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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조각의 경계 실험하고 기존 장르의 한계를 넘다
‘비조각’ 개념으로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이끈 이승택 작가
- 기사입력2024-06-24 09:48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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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 매어진 백자, 2017, 도자기, 노끈, 21×23×2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이승택은 ‘비조각’이란 개념의 작품들을 만들며,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에는 갤러리현대가 ‘프리즈 뉴욕 2024’에 작품을 선보여 세계의 컬렉터들에게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승택이 펼쳐낸 비조각의 세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바람, 연기, 불과 같은 물질적인 양감이 없는 자연현상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순간적으로 조각한 설치 및 퍼포먼스 형식의 비물질 시리즈다. 두번째는 소조하거나 조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의 사물을 묶거나 혹은 묶은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묶기’ 시리즈다. 특히 ‘묶기’ 시리즈는 사물의 형태와 본성을 뒤집고 낯익은 일상을 전복시키는 ‘비조각’을 향한 작가의 주요한 미적 방법론 중 하나다.
이승택은 돌에 홈을 파서 철사나 노끈을 묶어 고드랫돌처럼 보이게 하는 ‘매어진 돌’ 시리즈에서부터 도자기, 여성 토르소, 책, 캔버스 등 어떤 사물도 노끈으로 묶으면 “그 형상이 새롭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동반하는 ‘묶기’ 방법론을 통해 조각의 경계를 실험하고 기존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이승택, 매어진 돌, 1980, 돌, 철사, 29×2.5×17.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지난달 ‘프리즈 뉴욕 2024’에서 선보인 대표적인 ‘비물질’ 시리즈인 ‘바람’은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제작한 회화 작품들이다. 또 환경 문제로 인해 폐기될 재료를 재활용해 제작했던 콜타르 회화도 최초로 선보였다.
이승택의 평면회화 작품들은 촉각적이고, 청각적인 동시에 시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예를 들자면, 아스팔트 도로 포장에 사용되고 남은 콜타르나 물에 젖은 한지를 굳기 전에 손으로 빠르게 반죽해 오감으로 전해지는 강렬한 에너지를 순식간에 평면회화로 담아내는 식이다.
1932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난 이승택은 홍익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그가 정립한 비조각 개념의 작업세계는 2009년 백남준아트센터 미술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시드니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미술관(아부다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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