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도 ‘무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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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언택트 시대…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도 ‘무인화’ 편리해졌지만 일자리 감소, 보안 취약, 기술 개선 등 문제점도

기사입력2022-03-04 00:00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A씨의 동네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대형마트에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교적 결제가 빠른 무인계산대를 이용한 지 오래 됐다. 상품의 바코드(혹은 QR코드)를 인식하고, 결제할 카드를 삽입해 계산하면 끝이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다보니 직원이 없어도 키오스크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집 근처에도 무인매장 두 곳이 들어섰다. A씨는 ‘저 가게들이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 ‘점주는 물건을 털릴 걱정은 없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무인매장들은 (망하지 않고) 별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 무인매장의 대중적인 형태로 수입과자 할인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셀프빨래방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직원 없는데 ‘편리하네’=2020년 오픈한 더현대서울은 ‘리테일테크(Retail-tech)’를 접목한 공간을 선보였다. 바로 6층에 들어선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이 공간은 현대백화점그룹 IT전문 자회사인 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탄생했다. 33㎡(약 10평) 규모로 패션잡화, 생활용품, 식음료, 굿즈 등 200여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숍 형태로 꾸며진다.

‘현대식품관 투홈’ 모바일앱의 QR코드 체크인 기능을 사용해 매장에 입장한 뒤, 선택한 상품을 갖고 매장을 나가면 사전에 등록해놓은 결제수단으로 5분 내 자동 결제된다. “어라? 계산하는 직원이 없네?”라며 당황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오픈 초기에 웨이팅이 100팀이 넘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무인시스템 국내 안착=국내 편의점 업계 및 대형마트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롯데마트는 지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 잠실점을 미래형 매장 ‘제타플렉스(ZETTAPLEX)’로 리뉴얼하며, 비대면 스마트 결제시스템 롯데마트GO(롯데마트 전용 앱)를 도입했다.

특히,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무인상점 운영이 활황이다. 이마트24는 2021년 9월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서 AI,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음성인식, 클라우드POS 등 자동결제 기술을 구현한 완전 무인매장을 선보였다. 이마트24의 하이브리드 매장(심야시간에만 무인 운영)은 1000개에 육박한다. 세븐일레븐의 무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완전 무인매장이 40개, 하이브리드 매장이 150개다. 핵심기술은 핸드페이(HandPay)로 롯데카드의 정맥인증 결제서비스가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의 편의성 증가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에서 무인매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AI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편의점 업계가 IT 기업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무인 편의점을 계속해 개발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무인매장의 대중적인 형태로는 수입과자 할인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셀프빨래방 등이 속속 등장하고 무인 휴대폰 매장도 생겨났다. 24시간 무인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AI가 요금제를 상담해 주도록 해 직원 설명 없이도 고객 혼자 모든 개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델이다. 무인 스터디카페의 경우는 키오스크를 통해 스터디룸 입퇴실 관리 및 결제가 이뤄진다.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무인매장은 증가 추세다.

◇무인화 되는 동네슈퍼=비대면 소비 확대 등 유통환경이 변화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동네슈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슈퍼를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스마트슈퍼는 낮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혼합형 무인매장이다. 무인 출입장비, 무인 계산대, 보안시스템 등 스마트기술·장비 도입과 디지털 경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동네슈퍼 모델이다.

1호점(형제슈퍼, 서울시 동작구), 2호점(중소기업중앙회 구내 나들가게, 서울시 영등포구), 3호점(그린마트, 안양시), 4호점(모아마트, 춘천시), 5호점(대동할인마트, 울산시) 등이 운영되고 있다. 스마트슈퍼는 주인이 퇴근한 후에도 손님이 스스로 이용할 수 있고, 주말에 쉬면서도 영업할 수 있어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 1호점은 개장 이후 일평균 매출이 32.6%, 2호점은 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아마존고 이용방법

