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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화재·근골격계 질환…산재 막는 신기술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 환경 만든다…국제안전보건전시회
- 기사입력2024-07-04 13: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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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온과 재생 펄프로 만든 앞치마를 두른 사람에게 900℃ 이상의 토치로 가열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혀 뜨거워하는 기색 없이 편안해 보이죠?”지난 1일부터 4일간 킨텍스에서 열린 2024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투에스티 공형식 대표가 실험실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실제로, 그는 테스트용으로 가져온 천을 손으로 받친 후, 토치로 가열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자신 있게 내보였다. 이 천은 불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데, 리튬 배터리 화재 대응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번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는 산업 현장의 크고 작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엿볼 수 있었다. ©중기이코노미각종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산업 현장은 작은 불씨가 큰 인명 피해로 번지기도 한다. 근로자의 컨디션이 업무상 재해로 이어지기도 하고,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이번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화성공장 화재’ 다신 없어야…리튬 배터리 열 폭주 막는다전기차, 노트북, 휴대폰을 비롯해 각종 산업용으로 쓰이는 리튬 배터리는 한번 화재가 나면 진화하기 매우 까다롭다. 내부에서 계속 열을 발생시켜 연속적으로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바로 리튬 배터리에 특화한 소화 장비와 대응 솔루션이 필요한 이유다.NF방재에서 생산한 리튬 배터리 대응 솔루션을 들고 나온 투에스티 공형식 대표는 차화포를 활용한 방재 용품들을 선뵀다. 작년부터 시중에 선보인 이 차화포는 불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열 폭주 현상으로 인해 진압이 어려운 리튬 배터리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투에스티 공형식 대표가 차화포에 불을 붙이며 난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공 대표는 “작년 12월 홍천의 한 시험연구소에서 인증서를 받았다”며, “전기차에 이 차화포를 덮은 다음 불을 냈는데, 1시간 45분 동안 열폭주가 나지 않았다. 이후 재봉 부분이 터지면서 열폭주가 났는데, 소화액으로 3분 만에 1차 진압했고, 2차 화재도 5분 만에 껐다. 화재는 2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재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배터리 보관용으로 사용되는 이 제품은 방화벽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데이터센터처럼 많은 장비가 밀집된 공간에 효과적이다.공 대표는 “불이 나면 차화막이 자동으로 내려와 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주는 파이어 스크린 시스템으로, IT 인프라 구성요소를 보관하는 데 사용되는 서버랙(Server Rack)에 이 프레임을 설치할 수 있다”며, “1200℃에서 2시간 동안 불에 타지 않는다는 시험성적서를 받았다”고 소개했다.전기차 화재에 특화한 시스템을 들고나온 업체도 많은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지하주차장 EV 화재 진압 시스템’. ©중기이코노미한컴라이프케어 손진영 차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전기차 화재는 충전 중과 충전한 직후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이때 화재를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하주차장 EV 화재 진압시스템’을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이 시스템은 기존에 있던 질식 소화포와 수조를 결합한 것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 두 가지를 합쳐 자동화 시스템으로 만든 적은 없었다. 시스템의 원리는 배터리를 물에 잠기도록 하는 것이다. 열화상카메라로 지하주차장에 화재가 감지되면, 천장에 있던 질식 소화포로 만들어진 수조가 10초 안에 내려온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질식 소화포만으로 소화가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를 일으키면서 산소를 발생하기 때문에 질식을 시켜도 계속 발화가 일어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소화를 위해 항상 물을 뿌리는 것인데, 사실상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 진화는 쉽지 않다고 한다.그는 “이런 이유로 배터리를 완전히 물에 담근다. 이는 배터리의 열을 식히는 역할도 한다”며,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는 지면으로부터 약 45cm 위치의 차량 하부에 있는데, 이 높이까지 물을 채울 수 있다면 모든 차량의 배터리는 물에 잠기게 된다”고 말했다.현재, 이 시스템은 부산 센텀시티를 비롯해 많은 기업체에서 견적을 의뢰할 정도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아크(Arc) 차단기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 전기 화재는 사소한 문제로부터 발생한다. 아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크는 전선이나 전기제품의 손상, 접속 결함, 노화현상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아크 감지는 필수적이다.
