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환경파괴…사회적기업과 함께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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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빈곤, 환경파괴…사회적기업과 함께 풀어간다 ‘기증과 나눔’ 향한 사회변혁 15년 ‘아름다운가게’ 홍명희 이사장

기사입력2017-09-07 18:1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국 111개 재활용자선가게, 188만2602명의 기증천사, 1억3178만여점의 기증품, 연간 1만4500명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수익나눔액 400억원…. 우리나라 첫번째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가게’가 15년간 이뤄온 성과다.

2002년 10월17일, 서울 안국동에 아름다운가게 1호점이 문을 연다. 아름다운가게는 영국의 재활용 판매매장이자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재사용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아름다운재단’의 한 사업으로 시작됐다. 설립 이듬해인 2003년 아름다운가게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만며의 시민이 참여하는 지상 최대의 벼룩시장을 개최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민간기업으론 최초로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사회적기업 1호 인증기업이 됐으며, 2008년 아름다운재단에서 독립해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로 재출범했다.

아름다운가게 시작부터 함께해 온 홍명희 이사장은 2002년 서울 안국동에 아름다운가게 1호점이 생길 당시만 해도 우리사회에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다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아름다운가게 시작부터 함께해 온 홍명희 이사장은 당시만 해도 우리사회에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를 만들려고 할 때 즈음, 영국에 가보니 재사용문화가 이미 정착돼 있었습니다. 옷 한 점을 기증하더라도 깨끗이 손질해 기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가게를 처음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누가 쓰던 물건을 사겠느냐’, ‘그게 되겠냐’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우려는 깨졌죠. 아름다운가게는 재사용문화와 나눔, 참여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홍 이사장의 얘기처럼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들러보면, 사용했던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질 좋은 제품들이 많다. ‘탈덕한 덕후(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해당 행위를 그만둔다는 의미의 속칭)’들의 기증이나, 기업·단체의 기증도 많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아름다운가게에 가면 ‘뜻밖의 득템’을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사회적기업, 친환경단체, 공정무역단체 ‘공익상품’ 유통

아름다운가게 본사가 있는 아름다운가게 장한평점 매장 내부 모습. ©중기이코노미

재활용제품 기증과 판매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아름다운가게의 사업은 재활용자선가게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름다운가게는 아름다운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0년부터 ‘공익상품유통사업’을 하고 있다.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 친환경단체, 공정무역단체, 장애인재활단체 등의 우수한 공익상품을 발굴해, 전국 아름다운매장과 온라인마켓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65개 단체의 400개 상품이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에코파티메아리’를 론칭해 재활용디자인 사업도 하고 있다. 버려진 헝겊과 가죽 등을 재활용해 가죽소품, 가방, 파우치, 어닝힙색, 생활소품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에코파티메아리의 제품에는 제품의 탄생 배경과 소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소비자가 이 물건들을 구매해 사용하는 행동은, 곧 지속 가능한 지구를 생각하는 에코라이프라는 의식을 정착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취약계층 지원사업 활발…누적 수익나눔액 400억원

전국 111개 아름다운가게에서는 1만4500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사진=아름다운가게>

전국의 110개 아름다운가게와 1개의 에코파티메아리 전문점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 총 314억원, 이 가운데 41억원이 수익 나눔 활동에 쓰여졌다. 지난 15년간 수익 나눔에 쓰인 규모는 약 400억원이다.

홍 이사장은 “아름다운가게의 나눔은 다소 느리더라도 꾸준히 일어나는 사회변화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수혜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참여를 기본으로 진행한다”며 “나눔사업 진행과정에서도 다양한 전문가와 지역주민이 참여해 세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이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름다운가게의 나눔사업은 크게 ▲기초생활지원사업 ▲자립기반조성사업 ▲공동체조성사업 ▲해외나눔사업 등이다.

‘기초생활지원사업’은 소외계층의 기초적인 생활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맛있는 방학 쿡방, 초록산타 등의 활동을 통해 나눔을 실천한다. ‘자립기반조성사업’은 취약계층 개인의 자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다. 보육원퇴소청소년 지원, 소외아동정서지원 등이다. ‘공동체조성사업’은 공동체의 기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청소년의 문화예술 동아리지원, 아름다운도서관 건립 등의 활동이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2010년부터 ‘공익상품유통사업’을 하고 있다.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 친환경단체, 공정무역단체, 장애인재활단체 등의 우수한 공익상품을 발굴해, 전국 아름다운매장과 온라인마켓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또 ‘해외나눔사업’은 전문성을 가진 현지 NGO와 사회적기업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시아 지역 소외된 주민들과 지역공동체가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2010년부터 네팔과 필리핀에 총 12개를 설립운영하고 있는 아름다운도서관은 지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또 2007년부터 시작된 나마스테 갠지스 프로젝트는 빈번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심한 방글라데시와 네팔 주민들이 농업역량을 기르고, 협동조합을 통해 종자를 생산해 판매하는 일을 돕고 있다. 이밖에도 베트남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굿모닝베트남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아름다운가게의 원동력은 전국에서 활동중인 자원활동가의 참여와 자유의지를 실천하는 상근활동가의 헌신, 무엇보다 나눔과 순환의 가치에 동참하는 기증, 기부천사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 부문 지원체계 만들어 사회문제 해결 협업

아름다운가게는 국내에서 사회적경제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사회적가치에 집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속가능한 변화의 구조를 만들고 사회혁신을 이뤄왔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 주체의 롤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를 지탱하는 핵심철학은 ‘그물코 정신’이다. 그물코 정신은 씨줄과 날줄로 빈틈없이 서로 엮여있는 그물코처럼 사회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삶에 책임있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청담도로공원에 ‘아름다운가게숲’ 1호를 조성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아름다운가게에서 진행한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성북어울림장터’, ‘누구나 놀이마켓’ 그리고 ‘플레이마켓’ 등에 참여한 3500여명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미세먼지 흡수에 효과적인 느티나무와 산철쭉 등 총 500주의 수목을 심었다.<사진=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가게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가들에게 국내외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뷰티풀펠로우’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사회적기업 창업아카데미, 사회적경제 입문 교육 등 아름다운가게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시하는 교육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제품 홍보를 위해 ‘드림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제품홍보를 위한 CF제작이나 홈쇼핑 진출 등을 돕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