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화’는 지역경제 소멸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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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최저임금 ‘차등화’는 지역경제 소멸을 부른다 지방 중기 인력난 심화…“차등 주장은 최저임금 저하 의도 본질”

기사입력2022-03-15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12월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무제’ 철폐 발언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인수위가 구성되고, 향후 실현될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들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 당선자는 공약에서 중소기업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화 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이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시간 일을 하면 최소 9160원을 받는다. 8시간을 일을 하면 7만3280원, 세금을 제하면 더 줄어든다. 전국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어떤 사람이라도 시간당 이 정도는 받아야 생계 지장을 줄일 수 있다며 정한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면서 가장 많이 내놓은 도입근거는 일본의 사례다. 일본에서는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해 적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958엔)와 가장 낮은 오키나와(737엔)의 임금격차는 221엔, 약 2000원이 된다. 그렇다 보니 지방의 청년 근로자가 도시로 떠나는 이촌향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에서 청년층의 이탈은 지방도시 고령화를 심화시키고 지방소멸을 앞당긴다.

주일한국대사관과 부산대학교가 2020년 발표한 논문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화가 성별 고용형태에 미치는 영향-일본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일본의 최저임금은 국가최저임금 형태가 아닌 지역별, 산업별 차등화가 가능한 최저임금 결정방식으로 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지역별 기업경영, 소득, 소비에 관한 지표를 반영하기 때문에 인프라가 집중돼 기업의 생산성이 높으며 근로자의 소득 및 소득수준이 높은 수도권 및 지방대도시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지역간 경제수준 격차가 최저임금 수준에 반영돼 지역간 임금격차 역시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논문에서는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화가 최저임금이 높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성별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서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가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도시지역의 비정규직 고용이 높아지고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등은 주로 영토 규모가 크고 지역 자율성이 큰 국가들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하한선을 제시하고, 주정부의 최저임금이 연방정부 하한선 보다 낮을 경우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영토와 경제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에서 업종과 지역을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한다는 것은 인력의 편중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청년들의 지방 이탈은 더욱 급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기업들의 인력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지역경제를 공동화시켜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지역의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업종별 차등 또한, 기업의 지불능력이 업종 안에서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업종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한국노동법학회에서 2018년 발표한 ‘최저임금 적용 차등화 방안 연구’라는 논문에서 조상균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차등도입 주장은 본질적으로 최저임금 저하를 의도하는 것으로, 최저임금제도에 요구되는 모든 근로자를 부당하게 낮은 임금으로부터 보호하는 안전망으로써의 일반적 최저임금으로서의 역할에 비춰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소멸과 양극화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대통령 당선인이 지역균형발전과 양극화 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