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재용·삼성에게 손해배상 청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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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국민연금, 이재용·삼성에게 손해배상 청구하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6천억 손해…舊삼성물산 소액주주 1조 피해

기사입력2019-06-18 16:5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끼친 손실이 6000억원이 넘는다며, 참여연대가 정부에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모집한다. ©중기이코노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비율이 부당하게 산정돼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물산을 상대로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배상청구를 하도록 촉구하는 국민청원 모집이 시작됐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18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청원인단을 모집하고, 청원인단 공동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소송을 청원할 예정이다.

“손실, 적어도 6000억원 넘었다는 게 분명하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이 “적어도 6000억원을 넘었다는 게 분명하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삼성물산과 이재용 부회장 등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소송을 하라는 취지의 청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변호사는 “국민소송이나 이런 것은 제도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국민연금의 관리운영 주체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 같은 청원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가입자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2016년도에 이 청원이 있었지만 복지부는 이 청원을 무시했다”며 “국정농단의 책임을 복지부는 전혀 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가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그들의 책임도 함께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2016년 12월에도 ‘삼성 게이트’로 국민연금에 끼친 손해를 배상토록 소송을 제기하라는 청원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당시 청원은 국민 1만2000명의 참여로 이뤄졌다.

김용원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당시 청원에 대해 복지부는 재판 진행상황에 따라 소송 여부를 고려해보겠다는 수준의 답변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청원에서도 보건복지부가 형식적인 답변을 고수할 경우, 향후 계획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복지부의 답변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적정평가시 1:1.1808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율을 크게 늘렸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이유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인 김경율 회계사는 국민연금은 6033억원의 손해를 봤고, 반면 이재용 부회장 등이 얻은 이익은 3조6437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지분 11% 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인 김경율 회계사는 설명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이 합병비율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많은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삼성물산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결과라는 게 김경율 회계사의 분석이다. 가치를 적절히 평가했다면 합병비율은 1대 1.1808이라고 추정했다. 김 회계사가 추산한 적정평가에 따르면, 삼성물산 구주주였던 국민연금은 6033억원을 손해봤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등이 얻은 이익은 3조6437억원에 달한다.

김 회계사는 합병비율 산정시 사용된 자료의 다양한 문제점 중 하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를 꼽았다. 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 상장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 2015년 당시에는 비상장사였다. 그리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모두 삼성바이오 지분을 보유했는데, 지분율은 각각 46.3%·4.9%였다.삼성바이오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 제일모직이 유리하고, 낮게 평가하면 삼성물산이 유리해지는 구조다.

김 회계사는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의 가치가 가장 보수적인 가치평가에 비해 5조6000억원 높게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이는 회계분식 이슈가 맞물려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신수종사업 등 실체가 없는 사업을 통해 제일모직 가치를 높인 점, 삼성물산의 현금자산을 기업가치 계산에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약간의 논쟁이 될 수 있는 점, 조금이라도 반론이 나올 부분은 모두 배제했다”며 국민연금의 손해액을 최소한도로 추산했음을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은 6000억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이 터무니없이 산정된 결과, 舊삼성물산 주주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약 1조원의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로 소송인단을 모집해서, 과거의 주주들이 입은 피해를 책임자에게서 환수하는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