<자료=KOTRA 해외시장뉴스>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하는 등 삶의 질도 높아졌다. 중기부에 따르면, 스마트슈퍼 2호점 이창엽 대표는 “가게에서 일하다가 잠깐 볼 일이 생겨도 무인매장으로 전환해 놓고 나갔다 올 수 있고, 무엇보다 주말에 쉬면서도 영업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슈퍼 2호점을 혼자 경영하는 그는 기존에 점심을 급하게 먹고 화장실도 자주 못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마트슈퍼로 전환한 후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미국, 스타벅스 무인매장=지난해 스타벅스는 뉴욕 맨해튼에 아마존 고의 무인결제시스템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을 도입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아마존 고(Amazon Go)’는 대표적인 무인매장(무인상점)으로 2018년 1월 시애틀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아마존 고의 자동결제기술인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은 모바일 앱을 활용해 제품이 선반에 반입되거나 반품되는 시점을 자동으로 감지해 가상 카트(Virtual cart)로 추적하고, 쇼핑 후 상점을 나가면 모바일 앱을 통해 영수증을 받고 아마존 계정에 청구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식사용 조리식품, 베이커리 및 간식류, 우유, 치즈, 초콜릿, 밀키트(Meal kits)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 고에서 사용한 대부분의 기술이 자율주행차에도 적용되는 기술로 두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카트에 부착된 스캐너=일본 역시 저출산, 고령화, 청년 취업률 개선에 따른 점포 일손 부족, 코로나19 방역대책 강구에 따른 언택트 수요가 증가한데다 IoT, AI 등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기술의 보급화가 가능해지면서 무인매장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활용되는 무인매장 기술의 핵심은 카메라와 센서다. 고객이 가게에 입장하면 가게 내부에 배치한 무수히 많은 카메라와 센서가 고객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고객이 물건을 고르면 RFID, QR코드 등의 기술로 재고 현황을 갱신한다.

대형마트업체 TRIAL은 무인화 기술로 매장 내 배치된 선불카드 발급기를 통해 매장 회원으로 등록하고 선불카드를 충전하면, 무인 결제단말기가 달린 쇼핑카트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카트 단말기에 달린 스캐너에 사고 싶은 물건의 바코드 부분을 찍으면 결제 목록에 추가해 자동결제를 하는데, 결제 시 쇼핑 중 스캐너에 인식되지 않은 물건이 있을 경우 경보가 울린다. KOTRA 후쿠오카 무역관에 따르면, 대형마트 TRIAL이 무인매장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일손 부족 문제 해결, 코로나19 방역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중국, “디지털 기술 익숙해”=중국의 일반 소비자들은 식당에서 QR코드로 식사를 주문하고, 무인 편의점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안면인식을 통해 지하철을 타는 등 디지털이 접목된 소비에 익숙하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 JD 닷컴(JD.COM)은 QR코드와 초소형 칩을 활용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 유통 스타트업 빙고박스(Bingobox)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무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이 생겨나고 있다.

무인매장은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가능해, 현금뿐만 아니라 지갑 자체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또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무인매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이코노미

◇UAE, 체크아웃 프리 매장=UAE는 인터넷·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타 중동 국가들보다 신기술 도입에 개방적이다.

2021년 9월 대형마트인 까르푸가 중동 최초의 무인매장 ‘까르푸 시티 플러스(Carrefour City+)’를 쇼핑몰인 오브 디 에미레이츠(Mall of the emirates)에 개점했다. 까르푸 시티 플러스의 운영방식은 별도의 계산대가 없이 운영돼 체크아웃 프리(Check-out free) 매장이라고도 불린다.

전용 앱에서 발급하는 입장 QR코드를 찍어야 하며 최대 2명과 함께 입장할 수 있다. 입장 후 원하는 제품을 집어 들면 앱의 가상 장바구니에 물품 내역이 기록되며, 그대로 매장을 나서면 별도의 결제과정 없이 자동으로 앱에 등록한 카드에서 구매금액이 인출된다. 75㎡ 규모의 해당 매장에는 97개의 카메라가 설치돼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AI 등 기술을 통해 제품과 소비자의 동선을 추적한다.

◇고령층 위해 기술 개선 필수=무인매장의 장점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인공지능 기술 등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의 내역, 구매패턴, 구매순서, 상품을 고르는데 걸리는 시간 등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즉 빅데이터를 구축해 고객별 맞춤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가능해지며, 소비자는 더 이상 현금뿐만 아니라 지갑 자체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고객 편의성이 증대된다.

반면, 무인매장이 늘면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지 Bloomberg는 미국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의 등장으로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3%(350만명)에 해당하는 계산원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업률이 6.3%까지 증가해 4년간 노동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게다가 CCTV 등을 통해 주류 등의 구매연령을 통제하는 시스템도 한계로 지적됐다. 보안 문제도 취약하다. 국내에선 훔친 카드로 무인매장에 입장해 장보듯 물건을 싹쓸이해 간 일당이 적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택트 수요 증가, 인건비 절감 등의 니즈에 힘입어 무인매장 도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인매장이 증가하게 되면 RFID, 안면인식, 캐시리스 결제, 정보보안 등의 주변 산업과 기술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2021년 9월 한국소비자원의 ‘키오스크 사용 관찰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 5명 중 3명이 버스터미널의 키오스크(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단말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향후 무인매장이 골목상점까지 활성화되려면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인구도 이용하기 쉽도록, 사용자 중심의 기술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