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상 요구…임차인은 거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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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임대료 인상 요구…임차인은 거절할 수 있을까 비상식적 수준이라면 추후 큰 분쟁으로 번지기 전 대응 필요

기사입력2022-08-17 10:31

정하연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

상가임차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 중 하나는 ‘임대인(건물주)에게 월세 인상을 요구받을 때’다. 상가임대차계약이 만료되고 갱신하는 과정에서 건물주가 재계약의 조건으로 임차인에게 월세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 초기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영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임차인이라면 ‘울며 겨자먹기’로 건물주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건물주가 100%, 200% 원하는 만큼 재계약마다 월세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1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에 따라 약속한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적당하지 않게 된 경우 당사자는 장래의 임대료에 대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는데, 임대료를 증액하는 경우 현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인 5%를 초과해서 올릴 수 없다. 다만, 이 규정이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상가임대차에만 적용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환산보증금 기준 밖에 있는 임차인이라면 상가 임대료 인상 시 5% 법적 제한선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건물주는 5%를 초과해서도 증액이 가능하다. 물론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가 가능한 임차인이라면 건물주가 임차인이 월세 인상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건물주와 임대료를 두고 끝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적정선의 임대료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합당한 임대료를 법원에서 판단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송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에 들어가는 비용·시간 등을 두려워해 결국 건물주가 원하는 대로 임대료를 올려주는 임차인들이 다수인 게 현실이다.

비상식적인 임대료 인상을 요구받은 임차인이라면 반드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기존 임차인과 건물주 간 재계약 외에도 상가 임대료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임차인이 영업을 종료하면서 권리금을 회수할 때인데, 임차인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청하자 건물주가 고액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해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간혹 신규임대차계약 시에도 건물주가 최대 5%를 초과해서 월세를 올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임차인들이 많지만, 임대료 인상 시 법적 제한선은 기존 임대차계약이 갱신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기존 계약이 아닌 건물주와 신규임차인 간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될 때는 5% 상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건물주가 신규임차인에게 과도하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등)에서는 임대인이 신규임대차계약의 조건으로 현저히 고액의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하는 행위를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건물주가 보증금과 월세를 높여서 사실상 신규 임대차 계약을 우회적으로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다면, 임차인은 주변 상가건물의 임대료 시세 등 객관적인 지표와 법적 근거를 가지고 건물주가 요구한 임대료가 ‘현저히 고액’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권리금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건물주와 상가임차인 사이에 임대료 인상을 두고 발생하는 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임차인들이 인상 요구를 거부해 괜히 건물주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가 추후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해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건물주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가 임대료와 관련된 분쟁을 겪는 임차인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싸워야 할 때는 싸워라”다.

임차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라면 분명히 추후 임차인이 영업을 종료하면서 권리금 회수 기회를 주장하는 등의 상황에서도 법에 어긋나고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식적으로 법에서 정해둔 기준을 넘겨 무리하게 월세 증액을 요구하는 건물주가 다른 부분에서도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월세 인상에 대해서는 임차인들이 비교적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비상식적인 임대료 인상을 요구받은 임차인이라면 반드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분쟁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정하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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