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벤처붐?…정부 주도 기술벤처창업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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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제2 벤처붐?…정부 주도 기술벤처창업 아쉬움 기술신용보증기금 기술평가 벤처확인 기업 73.5%…다양성 취약

기사입력2021-03-10 13:1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국내 신규창업은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벤처투자 실적 또한 4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제2의 벤처붐을 실감케 한다.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천억기업은 2004년 68개에서 2019년 617개로 9배 증가했으며, 매출과 수출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영향력도 증가해 벤처기업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5.9%로 대기업 3.1%보다 1.9배 높고, 고용은 23만3000명으로 대부분의 대기업보다 많으며, 벤처기업들은 산업재산권 총 6만3000여건을 보유해 국내 총 산업재산권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까지 전무했던 코스피 시총 20위권에 벤처기업(혹은 이력)이 지난해 4개 진입했다. 유니콘 기업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기준 13개의 유니콘이 탄생했으며, 세계 6위다.

이와관련 김용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기술벤처 창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연구원과 (사)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투자,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기업가정신학회 등이 ‘COVID-19 전후 한국 벤처붐의 평가와 미래 과제’를 주제로 9일 개최한 세미나 자리에서다.

김 교수는 현재 제2의 벤처붐을 ▲지식창출 ▲시장 활성화 ▲혁신시스템 인프라 구축 ▲혁신활동 지원서비스 제공 등의 혁신시스템으로 평가했다.

◇지식창출=김 교수는 국내 지식창출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탄탄하게 이뤄져왔다고 평가했다. 국내 공공과 민간의 총 연구개발(R&D)비는 2011년 49조8904억원에서 2019년 89조47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GDP대비 4.64% 비율로 미국 2.79%, 일본 3.21%, 독일 3.04%, 중국 2.15% 등과 비교해도 높은 비중이다. 특히 민간의 참여가 확대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기술창업 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특허 및 국제규격을 획득 중인 벤처기업은 전체 벤처기업의 6.5%를 차지한다. 창업가의 특징을 보면 기존 벤처기업에서 스핀오프된 인력 등 숙련인력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실제 유니콘 및 3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 80곳의 창업자 93명 중 20%가 네이버, 카카오 등 벤처기업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창업자 76.4%의 이전 근무지 유형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이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시장 활성화=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디지털기술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융합을 통해 신산업 출현이 가속화 됐고, 이는 벤처붐의 기반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디지털 변혁과 비대면 경제의 가속화, 바이오·의료 분야 수출의 증가 등도 벤처 생태계의 활력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해 3월 조달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조달시스템 개혁 또한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또, 혁신구매목표제를 도입해 기관별로 물품구매액의 1%를 혁신제품 구매 등에 활용하고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혁신구매실적은 목표치 4173억원보다 57억원 초과 달성한 4230억원을 기록하며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줬다.

◇혁신시스템 인프라 구축=2000년 제1 벤처붐 붕괴 이후 정부는 벤처 건전화 정책을 추진하고 모태펀드를 조성하는 등 민간·시장 중심의 제도정비가 이뤄져 제2의 벤처붐 기반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또,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육성, 스타트업 파크, 캠퍼스혁신파크, TIPS타운 등 벤처기업 성장주기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체제도 구축됐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정책금융에서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고, 파산시 압류제외로 제도를 개편해 창업안전망 구축이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스타트업의 창업 열기를 끌어올리고 규제 상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특히 규제자율특구는 지역산업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혁신활동 지원서비스 제공=벤처투자가 활성화 되면서 2014년 1조6393억원이었던 신규투자금액은 지난해 4조3045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회사 수나 투자조합 수 또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규발굴 기업보다는 후속투자로의 쏠림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창업과정 다양화, 기업가정신 함양 등 남은 과제

김 교수는 국내 창업 생태계가 여러 면에서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벤처기업의 생성과정에서 다양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기업의 73.46%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기술평가를 통한 경우여서, 기술창업을 정부주도로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그동안의 창업벤처기업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벤처기업의 기업가정신 순위는 세계 19위에 머물고 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이 창업이나 진로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돼 기업가정신 교육 자체를 위한 프로그램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기업가정신을 체계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국제 공동협력 활성화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해외 인재의 국내 유입 활성화를 통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연계성 확보를 제안했다. 또, 글로벌 투자사들의 유치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