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김밥부터 떡볶이까지…세계로 뻗는 K푸드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냉동김밥부터 떡볶이까지…세계로 뻗는 K푸드 K-푸드 명성 알린 기업을 찾아서…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기사입력2024-06-19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오~ 생각보다 맛있어요. 속 재료도 풍부하고 밥의 질감도 좋네요. 바쁜 아침이나 점심 혹은 저녁 식사를 가볍게 하고 싶을 때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11일부터 4일간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SEOUL FOOD 2024)에 참가한 관람객이 냉동김밥 시식코너에서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K-푸드는 이제 전 세계의 입맛을 움직이는 대명사가 됐다. 맛은 기본이고, 영양소가 충분히 배합돼 있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무엇보다 트렌디하다는 점이 해외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해외에서 K-푸드의 명성을 알린 기업들이 거꾸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는 해외에서 입지를 구축한 한국 토종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등 1605곳의 식품기업이 참가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번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은 이미 해외에서 입지를 구축한 한국 토종기업들이 국내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혹은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인들에게 자국의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 52개국 1605개 식품기업이 2696개의 부스를 열고 각자의 ‘맛’을 뽐냈다.

美서 ‘돌풍’ 김밥·떡볶이…고유의 맛이 세계로

“여기가 요즘에 핫하다는 거기야?”

한 중소기업 관에 20~30대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금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부스 안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미국에서 냉동김밥 돌풍을 일으킨 ‘올곧김밥’이다. 2022년도에 1년간 개발 기간을 거쳐 작년 8월 미국의 대형마트인 트레이더 조에 수출해 초도물량 250만톤을 한 달 만에 품절시킨 곳이다.

지금은 미국에 이어 멕시코, 호주, 홍콩 등 전 세계 22개국에 한국 정통 김밥의 맛을 소개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곧의 냉동김밥을 이경준 본부장이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올곧의 냉동김밥은 3.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과 꽉찬 속 재료로 미국에서 건강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올곧(ALLGOT) 영업마케팅본부 이경준 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만남에서 “미국의 580개 트레이더 조 매장과 한인마트인 H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웰푸드를 통해서도 수출하고 있다”며, “현지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정크푸드에 길들여져 있던 미국인들에게 저렴하면서 보관도 용이하고, 금방 데워 먹을 수 있는데,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일본의 마끼라 생각했다가 마끼와는 맛, 식감부터 다르니까 이젠 김밥 자체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올곧의 김밥은 미국에서 3.99달러에 판매한다. 한화로 따지면 약 5000원이다. 샌드위치 한 개 가격이 보통 1만5000원정도 하는 미국에서 이만한 가격에 이 정도의 퀄리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의 평이다.

수출용은 유부 우엉, 야채, 잡채, 버섯 잡채 맛이 있다. 육고기 수출이 금지돼 있기 때문인데, 오히려 야채만으로 구성돼 있어 건강하다는 개념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유부 우엉의 식감이 튀김 같은 고기 식감이 나서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한다.

최근 올곧의 김밥은 한국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다음 우리나라에 역으로 들어온 케이스다.

이경준 본부장은 “한국 사람은 프레쉬한걸 좋아한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냉동식품 하면 ‘저렴한, 안 좋은 원료’ 이런 개념이 강했는데, 미국에서 건강식 개념으로 자리 잡다 보니 한국에서도 붐이 일어나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사실 올곧의 냉동김밥은 작년 8월 수출과 함께 쿠팡에서도 국내 판매를 동시에 시작했고, 국내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야말로 터지고 난 후에, 물량이 더 많이 쌓였다고 한다. 한국의 오프라인 마켓에는 작년 11월부터 이마트 몇몇 지점부터 시작해 올해 1월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본격적으로 납품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마켓도 늘려 쿠팡을 비롯해 컬리, SSG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광천김에서 내놓은 냉동김밥. 김 전문기업인만큼 김의 조직감, 두께, 중량 등을 자유자재로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중기이코노미

김 사업으로 입지를 다진 후, 냉동김밥으로 제2의 호황을 노린 회사도 있다.

