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폐해를 막을 ‘가이드라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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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온라인 플랫폼 폐해를 막을 ‘가이드라인’ 필요 혁신기반 마련에도 필요…생태계에 맞게 산업분류도 혁신해야

기사입력2024-05-23 12:3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고, 플랫폼 기업 영향력도 커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함께 늘고 있다. 현행 법과 규제로 통제할 수 없는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의 불공정 행위를 통제하고, 지속적인 혁신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추세에 맞는 가이드라인도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1일 개최한 ‘상생하는 온라인 플랫폼 거래환경 조성을 위한 합리적 규제 방안’ 토론회에서 이를 제안했다. “혁신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독점적 초과이익을 향유하면서, 진입장벽을 강화해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 장벽을 세웠다”고 지적하며, “우월적 지위남용과 알고리즘 조작행위 등으로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혁신의 부정적인 결과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불만족도 증가=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은 디지털 기술 고도화를 선도하고 플랫폼 주도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으며, 산업간 경계를 넘어선 융합과 혁신을 촉진했다. 또, 새로운 고용시장을 창출하는가 하면 국가기반 인프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플랫폼을 통해 개방적인 소통·협업이 강화되고 운영비용 절감과 유휴자원 활용, 편리한 정보제공, 업무 효율화 향상 등 사회후생이 증대되기도 했으며 모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효익을 가져오기도 했다.

반면 기술 오남용 우려, 일부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 발생, 기존 업계·제도와의 갈등, 플랫폼 종사자 보호 이슈, 서비스 장애·디지털 범죄 등으로 인한 피해 증가 등 플랫폼 성장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온라인 플랫폼 사용자들은 불만족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이용 중 부당행위를 경험했다는 사용자는 2020년 47.1%에서 2021년 53.4%로 증가했다. 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한 2020년 이후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이 급증했다. 2018년 17건이었던 온라인 플랫폼 분쟁은 2020년 73건, 2021년 103건으로 늘었다.

위 소장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에 따른 독점적 시장지배력에 의한 지위 남용은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경쟁사업자 대비 유리하게 취급하는 ‘자사우대’ ▲거래상대방에게 자사 상품, 용역을 공급하면서 부당하게 다른 상품과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사업자로부터 구입하도록 하는 ‘끼워팔기’ ▲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인 ‘멀티호밍 제한’ ▲입점사업자에게 자사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거래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 등 거래조건을 다른 유통경로 대비 동등하거나 유리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최혜대우 요구’ ▲다른 결제방식 유도를 금지하거나, 입점업체가 소비자에게 다른 플랫폼을 써달라고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안티스티어링(Anti-steering)’ ▲반경쟁 인수합병 방식으로 주로 대기업이 작은 기업을 인수해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상품 개발을 막는 ‘킬러 인수합병’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플랫폼 자율규제는 가능할까=문재인 정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2021년 1월 발의한 바 있다. 또, 21대 국회에서는 현장의 소상공자영업자와 디지털 경제적 약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총 30여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 됐지만, 실질적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위 소장은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며 자율규제를 주창하고 있지만, 공정성의 확보보다는 경제사회적 강자 중심의 구조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가 빈번한 이유는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사익추구 등 각종 반사회적 행위들을 사전적·합리적으로 규제하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1일 ‘상생하는 온라인 플랫폼 거래환경 조선을 위한 합리적 규제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지속가능한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위한 규제혁신방안 보고서’는 모든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 대해 자율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특히 물류·유통, 클라우딩 SW 솔루션, 정보제공, 인공지능 등은 자율규제를 도입해 활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자율규제 도입이 적절한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자율규제의 도입·활용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태계에 맞는 구조 혁신·제도=EU,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의 경우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공정하고 투명한 소비자 보호 차원의 디지털 플랫폼 시장구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위 소장은 플랫폼 기업이 현재의 각종 법령과 규제를 용이하게 회피해 독과점적·시장지배적·우월적 지위 행위를 실행할 기회와 영역이 넓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에 맞는 산업분류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서 일반적인 제조서비스업 구분과 도소매업을 벗어난 별도의 중개업 분류와 또 다른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플랫폼독점규제법)도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위 소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디지털시장의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의 불공정행위를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경쟁을 촉진하고 지속적인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데도 부족함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추세와 최소한 동일한 규제 내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