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더 이상 투기대상 아니다…보유세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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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집은 더 이상 투기대상 아니다…보유세 도입을 집값 안정대책에도 강남 부동산 들썩…8·2 대책 이전으로 회귀

기사입력2018-01-14 18:38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유엔 자문기구인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2016년 선정한 ‘행복한 나라 1위’ 덴마크의 라이프 스타일은 한마디로 ‘휘게(Hygge)’다. 휘게는 ‘안락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골자는 공간(환경)과 사람이다.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 느끼는 행복감이 휘게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인에게 집은 휘게를 가져다주는 대상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거나 욕망의 대상이다. 국토연구원의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세입자중 40%가 월 소득 30%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했다. 조사대상 세입자 70%가 주택임차료와 대출금 상환을 부담스러워했다.

욕망은 투기로 나타난다. KB국민은행의 ‘2017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고(高)자산가(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 투자비중은 17.9%인 반면 한국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동산 투자비중은 35.8%, 두배 높다. 이들중 부동산경기가 나빠져도 보유 부동산을 일부 혹은 전부 처분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에 불과했다. ‘부동산불패’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사회에서 주택이 ‘거주’가 아닌 ‘투자’, ‘투자’를 넘어 ‘투기’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2 부동산대책,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쏟아냈음에도 서울 특히 강남지역엔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부동산114가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57%를 기록하며, 8·2 대책 직전 7월말 수준으로 회귀했다. 송파구 1.19%, 강남구 10.3%, 서초구 0.73% 등 강남지역이 서울지역 상승률을 견인했다.

주거수단 이외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알려주는 수단이 보유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강남지역 과열현상에 대해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기대에 따른 ‘일시적·국지적 현상’이란 진단과 함께 서울, 수도권지역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 박선호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지적 시장과열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정부로서 취해야할 정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분양가상한제, 보유세 등 추가대책을 도입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 호흡 늦춰졌다. 강남4구를 진앙지 삼아 들썩이는 ‘국지적’ 현상을 잡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카드는 단속이다. 11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법 청약·전매·중개행위를 막기 위해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동원해 합동점검반을 구성하고, 과열지역을 단속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단속의 강도에 따라 일시적인 안정은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수십년이상 신화로 존재했던 ‘부동산불패’를 깨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왜, 이리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불길은 어떤 장비를 동원해도 잠재울 수 없음을 모를 정부가 아니다. 지난 연말 여론조사기관 에이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중 6명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보유세 도입에 찬성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을 포함 정부 관계자 역시 수차례 걸쳐 보유세 도입 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거수단 이외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알려주는 수단이 보유세다. 주택을 투기대상이 아닌 주거수단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보유세란 말이다. 칼을 뽑고서도 주저주저하다가는 내성만 키운다. 주거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서라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