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위니아 빨래방 명분없고 기업윤리 안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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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대유위니아 빨래방 명분없고 기업윤리 안맞아” “추가 아이디어나 제품없이 기존 모델 벤치마킹 불과”…빨래방협회

기사입력2018-05-27 09:55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셀프빨래방 시장은 지난 20여년간 소규모 소상공인 힘으로 성장해왔다. 영세사업자 생계터전으로 자리잡아 골목상권을 지켜오던 와중에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확장을 시도하면서 위기에 놓이게 됐다. 가입하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협회를 만들 것이다. 점주가 힘을 모아 정당한 몫을 찾는게 협회설립 목적이다.”

적합업종 추진하고 근거리 입점에 따른 과당경쟁 막을 것

사단법인 한국빨래방협회 이정주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빨래방사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도록 할 것이며, 근거리 입점으로 인한 과당경쟁을 막아 소상공인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빨래방협회는 지난 17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사진=한국빨래방협회>

빨래방업계에 가장 큰 두려움을 주는 기업은 ‘딤채’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으로 유명한 ㈜대유위니아다. 대유위니아는 자회사인 대유위니아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9월 서울 역삼점을 비롯해 5개 지역에 빨래방 브랜드인 ‘위니아24크린샵’을 오픈했다. 크린샵은 현재 30개로 불어났다.

“수입제품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건 기업윤리에 맞지 않다”

대유위니아가 빨래방시장에 진출하는건 명분도 없고 기업윤리에도 어긋난다는게 이정주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빨래방은 영세소상공인이 20년전부터 불모지를 일궈온 시장이다. 업계가 성장기에 들어서니 대기업이 자본력을 무기로 무턱대고 들어온다. 게다가 위니아는 직접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수입세탁기를 사용한다. 기업규모가 커지면 해외시장으로 나가야지, 수입제품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건 기업윤리에 맞지 않다”며 “대유위니아는 명분이 없다보니 허위광고를 했다. 자사 홈페이지와 창업설명회 팸플릿에 ‘Aliance사와 공동으로 인증받은 제품을 사용한다’고 광고한 것이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정주 회장은 위니아24크린샵이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소상공인 경쟁력이 대유위니아에 뒤지지 않는다. 일단 세탁기 기능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크린샵이 낫다고 할 수 없다. 매장 쾌적성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도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오히려 위니아가 기본 빨래방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품이 추가된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다만, 기존 소상공인은 국민에게 널려 알려진 ‘대유위니아’라는 브랜드파워가 무서운 것이다. 대기업브랜드가 상표에 나타내는 것에 대한 위압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빨래방시장 진출은 과당경쟁을 부추겨 수익성을 악화시킬 뿐, 소비자가 얻는 실익은 미비하다는 얘기다.

흔히 빨래방이라고 하면 점주 역할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편의점은 사장이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는 경우가 많지만, 빨래방에서 사장을 보기란 쉽지 않다. 직접 노동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생계형업종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이정주 회장은 빨래방 점주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롭다는건 오해라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빨래방은 24시간내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 그만큼 사건사고가 예고없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점주는 하루종일 정신노동에 시달린다. 시도때도 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고장이 나면 새벽에도 달려 가야 한다. 매장 CCTV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빨래방협회는 지난19일 여의도 천만농성장에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촉구했다. 왼쪽은 빨래방협회 이정주 회장, 오른쪽은 빨래방협동조합 문은경 이사장. <사진=한국빨래방협회>

빨래방 업종, 서울시 시행 적합업종 지원사업에 선정

빨래방협회 설립은 우리셀프빨래방협동조합 문은경 이사장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문 이사장은 “협동조합으로는 빨래방 소상공인 권익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협동조합은 적합업종을 신청할 자격도 없다”며 “본사가 매장을 늘리는 행태도 막을 수 없었다. 본사는 계약상 1km이내에 다른 매장을 오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법원에 소송했지만 1심에서 패소하고 본사와 합의했다. 문 이사장은 “판사는 계약서에 1km 상권보장에 대한 기간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판사 임의로 7년까지 보장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옆에 매장이 들어서도 점주 개인으로선 회사가 세탁기 A/S 관리 등 불이익을 줄까봐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빨래방 업종은 서울시가 시행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적합업종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서울시는 소상공인이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대기업과 합의해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당업종 시장구조 등 객관적 기초자료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