, 이를 부당하게 취득해 경쟁상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불순한 의도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하겠습니다.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특허권(20년), 실용신안권(10년), 상표권(10년, 갱신가능), 디자인권(20년) 등 관련 법률에 따른 등록을 통해 보호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등록이 되면 장기간 대외적으로 보호되지만, 기간 종료 후 영업비밀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허와 실용신안 등록을 출원하는 경우 일정 기간 경과 후 그 내용이 공개되므로 등록이 안될 경우에는 영업비밀만 공개되는 부작용이 있게 됩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아 보호받기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 업태 등에 비춰 비밀로서 관리되기 위한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에 반해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 영업비밀로 보호하게 될 경우에는 외부에 비밀사항이 노출됨이 없이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해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동안에는 법률에 의해 보호받게 됩니다. 참고로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의 경우 콜라 제조비법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고, 현재까지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방법을 통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업비밀은=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업비밀에 대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법 제2조)라고 해, ①비공지성 ②독립된 경제적 가치 ③비밀관리성을 그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한편, 비밀관리성 요건과 관련해 1991년 12월31일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보호 규정들을 신설하면서, 영업비밀의 요건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상당히 엄격하게 비밀관리성 충족을 판단하는 바람에 법률의 영업비밀보호 취지가 무색하게 되자, 2015년 1월28일 법률을 개정해 ‘합리적인 노력’에 의한 관리로 완화했지만, 여전히 법원의 엄격한 비밀관리성 판단이 이어지자 2019년 1월8일 개정을 통해 단순히 ‘관리된 영업비밀’인 경우로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합리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아니한 것으로 개정되었어도 특정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요건 자체는 여전히 충족되어야 하고 그와 같이 ‘관리’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영업비밀보유자의 노력이 투여되어야 하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6.4. 선고 2020카합20060), 보안규정 및 일부 보안장치가 있었다 하더라도, 비밀의 분류 및 표기, 파일 접근제한, 구체적인 비밀유지의무가 담긴 보안서약서 징구 등이 필요하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1.1.21.선고 2017가합113724)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