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의류 생산량 30%가 폐기돼 ‘환경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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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전 세계 의류 생산량 30%가 폐기돼 ‘환경파괴’ 재고량부터 줄이고, 의류 ‘재고 폐기’ 관련한 법적 장치 마련해야

기사입력2025-02-26 09:5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생산하는 전체 의류의 약 30%가 팔리지 않고 대부분 재고로 남아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패션기업들의 이러한 ‘재고 폐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순환경제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의류 재고 처리와 관련한 법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주연 (사)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태선·박지혜 의원과 법무법인 더함, 다시입다연구소 등이 25일 개최한 ‘지속가능한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 토론회에서 ‘의류산업과 의류재고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러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대표는 “국내 패션기업들이 판매되지 않은 재고 상품을 소각하는 이유는 브랜드 희소성 이미지 때문이며, 또 재고 소각 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함으로써 세금을 절감할 수 있고, 재고를 창고에 보관하며 관리하는 비용 대비 소각 처리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과 순환경제 전략이 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소비자 또한 단순한 가격경쟁력을 넘어 환경과 윤리를 고려한 소비를 선택하고 있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리사이클링 기술 투자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 속에 우리 패션산업 역시 제조에서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매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의류 10만톤=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분리된 폐의류 발생량은 10만6536톤에 달하며, 이중 폐섬유 발생량은 1만2680톤에 육박한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 재고 의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없어, 매년 얼마나 많은 새 옷이 폐기되고 있는지 정확한 파악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히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패스트패션 비즈니스 모델은 의류 생산량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패션산업을 전 세계 제2위 환경오염 산업으로 전락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UN 지속가능한 패션연합은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는 패션산업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발표했고, 이 외에도 수많은 기관에서 전 세계 폐수 배출량의 20%, 해양 미세플라스틱 35%가 패션산업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의류산업 노동자의 인권문제도 심각하다. IL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세에서 17세 사이의 아동 1억5160만명이 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아동 중 절반은 패션공급망을 포함한 위험한 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패션산업의 ESG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으며, 최근 여러 국가에서 패션산업에 환경파괴와 사회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의류 재고 폐기 해결위해 법제도 개선=의류 재고 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와 유럽연합은 의류 재고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프랑스는 ‘낭비 방지 및 순환 경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의류 제고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스페인의 ‘순환경제를 위한 폐기물 및 오염 토양에 관한 법률’, 스코틀랜드의 ‘제 2024 asp 13호 순환경제법’, 유럽연합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 등은 모두 의류 재고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등은 의류 재고 폐기를 금지하는 법은 없으나 공개의무 부과, 인센티브 제공 등 법으로 재고 폐기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은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거나 민간협회를 지원하는 방법 등으로 의류 재고 폐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박지혜 의원과 법무법인 더함, (사)다시입다연구소 등은 25일 ‘지속가능한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태선 의원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5월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했으며, 2022년 개정돼 현재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이 시행중이다. 해당 법에서는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 자원의 낭비를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재고 폐기물 배출을 금지하거나 하는 등의 구체적인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즉 의류 순환을 위한 조직이나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다.

◇재고 폐기를 막고 순환경제 사회로 가야=정 대표는 재고 소각 처리방식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멀쩡한 제품을 버리는 비윤리적 행위이며,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플라스틱의 일종인 합성섬유가 전 세계 의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소각시 배출되는 유독가스를 포함한 엄청난 온실가스로 인해 인체 건강과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어떤 방법이 의류 재고 및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에 효율적이고 적절할지 적극적인 논의부터 필요한 시점이다.

정 대표는 재고량을 최소화하는 의류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고 폐기행위를 멈춰 순환경제 사회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