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 빈치 작품일까…왜 전문가 의견 엇갈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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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정말 다 빈치 작품일까…왜 전문가 의견 엇갈릴까 7만원에서 4971억원이 된 작품 ‘살바토르 문디’㊤

기사입력2023-05-17 10:43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2017년 11월,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달 15일에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Christie’s)에서 미술작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4억5030만 달러, 한화로 약 4971억원에 낙찰된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낙찰가는 이전에 1억7940만 달러로 경매 최고가로 낙찰된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 1955)’보다 두 배가 훨씬 넘는 금액이었다. 그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 1500년경)’다. ‘살바토르 문디’는 구세주라는 의미로, 이 작품은 왼손에 수정구를 들고, 오른손을 위로 가리키며 축복을 베푸는 예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경매사상 최고가에 낙찰된 것 외에도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맞냐’는 의혹이다. 낙찰 이후, 이 의혹은 이전보다 더 커졌다. 루브르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은 이 작품이 다 빈치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 빈치 전문가이자 예술사학자인 자크 프랑크(Jacques Franck)도 이 주장을 지지했다. 급기야 이 작품은 루브르박물관 파리 본관 전시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2019년 10월24일~2020년 2월24일)’ 전시에서 배제되었으며,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루브르박물관 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에서도 전시되지 못했다. 이 작품이 다 빈치의 작품으로 인정되어 2011년 영국 국립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평가다.

‘살바토르 문디’는 정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일까? 왜 어떤 전문가는 다 빈치의 작품으로 보고, 다른 전문가는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할까?

2017년 크리스트 경매에서 약 4971억원에 낙찰된 ‘살바토르 문디’ <출처=위키미디어>

◇다 빈치의 마지막 회화?=미술경매사상 최고가로 이 작품이 낙찰된 건 어쩌면 경매사인 크리스티의 엄청난 마케팅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크리스티는 ‘살바토르 문디’를 ‘다 빈치의 마지막 회화’, ‘21세기 최고의 예술적 발견’이라고 홍보하며 전무후무한 마케팅을 펼쳤다. 이럴 수 있었던 건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미술시장에 나온 게 500여년만이었기 때문이다. 경매 추정가는 1억 달러, 한화로 약 1064억원. 그런데 이 작품은 그 4.5배인 4억5000만 달러에 낙찰됐다.

물론 이 작품이 500여년 동안 꼭꼭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00년대부터 여러 차례 경매에 나와 거래가 됐다. 그런데 그때는 다 빈치의 작품이 아니었다. 그의 제자인 볼트라피오의 작품으로 거래되었다. 게다가 덧칠로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1958년 런던 소더비 경매(Sotheby’s)에서는 이 작품이 45파운드, 한화로 약 7만원에 낙찰됐었다. 7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작품이 59년 후, 710만 배가 넘는 약 4971억원에 거래될 수 있었던 것은 작품 세척과 복원을 통해 이전의 형상을 되찾았고, 연구를 통해 다 빈치의 작품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1958년 소더비 경매에서 거래될 당시, 이 작품은 예수의 눈과 입술에 극심한 손상이 있었고, 색의 균열과 손실이 상당히 심했다. 게다가 비전문가에 의해 작품 보수가 이뤄져 덧칠된 부분은 회색으로 변색해 있었다. 이런 상태의 작품을 2005년 미국 부동산업체가 미국 지역경매에서 약 1만 달러에 사들여, 다 빈치의 작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 복원을 감행했다.

복원은 뉴욕대학교 보존센터의 회화 보존 선임연구원 다이앤 드와이어 모데스티니(Dianne Dwyer Modestini)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했다. 당시 작품의 패널은 갈라져 있었으나 예수의 손과 정교하게 표현된 머리카락, 왼손에 있는 수정구, 휘장 등 작품 자체는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얼굴은 손상된 일부를 제외하고 구조적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모데스티니가 이끄는 연구팀은 적외선 반사(IR) 분석을 통해 이전의 형태를 추정해 냈으며, 안료와 기법이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다 빈치 작품인 ‘모나라자’나 ‘세례자 요한’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2008년에는 영국 국립미술관으로 작품을 가져가 다 빈치 작품인 ‘암굴의 성모’와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작품의 판별과정에서는 여러 전문가가 함께 참여했다. 2009년에는 복원 및 다 빈치 작품의 진위 연구에 참여했던 여러 전문가와 레스터대학교의 데이빗 엑서지안(David Ekserdjian)이 그때까지 진행한 분석 결과를 재검토했고, 이를 바탕으로 ‘살바토르 문디’가 다 빈치의 작품이라고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2011년에 다 빈치의 이름을 달고 영국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밀라노 궁정의 화가(2011년11월9일~2012년 2월5일)’에서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계속,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