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우려…임대보증금 보호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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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깡통전세’ 우려…임대보증금 보호책 마련해야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전세보증보험’ 전면 도입을 촉구한다

기사입력2020-10-22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임대차계약 관계에서 집주인으로부터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의 약 절반이 법원의 경매절차에서도 구제받지 못했다. 세입자 보호대책 미비로 적지 않은 세입자가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재산상 손해를 봤다.

세입자 피해를 가장 크게 만드는 이같은 형태의 ‘깡통전세’를 경고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21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공개한 ‘임대 보증금 미수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9월말까지 법원의 경매절차를 거친 3만9965가구 중 1만8832가구(47.1%) 세입자가 보증금 전액 또는 일부를 회수하지 못했다.

미수금 현황 자료에서 확인된 높은 미수율 자체도 문제지만, 전년대비 미수율·미수금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깡통전세 위험을 경고하는 전조라는 진단도 나온다. 보증금 미수율이 지난해 43.1%에서 올해 9월말 기준 48.6%로 5.5%p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미수금 금액도 급증했다. 2017년(3424만원)·2018년(3571만원)·2019년(3581만원). 지난 3년간 3500만원 내외였던 미수금이 올해 9월말 기준 4209만원으로 치솟았다. 집주인이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세입자가 최후수단으로 법원에 호소했다. 그럼에도 절반 정도의 가구가 4200만원을 날렸다.

게다가 2년 연속 증가한 보증금 미수율·미수금이 감소할 조짐은 없다. 반대로 깡통전세 도래를 암시하는 선행지표까지 보인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9.59%였던 ‘위기주택’ 비율이 9월말 기준 4.07%p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전체 가구에서 43.66%(5만6033가구) 비중이다.

지난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 한 지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임대차계약이 끝났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HUG는 이후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청구해 회수한다. <사진=뉴시스>

‘위기주택’은 주택가격(전세보증금반환보증액)에서 부채비율(선순위채권·보증금 등 집주인의 부채)이 80~100%에 이르는 주택을 말한다. 부채비율이 80%를 초과한 주택에는 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 100%를 상회하면 보증서 자체를 발급하지 않는다. 부채비율이 80% 이상되는 위기주택의 경우, 깡통전세 위험성을 고려해 HUG가 특별하게 관리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9월말 기준 서민세입자가 많은 연립주택의 위기주택 비율은 47.80%로 전체 주택 평균보다 4.14%p 높다. 특히 전셋값이 아파트·연립주택보다 저렴한 다세대주택의 위기주택 비율은 70.20%에 달했다. 위기주택 비율 증가와 함께 전셋값 폭등이 병행하는 지금, 깡통전세 위험을 예방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세입자의 임대보증금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가장 강력한 제도가 전세보증제다.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제를 통해 최대 7억원(수도권)까지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한다. 이때 보증계약의 당사자도, 보험료 부담의 주체도 임차인이다. 하지만 일반 임대인이 아닌 임대사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세입자는 보증료를 1/4만 내면된다. 임대차계약 상대가 임대사업자이면 보증료의 1/4, 일반인이면 보증료 전액을 부담하는 차별이 세입자에게 발생한다

임대사업자에게만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현행 제도 미비 탓이다. 일반 임대인과 임대사업자 구분없이 임대차시장에 전세보증보험 의무가입제를 전면 도입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아울러 임대보증금에 비례해 최대 0.146%인 보증료를 대폭 인하하자는 요구도 계속된다. HUG는 지난 7월부터 올 연말까지 보증료를 최대 88%까지 깎아주고 있다. 이런 한시적 조치를 상시화하자는 주장이다.

저소득층의 보증료를 국가가 대신 부담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실주택 증가세가 깡통전세로 전이되지 않도록 막기 위함이다. 아울러 임대차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세보증보험제 전면 도입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