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기준금리 1%대 시절보다 안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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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가계부채, 기준금리 1%대 시절보다 안좋은데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 정부 자화자찬 놀랍다

기사입력2024-11-22 18:00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 빚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했다는 언론보도에,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설명자료를 통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지금보다 기준금리가 더 낮았던 시절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악화됐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에 따라 절대 규모가 증가하는 측면이 있어, GDP 대비 비율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GDP에 비해 가계부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비율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로 2022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으며, 이후 2024년 2분기 현재까지 지속 감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말 GDP대비 98.7% 규모로 치솟았던 가계부채 비율이, 2022년말 97.3%로 낮아진 뒤 2023년말 93.6%에 이어 올해 2분기 91.1%까지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인 91.1%를 기록한 올해 2분기의 기준금리는 3.5%로 상당한 고금리다. 코로나 유행 이전 1%대의 기준금리 시절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더 높다. <한국은행 웹사이트 캡쳐>

시기를 보면 원인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이다. 2022년 8월에는 외식물가가 1년전보다 8.8% 상승했는데, 30년전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10월(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해 10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대로 상승했는데, 2012년 10월 기준금리가 3%에서 2.75%로 내려온 뒤 10년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랐다.

기준금리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올라 2023년 1월에는 3.5%를 기록했고, 1년 넘게 지속되다 올해 10월에 들어서야 3.25%로 인하됐다.

미증유의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을 두고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여러모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보이지만, 이마저도 일단 미뤄놓고 정부가 제시한 통계만 두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가 적절했는지를 살펴본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인 91.1%를 기록한 올해 2분기의 기준금리는 3.5%로 상당한 고금리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의 가계부채 비율(86.8%) 보다도 높은데, 당시 기준금리는 1.5%였다. 2018년 11월에 기준금리가 1.75%로 올랐고, 이후 미중무역분쟁으로 교역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2019년에 기준금리가 1.25%까지 내려간다. 2019년의 가계부채 비율은 89.6%였다.

기준금리가 1%대였던 당시의 가계부채 비율보다, 금리가 더 높은 3.5% 상황의 가계부채 비율이 더 높은 것을 자랑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3분기 가계신용 증가(18.0조원)의 주요인인 주택담보대출(3분기, 19.4조원)의 경우,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9월 1일) 등 정책효과가 가시화되면서 9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올해 5월 5.6억원이 증가하며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8월에는 8.5억원이 상승했고,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9월에도 6.8억원이 늘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0월(5.5억원)에도 여전히 7월(5.4억원)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이 늘었다.

더 큰 문제는, 기준금리가 여전히 3.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와중인 3분기에 19조원이나 가계부채가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우려가 크다.

정부가 자신있게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자화자찬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경기침체나 소비부진 상황에서 높은 금리수준을 오랜 시간 끌고 가기에는 기업과 가계의 고통이 너무 크다. 결국 가계부채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인데,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정부의 인식이 시장에 어떤 신호로 작용할지 걱정이 커진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