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플랫폼·C커머스…흔들리는 국내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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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공룡 플랫폼·C커머스…흔들리는 국내 유통가 고물가로 힘든 소비자, 잠식당한 유통시장, 헛발질하는 정부㊦

기사입력2024-06-02 00:00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쉬인, 틱톡샵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칭하는 ‘C-커머스’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문제점도 안고 있다.

유해물질 검출부터 개인정보 유출까지… 구매 전 신중을

특히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제품이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총 7차례에 걸쳐 중국 직구 어린이 제품 93개에 관한 안전성 검사를 시행했는데, 지난 5월28일 발표에 따르면 93개 제품 중 40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제품에서 여러 유해물질들이 동시에 검출된 경우도 있는데, 특정 제품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428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나오기도 했다. 질식이나 익사 등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물리적 결함이 함께 발견된 제품도 있었다. 이에 따라 문제의 40개 제품에서 확인된 부적합 판정 건수는 총 57건으로 집계됐다.

C-커머스를 이용할 때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알리는 개인정보처리 방침에 ‘귀하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당사는 다음과 같은 제3자에게 귀하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테무는 ‘당사는 주문 이행을 위해 배송 주소, 연락처 정보 등 주문 이행과 관련된 귀하의 개인정보를 자회사 및 제휴사와 공유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려면 이러한 개인정보 방침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소비자가 개인정보 공유를 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5월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와 테무를 상대로 불공정 약관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편 C-커머스가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낮은 만큼 물건을 쉽게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버리는 풍조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이 저렴하니 여러 개를 사고, 품질이 낮으니 그중 마음에 드는 한두 개를 건지자는 쇼핑 행태가 늘고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은 결국 버려질 텐데,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이러한 소비 풍조를 부추기는 것이 과연 옳을까. 소비자들도 물건을 구매하기 전 리뷰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구매할 필요가 있다.

C-커머스의 열풍으로 국내의 유통시장 잠식도 우려돼

국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등에 업은 C-커머스는 나날이 한국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은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와 물류센터 구축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법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지난 4월 사업 확장을 목적으로 한국 법인에 334억원 규모의 자본금 증자를 단행했다. 또한 알리는 약 2600억원을 들여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며, 지난 3월 정부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향후에는 배송시간을 단축해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국내 유통기업들과 정면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C-커머스의 한국시장에 대한 적극 투자는 명암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장점부터 본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상품을 더욱 빠르게 배송 받을 수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 만큼, 무료교환과 반품 등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한 혜택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에 자극받은 국내 유통기업이 맞불을 놓으며 고객에게 더욱 이득이 되는 혜택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반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C-커머스가 지속적으로 한국시장에 투자한다면 사용자가 더욱 증가하고 매출액이 늘어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국내 중소제조업과 유통업이 중국의 플랫폼에 종속될 수도 있다. C-커머스가 초저가 공세를 펼쳐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이후에는 가격을 인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C-커머스는 한국의 패션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패션플랫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1000억원대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중이다. 중국의 패션플랫폼인 쉬인도 최근 국내 SPA브랜드 등 의류기업에 입점 관련 접촉을 시도하는 등 국내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 역시 양면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성장을 이뤄야만 하는 국내 패션업체 입장에서 C-커머스의 대규모 투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C-커머스가 투자를 한 국내업체를 발판 삼아 한국 유통시장을 장악하려 들 수도 있다. C-커머스 입장에서는 거액의 투자를 한 만큼 국내 플랫폼에 영향력을 행사할 텐데, 국내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운영에 간섭할 여지도 있다.

C-커머스 돌풍이 만든 해외직구는 소비자가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우리 국민이 해외직구의 이점을 누리되,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고 국내 유통생태계를 지켜 나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공룡 플랫폼 독주 막는 ‘플랫폼법’…C-커머스 견제 필요

최근 C-커머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통시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고심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조치로는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안(플랫폼독점규제법)’을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평균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 우대 및 끼워팔기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시장지배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이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다만 이 법안과 관련해, C-커머스가 국내 매출 규모 등을 공식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유통사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매출액을 집계해 동향을 발표하고 매출과 직원 수 등을 공개하고 있다. 반면 중국업체들의 경우 해당 집계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이를 준수할 의무가 없는데다, 해외직구라는 특성상 국내에서 점유율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언론에서 C-커머스의 매출로 보도하는 수치는 업계에서 짐작한 추정치이며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만약 중국업체들의 정확한 매출 규모나 거래액 등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C-커머스가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며 국내사업자만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다. 법안 통과 전 이러한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C-커머스가 쏘아 올린 해외직구 KC 인증…왜 문제 일까

한편 C-커머스에서 직구하는 일부 물품의 안전성 논란이 일자, 최근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 5월16일 정부는 인천공항 세관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제품이 해외직구를 통해 안전장치 없이 국내로 반입되고 있다며,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정책은 이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제대로 검토하거나 협의하지 않았고, 국민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거센 비난에 부딪쳤다. 물론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제품을 관리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정부는 5월16일에 KC 인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6월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품목을 규제하면서도 계도기간조차 두지 않는다면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KC 인증은 안전을 담보하는 만능 증명서가 아님에도 이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려 했다. 17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중에도 KC 인증제품이 있었고, 과거 방사능 물질인 라돈 검출로 대량 회수사태가 벌어졌던 침대 매트리스도 KC 인증제품이었다. KC 인증은 미국의 UL이나 유럽의 CE와 비교해 신뢰도가 높지 않다. 신뢰도가 낮은데, 과연 KC 인증을 강제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셋째, 현실적으로 해외 판매자에게 KC 인증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 없으며, KC 인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외직구를 하지 못한다면 수출이 중요한 우리나라는 무역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물품을 직구할 수 없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보복조치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KC 인증을 받는 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를 강제한다면 타격을 보는 것은 영세한 중소기업이다. 자칫하면 KC 인증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는 대기업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조치다. 고물가·고금리에 고통받는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기 위해 직구를 이용하는 것인데, 정부가 이러한 노력마저 규제한다면 반발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센 비판에 부딪친 정부는 결국 해외직구 KC 인증 의무화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많은 언론에서 사실상 ‘철회’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가 철회한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이 5월20일 공식 사과했음에도 직구규제반대소비자회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약 700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C-커머스 돌풍이 만든 해외직구는 소비자가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만 그 동안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통시장에서 상대적 약자 위치에 놓여 있는 국민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입장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해외직구의 이점을 누리되,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고 국내 유통생태계를 지켜 나갈 수 있는 섬세한 정책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