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 대책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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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 대책 필요한 시점” 국내 대체 가능한 일자리 327만개…전문직 193만개 소멸 위험

기사입력2024-04-17 13:2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수행할 업무영역이 넓어지면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즉 인공지능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며, 필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정책 지원방안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연구원이 16일 개최한 ‘AI Revolution:인재확보와 일자리의 미래 재설계’ 포럼에서, “현재까지는 인공지능 도입으로 국내기업 종사자 수의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AI 도입률 4.5%…아직 초기단계=통계청 기업활동조사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기업 중 4.5%만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2017년 1.4%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대부분이 종사자 수 1000명 이상 매출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인 경우가 많아, 인공지능 활용이 국내기업 사이에서 보편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13.5%로 가장 높다. 이어 금융업 9%, 사업지원서비스 7.2%, 교육업 6.7% 순으로 AI 도입률이 높았다. 반면 음식점숙박업 0.5%, 운수창고업 0.6%, 제조업 1.8%, 건설업 1.8%, 도소매 1.8% 등은 AI 도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국내기업의 인공지능 도입률이 이처럼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고용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 부연구위원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현하고 인공지능 성능이 급속히 향상돼 인공지능 활용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이라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수행할 업무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광범위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인공지능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 대체 가능한 일자리 327만개=민 부연구위원은 마이크 웹이 제시한 AI 노출지수를 활용해 인공지능이 대체 가능한 일자리를 추정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2022년 기준 산업 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는 327만개다.

특히 인공지능이 대체 가능한 일자리 가운데 전문직 193만개가 소멸할 위험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45만개) ▲건설업(43만개) ▲정보통신업(38만개) ▲제조업(37만개) ▲금융업(2만4000개) 등이다. 특히 금융업은 일자리 개수로는 적은 수처럼 보이지만, 금융업 내 99.1%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민 부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 부연구위원은 국내 AI 기술 성숙도는 초기단계이며, 인공지능 기술 성숙도를 실용화·사업화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관련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AI 활용인력, 현재 AI 도입구현을 고도화할 연구개발 인력 육성이 당면한 과제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인력육성 정책 “벤치마크”=민 부연구위원은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인공지능 선도국 정책을 벤치마크해 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빅테크 등 민간부문이 혁신을 주도하고 인력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인공지능 인력풀(pool) 확대를 위해 무상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습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또 자격인증제도도 시행한다. 아마존은 ‘AI Ready’ 프로젝트를 통해 2025년까지 200만명에 ‘AI skills training’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구글은 머신러닝 학습 플랫폼 ‘Vertex AI’를 제공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AI skills Initiative’를 통해 무상교육 및 자격부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재양성과 해외인력 유치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 AI 인력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가주도, 학제 중심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포괄적 AI 국가전략인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AI 인력 교육·훈련·지원이 포함된 6대 중점과제와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또, 2018년 ‘중국대학 인공지능 인재 국제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고급 AI 인재양성 가속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미 대학의 AI 인재육성 연맹과 AI 교육 및 과학연구 교류에 협력하고, 중국 내 AI 학과체계 확립 및 교수 자질향상 도모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최고수준의 AI 논문 등재 실적과 저널 인용 수, 학회발간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 정책 주도 인력양성 투자=한국의 경우, 정책주도의 인력양성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 ‘산업 AI 내재화 전략’, ‘빅3+인공지능 인재양성 방안’ 등을 발표하고, 인공지능 성장기회 강화를 위해 R&D 과제 총투자액과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The Global AI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전체 6위에 머물고 있다. 세부항목 중 정부 전략이 6위, 인력 12위, 민간투자 18위다.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민간의 누적 투자액은 약 7조2000억원으로 선진국 대비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기업들은 자체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양성을 하기 보다는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형식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 부연구위원은 산업계 주도로 민간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정책적 지원으로 안정성을 지속하는 민·관주도 모형의 장점을 조합한 한국 고유의 모델을 고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숙련 인력양성을 목표로 현재 인공지능 인력양성 체계를 재편하고, 해외인력 유입을 통한 단기간의 인력확보방안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시작해야 할 시점으로, 미래에 지속·창출될 일자리를 전망해 이에 필요한 숙련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정책지원 방안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