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면서 가정 유지할 수 있어야 ‘저출산’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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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일 하면서 가정 유지할 수 있어야 ‘저출산’ 해결 일부만 혜택 돌아가고, 저임금 구조로는 과거 실패를 반복하는 것

기사입력2024-06-23 00: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통령은 지난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포했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과 저출생 대응 수석실을 설치하고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의 핵심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서 국가비상사태의 선포는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라는 수식어만 다급할 뿐, 대책과 처방은 여전히 실패한 정책의 답습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만 하더라도 지난 2003년 참여정부에서 인구고령사회대책팀으로 만들어져 20년이 넘게 유지돼온 조직이고, 역대 정부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한다며 수많은 조직과 예산을 운용해 왔다. 육아휴직을 늘리고 주거에 인센티브를 주고 보육시간을 늘리는 정책도 과거 정부에서 수없이 반복된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를 반전시키기는커녕 더 가팔라져 가고 있다.

과거, 출산 정책도 고령화 대책도 성공하지 못했다. 20년 이상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던 저출산고령화 대책. 약발이 안 먹혀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정도라면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의 재탕만으로는 안 된다.

‘저출산’ 대책, 일을 하면서 결혼하고 출산해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만들면 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저출산이라는 수면 아래에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가 숨겨져 있다. ‘자의반 타의반’ 결혼을 포기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늦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을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저출산 해소는 난망할 수밖에 없는 목표였다. 혼자 살기도 벅차 결혼을 못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저임금과 일자리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생활. 출산을 기피하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해 가정을 구성하고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 구축을 방임해온 역대 정부 탓이다.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 등에 저출산 대책 핵심역량을 쏟아 붓는 건 옳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이다. 일·가정 양립 정책은 많은 정부에서 실행했고 일정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수혜자는 공공부문 일자리, 대기업 정규직에 우선됐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다. 비정규직, 중소업체 직원, 자영업자 등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에서 매번 소외받아 왔다.

그래서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우선돼야 할 건, 공공부문 종사자와 대기업 직원들에게만 시행돼 왔던 기존의 정책만이라도 모든 계층이 모두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정책으로 강제하고 보장하는 것이다.

또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 기업 우선의 경제 정책과 저출산 대책은 양립할 수 없다. 노동임금으로 결혼하고 출산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 그것이 ‘저출산’을 탈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조건이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에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윤석열 정부이지만, 위기감과 대책에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비상사태라면 거기에 걸 맞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부 계층에게 혜택이 집중돼 왔던 과거의 방식으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출산율은 목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지수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일을 하면서 결혼하고 출산해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들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윤석열 정부는 기업 중심의 노동정책을 버려야 한다. 이 정책을 그대로 두고 저출산 대책을 세우겠다는 건 역대 정부의 실패를 또다시 반복하는 일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