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과 물품수입 계약 후 분쟁 발생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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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中 기업과 물품수입 계약 후 분쟁 발생했다면 계약 해지, 제3자 추가작업, 법적 구제조치 등 가능성 검토

기사입력2024-07-16 12:33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jpglobal.co.kr) ㅣ다른기사보기

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

한국의 수입업체 A사는 중국에서 장비를 수입하면서, 중국의 B사가 설비의 제작·운송·설치·시험·시운전·인력훈련을 A사에 제공하도록 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B사는 설비의 제작·운송 이후 계약의 목적물을 현장에 설치하고 성능시험을 진행하던 중, 일방적으로 합의된 시험조건의 변경을 주장했다. 변경된 시험조건을 A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B사는 작업자를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A사는 기본적으로 잔금 지급이 10% 남았으나, B사의 일방적인 시험조건 변경 요구와 작업자의 본국 철수조치에 따른 시험중단으로 인해 페널티가 10% 발생했으므로 지급할 금액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B사는 중국 법원의 지급정지 가처분 결정에 따라 보증금 반환 이행이 불가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B사는 A사에 ICC(국제상업회의소) 중재신청을 하겠다고 통보한 상태인데, A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중국 B사가 통보한 ICC 중재 신청시 관련 사항, 둘째, B사와의 계약 해지 그리고 셋째, 제3자를 통한 설치·시험 추가작업 가능 여부, 마지막으로 중재와 별도로 중국 법원에 계약위반에 관한 손해배상 제기 등 법적 구제조치 가능성 등으로 정리해 볼수 있다.

◇ICC 중재 신청=중국인들은 강제적 구속력을 가진 중재보다 조해(调解)라는 조정절차를 통해 제3자가 개입하되 양 당사자가 타협하고 자율적으로 합의하는 해결방법을 선호한다. 이러한 조해는 ▲중재절차 중 선택이 가능하고 ▲양 당사자가 스스로 원해 선택하고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그 기초 위에서 공평하고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진행하며 ▲내용은 양 당사자가 동의해야 한다. 따라서 당사자 합의에 의한 분쟁해결로 중재와 조정의 결합은 분쟁해결 소요시간을 단축해 당사자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이러한 조정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 경우 중재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중재는 양 계약당사자의 동의에 의해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B사는 현재까지 지급받지 못한 계약대금(잔금)과 그에 따른 지연이자 및 성능시험 지연으로 발생된 비용 등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A사도 B사를 대상으로 반대신청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B사가 법적 정당성 없이 일방적으로 시험조건 변경을 요구했고, 이러한 조건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업자를 본국으로 철수시켜 이에 따른 시험중단이 발생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중재 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재신청 이전까지 B사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통지방법에 따라 손해발생 내용과 성능시험 이행을 요구하고, 작업을 개시하지 않으면 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점을 사전에 통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CC 중재 절차도

<출처=Shearman & Sterling LLP.>

◇계약해지 가능성=우리나라와 중국은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협약(CISG,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의 체약국이다. 따라서 당사자간 물품매매계약에서 준거규정으로 CISG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 한, CISG를 준거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 계약내용 상 B사 의무의 주된 부분이 서비스 공급이 아닌 물품의 제작 및 공급이라면 CISG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CISG에 따르면, ▲매도인의 의무 불이행이 본질적 계약위반이 되거나 ▲매도인이 물품을 인도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의 의무이행을 위해 부여한 합리적인 부가기간 내에 물품을 인도하지 않거나 그 기간 내에 인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경우, 매수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A사가 설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Final Acceptance test를 거쳐야만 하고, Final Acceptance가 잔금 지급을 위한 조건으로 설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B사가 일방적으로 이러한 테스트를 중단한 것은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다만, B사에게 의무 이행을 위한 합리적인 부가기간을 정해 추완(追完)을 요청하고, 그 기간 내에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 절차를 진행하며, 이후 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제3자 통한 설치작업=A사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일은 현재 자사 공장에 B사가 납품한 설비에 관해 제3자를 통한 설치작업이 가능한지 여부다. 만약 A사가 B사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를 통해 설치 등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 B사로서는 합리적 부가기간 내에 계약상 추후 보완의무에 대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며 계약해지의 불법성을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 따라서 먼저 B와의 계약을 해지한 후, 제3자와의 추가 용역계약을 통해 추가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안전하다.

중국 법원에 대한 불복절차는 중재절차의 진행 및 승소 여부와는 별개로 진행할 수 있다. 중국 변호사를 선임해, 현재 중국 법원이 내린 보증금 지급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불복하는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 중국 법원은 A사가 B사의 의무불이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지급을 구하려고 한다는 점을 들어, B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A사로서는 B사가 성능시험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