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적가치 추구 사회적목적회사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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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사회적·경제적가치 추구 사회적목적회사 제안 이익배분·자산처분 제약…사회적기업 신고제 도입, 자율성도 확보

기사입력2017-10-22 12:4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회적기업 인증제도 시행 10년….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폐지 또는 개선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경제 주체에 새로운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관련 새로운 법인격의 성격을 ‘사회적목적회사’로 하고, 신고제를 도입해 자율성과 역동성은 보장하면서도 이익배분과 자산처분은을 제한하자는 제안이 있다.

(사)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신나는조합이 20일 주최한 ‘사회적기업을 위한 새로운 법인격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김성기 SE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제도 도입 당시 경험이 없어 조심스럽게 접근하다보니 인증제도가 도입됐고 10년이 지나왔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사)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신나는조합’이 20일 주최한 ‘사회적기업을 위한 새로운 법인격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김성기 SE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제도 도입 초기 경험이 없어, 조심스럽게 접근하다보니 인증제도가 도입됐고 10년이 지나왔다”며 “그간 시민사회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고, 이제 새로운 법인격이 왜 필요하고, 법인격 도입을 위해 제도와 정책을 깊이있게 들여다볼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사회적목적을 추구하는 ‘비영리기관’, 양자의 성격이 복합된 조직이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영리와 비영리 사이에 위치하게 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법인격 부여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정체성과 법적지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이사장은 “지난 10년동안 ‘사회적기업 인증제도’가 시작단계의 사회적기업 정책을 연착륙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책관계자와 전문가, 사회적기업 당사자들이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증제도를 통해 ▲유사 사회적기업의 등장을 통제했고 ▲비윤리적 사회적기업의 등장을 막았으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공신력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의 제도적 안착에 기여했다는 의미다.

인증제도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별적으로 통제하는 인증제도가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사회적기업가의 역동성을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회적기업 자율성·정체성에 부합하는 제도개혁 필요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법인격 명칭을 ‘사회적목적회사’로 하고, 신고제도를 도입해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보장하면서 이익배분 및 자산처분에 제약을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중기이코노미

김성기 이사장은 현행 인증제도가 ▲인증과 직접지원이라는 제도·정책의 의미성 상실 ▲인증 사회적기업의 높은 진입 장벽 ▲(예비)사회적기업에서 기존 기업 형태로의 회귀 ▲높은 행정관리 비용과 사회적기업 제도로의 진입 복잡성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 사회적기업가의 자율성,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새로운 제도개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인증과 직접지원이라는 제도·정책의 의미 상실=인증제도가 시작된 초기에는 사회적기업 수가 많지 않아 인증을 받으면 곧 직접지원대상이 됐지만, 사회적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인증을 받아도 인건비지원 등 직접지원을 받는 비율이 현저히 줄었다. 또 2012년 이후 사회적기업 우선구매제도, 사회적금융 조성 등 생태계 활성화 정책이 강조되면서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됐다.

◇높은 진입 장벽, 기존 기업 형태로의 회귀=정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정책은 예비 사회적기업을 키워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인증조건을 갖춰야 하고, 암묵적으로 5인 이상을 고용해야 하는 등 문턱이 높다. 또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사업도 1년간만 지원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을 갖추기는 역부족이다.

정부지원이 종료되면 예비 사회적기업이 다시 기존의 상법 지위로 회귀하는 부작용도 문제다. 2014년 국회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4년까지 4년동안 사회적기업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한 1363개팀중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한 실적은 123개팀, 9%에 불과했다. 그리고 인증 사회적기업은 8개팀(0.6%)으로 10개중 9개 이상이 살아남지 못했다.

◇높은 행정 관리비용과 제도진입 복잡=현재 인증제 관리는 고용노동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로 이어지는 ‘주’전달체계를 통해 이뤄진다. 여기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권역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통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보조’전달체계도 있다.

이같은 이중적 관리체계에선 행정관리 비용이 높고, 사회적기업 제도로의 진입 요건·절차가 복잡하다. 인증요건을 갖춘 경우에도 행정절차상 사회적기업 자격을 획득하는데 적어도 2~3개월이 소요된다. 연중 수시가 아닌 1년에 두번 내외로 선정하는 심사방식도 사회적기업 제도로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

사회적기업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과 관련 김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의 조직적 정체성에 부합하면서 민간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가에 있다”며 “영국의 사회적기업 법인제도인 지역공동체 이익회사(CIC, Community Interest Company)를 한국 상황에 맞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CIC는 ‘투자자 소유 사회적기업’ 모델이다. 투자자의 기업 통제권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도 이윤배분을 제한하고, 자산을 사회적 소유로 귀속시킨 일종의 비영리 지향의 회사 모델이다. 주식회사처럼 설립·신고주의를 적용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감독기관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사회적기업으로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2005년에 시행된 영국의 CIC는 10년이 경과한 2015년기준 1만639개가 활약하고 있다. 한국이 인증제도 10년동안 인증 사회적기업이 1741개인 것과 비교할 때, 독립적 법인격을 부여한 제도가 사회적기업 육성에 효과가 있음을 영국의 경험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새 법인격 성격은 ‘사회적목적회사’…자율성·역동성 기대

이날 토론회에서 공동발제를 맡은 양동수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위한 법인격의 성격(명칭)을 ‘사회적목적회사’로 제안했다. 사회적목적회사는 추구하는 최고 가치를 사회적가치에 두고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이다. 상법상 회사를 기반으로 하되 이익배분 및 자산처분에 제약을 두고, 사회적목적 추구를 주된 사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리회사와 차이가 있다.

양 대표는 “사회적목적회사의 이익배분에 제약을 둔 것은 사회적목적회사가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원래의 목적인 사회적목적에 활용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이익배분은 배분가능이익의 1/3 또는 1/2 이하로 제한하고, 자산을 처분할 경우 시장가격 이하로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양 대표는 “청산시 남은 순자산을 다른 사회적목적회사나 비영리기관으로 이전하도록 규정해, 사회적목적회사에서 형성된 자산이 공동체 전체의 자산임을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양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대신한 신고제 도입도 주장했다. 기존의 정부 통제형 사회적기업 인증제가 아니라 사회적가치는 감독기관의 관리를 받지만, 관리와 결합된 신고제로 사회적기업제도로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신고제는 사회적기업에 참여하는 시민과 사회적기업가에게 자유 선택의지를 보장해주면서 다양한 도전과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과도한 행정통제와 규제도 줄일 수 있고, 사회적기업 혁신 생태계 촉진도 가능하다는 것이 양 대표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