㈜광천김 허성문 영업총괄 이사는 “광천김에서 만드는 김밥 김의 경쟁력으로 김밥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년 말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올해 4월에 충남 홍성군에 공장 설비를 완료해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김밥에서 김은 매우 중요한 위치다. 광천김은 대한민국 대표 김 전문기업인만큼 품질에 있어 자신감이 있다. 특히, 김에 차별화를 주기 위해 김의 조직감, 두께, 중량 등을 우리가 자유자재로 맞출 수 있어 김밥의 특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초중고교 자녀들이 학교에 간식으로 들고 갈 정도로 이미 간식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었던 만큼, 냉동김밥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공장 설립 전부터 현지 바이어들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허 이사는 “이미 미국에서는 조미김이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조미김보다 10~15% 염도를 낮춰 납품해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이라고 했다. 참고로, 광천김은 세계 50개국에 980억원어치의 김을 수출하고 있다.

현재, 광천김의 냉동김밥은 미국과 유럽의 대형마트와 창고형 매장을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USDA(미 농무부)에서 유기농 김밥 인증을 받아 유기농 시장에도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생산량은 하루에 8만줄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고추장 비빔, 우엉유부, 잡채 김밥 등 비건 3종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속 재료를 달리하면서 제육, 진미채, 참치마요 등 7~10가지의 김밥 종류로 확대 생산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는 농협하나로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는 “대한민국 내에도 분명히 냉동김밥 시장은 있다. 한국 사람에게 김밥은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음식이고, 도처에 김밥가게가 널려 있지만, 생각해 보면 김밥가게에 가서 김밥을 먹은 기억은 한 달 사이에 몇 번 없을 것”이라며, “김밥을 냉동고에 넣어놓고 데워먹기 편하기 때문에 바쁜 일상에 간편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음식으로 좋다”고 추천했다.

영풍의 김영택 매니저가 요뽀끼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한국 특유의 매콤함이 매력인 떡볶이는 쫄깃쫄깃한 식감과 다양한 맛으로 최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농업회사법인 ㈜영풍은 컵떡볶이로 한국의 매운맛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글로벌영업팀 김영택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에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1년간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수출이 주력이기 때문에 판매량에서도 수출이 70%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데,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오세아니아 등 5대양 6대주에 수출망을 갖고 있다. 수출량도 매년 5% 이상씩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매콤달콤한 맛을 비롯해 치즈, 어니언, 로제, 짜장 등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고, 할랄 라인까지 내놨다. 그중에서도 인기 제품은 화끈하게 매운 맛과 매콤달콤한 맛이라고 한다. 로제 같은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맛도 인기다.

김영택 매니저는 “국내에서는 떡볶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흔하고, 경쟁사도 많지만, 해외는 아직 시장도 넓고 판매할 루트가 많다”며, “특히 떡볶이 자체의 모양과 특유의 매콤함이 소구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을 잡아라”…해외에서 한국으로

한국의 전통음식 중 하나인 ‘전’을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온 업체도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높은 퀄리티와 맛으로 소개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푸른원의 냉동전과 튀김 모습. 베트남의 공장에서 우리 작물로 생산해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은 저렴하고, 퀄리티도 보장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푸른원 윤배 상무는 중기이코노미에 “해외에서 냉동농산물과 냉동농산가공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다, 전류 생산을 위해 베트남에 공장을 지어 작년 5월 시생산을 시작으로 생산, 납품하고 있다”며, “베트남과 FTA를 체결한 이후로 관세가 낮아졌고, 인건비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키운 농산물을 이용해 냉동전, 냉동튀김 등을 만들어 우리나라로 역수출하고 있는 이 업체는 베트남 현지에서 재배하지 않는 파, 깻잎 등의 한국 농작물을 심어 교육까지 진행한다. 기후가 달라 과연 농작물이 잘 자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4~10월까지는 우기라 덥고, 습해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지만, 10월 말부터 3월까지는 한국의 봄, 가을 날씨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남은식 마케팅팀장은 베트남의 수산물 품질도 뛰어나다고 어필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은 해물이 들어간 전을 좋아하는데, 베트남의 수산물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을 만들면 우리나라 입맛에 맞고, 퀄리티 또한 우수하다”며, “원재료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에 좀 더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푸른원의 제품은 대기업 케이터링이나 프랜차이즈를 통해 공급 중이고, B2C 시장에서는 자체 브랜드명으로 쿠팡 등의 오픈마켓을 통해 상반기 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캐나다 캘거리(Calgary)에서 소고기를 소개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날아온 업체의 부스에도 관람객들의 관심이 몰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캐나다 소고기는 미국, 호주산에 비해 유명한 편은 아니다. 가격적인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캐나다 우육 공사가 들고나온 다양한 종류의 캐나다 소고기. 캐나다는 약간 선선한 기후와 엄격한 품종 관리로 우수하고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한다. ©중기이코노미