아콘텍의 아크 차단기. 아크가 발생하면 해당 라인의 차단기가 꺼진다.㈜아콘텍 김요셉 팀장은 “사실 모든 아크가 위험한 건 아니다. 콘센트에 코드를 접촉할 때 아크가 발생하기도 하고, 스위치에도 접점이 있어서 스파크가 튀기도 한다. 오래된 헤어드라이어도 모터가 돌면서 스파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그다지 해로움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문제는 이런 아크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전선이 녹을 수 있고, 불이 붙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김 팀장은 “몇 년 전, 쿠팡 물류센터에서 난 화재의 영상을 보면 콘센트에서 파바바박~ 하더니 불로 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게 스파크 때문에 난 것”이라며, “전기가 계속 공급이 되기 때문에 스파크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때 일찍이 전기를 차단해 주면 더 이상 같은 곳에서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이어 “이 차단기는 누전과 아크를 동시에 차단해 준다”며, “특히 메인 차단기로 가는 말단의 차단기를 각각 차단해 줌으로써 어떤 라인에서 스파크가 튀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작업복에서 솔루션까지…근로자 건강과 복지도 기술로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은 작업복이다. 기능성은 물론이고, 일할 때 신체 움직임도 용이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의 정서적인 만족감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도 훌륭해야 한다. 워크웨어 브랜드인 아커드(ARKERD)는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이 만든 만큼 현장의 니즈를 작업복 안에 모두 담아냈다.아커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사람들은 그동안 작업복이라고 하면, 입고 버리거나 막 입어도 된다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있었다”며, “우리는 고품질의 작업복을 제공함으로써 작업자를 보호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작업복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커드 관계자가 춘추 작업복과 방염복을 살펴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실제로, 아커드는 별도의 디자인팀을 둘 정도로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커드의 작업복을 살펴보니 평소에 입고 나가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큼 색채와 디자인적인 면에서 두드러졌다. 그러면서도 작업복의 기능성에 차별화를 뒀다.특히 커스터마이징이 들어가는 비스포크(Bespoke) 시스템이 강점이다. B2B로 이뤄지는 만큼 고객사가 문의를 해오면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에 맞춰 제작하는데, 주머니와 단추 하나하나까지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다. 또한 정전기를 방지하는 제전 기능도 들어간다.이 관계자는 “바지에도 커스터마이징이 들어간다. 대부분 현장에서는 몸을 많이 움직이다 보니 스판기가 있는 제품을 원하는데, 스판기가 있으면 수축하기 쉽고 불이 붙을 수 있다”며, “그 대신, 투턱(two tuck) 스타일을 적용해 무릎을 굽히거나, 앉고 일어서는 동작을 자유롭게 하도록 디자인했고, 각반을 착용할 때도 편하도록 발목 부분에 밴딩 처리를 한 조거 팬츠(Jogger pants) 타입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그는 방염복도 자신 있게 내보였다. 그는 “철강 공정 시 쇳물의 온도가 1600℃까지 끓어오르는데, 이런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난연성에 탁월한 메타 아라미드 소재로 방염복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근로자의 신체 활동을 돕는 작업복도 중요하지만, 신체 건강도 산재 방지에 매우 중요하다. ㈜엑스바디는 근로자를 위한 근골격계 검진 기구를 들고나왔다. 2011년 근골격계 검진 장비로 의료시장에 발을 디딘 엑스바디는 지난 10년간 1500여군데의 의료기관에 제품을 납품했다고 한다.
엑스바디 관계자가 근골격계 검사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이 회사의 서윤채 이사는 중기이코노미에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이 결국 산재로 이어지다 보니 기업 내에서도 이 질환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점을 갖고 있다. 이에 근로자를 위한 근골격계 솔루션을 개발해 작년부터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산재가 발생하면,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많은 기업이 접근하고 있는데, 작년에 제품을 출시하기 전부터 네이버,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등 유수의 기업체에서 관심을 두고 사내 클리닉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서 이사는 “근로자의 관절을 인식해 각 관절의 포인트를 기준으로 근골격의 불균형을 검사하고, 수치로 확인시켜 준다”며, “이 수치를 기반으로 35~40가지의 맞춤형 운동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고 했다. 이 모든 검사를 하는 데는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현재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장과 SK하이닉스, 현대제철, 현대기아 연구소, LG 및 LG패션을 비롯해 IT 계열사 등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작년 전시회에서 나흘 동안 받은 문의율이 올해 전시회에서는 2일 차에 모두 채워졌을 정도라고 한다.최근에는 건설 현장처럼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 석박사 출신의 물리치료사와 스포츠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스마트 헬스케어팀이 현장에 나가 운영하는 방문형 서비스도 도입했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별도의 공간이 없는 경우, 혹은 일회성으로 근로자의 만족도를 확인하고 싶은 기업에 유용하다.산업 현장 근로자들의 ‘무사퇴근’을 기원하기 위해 노무사들이 만든 안전보건관리 솔루션도 눈에 띄었다. 무사퇴근 직원이면서 공인노무사인 김진욱 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전산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김진욱 이사가 무사퇴근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김 이사에 따르면, 안전관리는 HR이나 회계 분야와 비교했을 때, 아직 시스템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안전관리를 할 때 수기로 하거나 엑셀이나 한글파일로 관리할 뿐이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책상에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서류가 이런 현실을 방증한다. 방대한 서류 더미 속에서 관리가 잘되지 않다 보니 나중에 사고가 터졌을 때 사고 입증이 잘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고 한다.저조한 근로자 참여율도 문제다. 교육을 실시하면 100명중의 10명만 참여하거나, 현장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하라고 해도 안전모마저 잘 쓰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이에 노무법인 한수의 노무사들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를 전산에서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통합관리서비스 개발에 착수해 2023년 9월에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재 이 서비스는 SK계열사를 비롯해 제조업, 서비스업, 백병원 등 40여곳에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실제로 무사퇴근의 전산망을 살펴보니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일례로, 안전교육을 진행한다고 하면, 이전에는 참석자를 모아놓고 교육을 한 후, 담당자가 서명판을 돌려 서명을 받아 교육일지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무사퇴근 전산에서는 강의 주제, 강의 내용, 강사와 같은 기본 정보를 클릭만으로 넣을 수 있고, 참석자로 지정된 사람들에게 카톡으로 알림을 보낸 후, 이들에게 전자서명을 받으면 자동으로 일지가 완성된다.위험성평가도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 위험성평가란, 산업현장에서 산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인을 찾아내 없애는 과정인데, 위험성평가의 주체인 관리 감독자들은 안전보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지 않다 보니 백지로 돼 있는 위험성평가서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할 때,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를 통해 감소 대책을 내야 하는데, 보통 백지로 돼 있다보니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김 이사는 “무사퇴근은 클릭만 해도 각 법에 맞는 위험성 감소 대책을 넣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마련해 놨다”며, “제조업의 출하 업무라고 한다면, 중량물, 지게차 관련, 화물자동차 등 출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클릭으로 채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성과 감소 대책도 예시를 마련해 놔 담당자들이 쉽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