캐나다 우육 공사(Canada Beef International Institute) 신영균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에 “미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가장 먼저 체결했고, 이후 호주가 체결했다. 그 3년 뒤에 캐나다·뉴질랜드와 FTA를 체결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현재 관세는 5.3%이고, 2년 뒤면 이마저도 제로가 된다”며, “캐나다의 올해 관세는 13.3%다. 미국산과 품질면에서 비슷하고, 등급을 가르는 가이드라인도 비슷한데 가격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캐나다가 한국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세계시장에서 미국, 일본, 멕시코 다음으로 큰 마켓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양만 연간 1만5000톤에 달한다. 하지만, 수입육 마켓쉐어로 보면 3%밖에 되지 않는다. 2008년 미국 광우병 사태 이전인 7~8%의 마켓쉐어때보다 떨어진 것이다. 참고로, 호주산과 미국산이 40~50%를 차지하고, 뉴질랜드산이 5~6%를 차지한다.

하지만, 맛은 그 어느 수입육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신영균 매니저는 캐나다는 품종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고기가 좀 더 부드럽다는 피드백도 많다. 지리적으로 미국보다 북쪽에 위치해 있어 기후가 춥기 때문에 가죽이 좀 더 두껍기 때문이다.

신영균 매니저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한국 마트를 보면 거의 미국산과 호주산이고, 프로모션할 때 캐나다산과 뉴질랜드산을 선보인다”며, “바이어들은 사실 다양한 수입육을 소개해 마트마다 차별화를 두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요즘처럼 미국 생산량이 줄어 수출 가격이 늘어난 상황에서는 캐나다산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떡, 빵, 과자를 만드는 기술력도 승승장구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돕는 오감 놀이, 촉각 놀이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언제나 인기다. 그중에서도 최근 부모와 어린이집 교사 사이에서 떡 만드는 키트는 슬라임의 대체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제품이다.

라이스클레이의 쿠킹 키트.

㈜라이스클레이의 ‘쌀이랑 놀자’라는 쿠킹 키트를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한 민정연 매니저는 “다른 떡 만들기 키트는 가루로 돼 있어 물을 넣어 반죽해야 하지만, 이 제품은 반죽 관련 특허제품인 라이스 도우로 만들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소개했다.

5가지 색상의 라이스도우와 앙금, 만들기 도구 세트, 식탁보 등 꾸미기 도구, 스푼과 칼 등이 모두 들어 있어 떡을 만들고 난 후 물티슈로 정리만 하면 된다. 게다가 냉동 상태로 보관하다 사용 전 1시간~1시간 30분 전에 자연해동 시킨 후 설명서와 유튜브를 보며 따라 하면 된다.

가장 큰 특징은 찌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천연재료를 사용해 안전하게 만들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키트화 된 계기는 코로나19 때문이다. 민정연 매니저는 “이전에는 도우 반죽과 앙금을 교육용으로 판매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에 집합교육 자체가 금지돼 강사가 교육할 수 없었다”며, “이에 가정에서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키트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제품은 아이들 심리 안정에도 효과적이다. 아이들 특성상 정신없고 집중하지 못하는데 이 수업 때만큼은 아이들이 차분해지고, 1시간씩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뿌듯해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공공기관 등에서 교육용 교구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제과 제빵 쪽에 특성화된 기계를 들고나온 업체도 있다. 36년간 식품 기계를 납품하고 있는 ㈜디에스이엔지는 SPC그룹, 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와 CJ, 롯데푸드 등 대기업의 1차 벤더다.

이 회사의 기계설계부 정철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설비부터 제작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한다”며, “대표적으로 식빵 믹서기의 경우 최대 800kg까지 칠 수 있다. 걸리는 시간은 10~20분 정도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사 먹는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등의 식빵이 모두 이 기계에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특히 글루텐 형성이라고 하는 반죽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데, 최대 생산량은 시간당 2~3톤이라고 한다. 여기에 여러 가지 맛의 식빵도 겸용으로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정철 과장은 “규모 면에서, 기술적인 면에서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 모두 빵과 제과 쪽에 특성화돼 있는 인원으로 꾸려져 있다”며, “이런 이유로 제과제빵에 대한 특성을 잘 캐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