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우연을 포용하는 시적인 작업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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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자연과 우연을 포용하는 시적인 작업 세계 수묵화의 전통을 확장해가는 김민정 작가 개인전 ‘Mountain’

기사입력2024-12-30 17:3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김민정, Blue mountain, 2022, watercolor on mulberry Hanji paper, 95×204cm, 갤러리현대 제공.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 ‘Mountain’이 지난 11월9일 시작해, 2025년 2월9일까지 프랑스 남부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매그 재단(Fondation Maeght)에서 열린다.

매그 재단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 재단 중 하나로, 20세기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해 온 저명한 기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민정 작가의 대표 연작인 ‘Mountain’ 6점과 ‘Nuit de la mer’ 연작 1점을 소개하며, 자연과 우연을 포용하는 그의 시적인 작업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생폴 드 방스는 산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로,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다.

김민정 작가는 1962년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1991년 한국을 떠나 브레라국립미술원(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에서 유학하며 동양화를 바탕으로 모더니즘 예술가들의 다양한 양식을 탐구했다.

그는 말레비치, 클레, 로스코, 브랑쿠시 등의 영향을 받아 현대 추상화의 구성 어휘로 동아시아 서예와 수묵화 전통을 확장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민정, Nuit de la mer, 2023,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110×75cm, 갤러리현대 제공.

작품은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와 먹, 불 등의 기본 재료를 통해 완성되며, 모든 작업은 반복과 절제를 통해 명상적으로 이루어진다.

김민정은 “선을 그리기도 하지만 선을 태워서 없애면서 나오는 선이 있다. 지워지는 선들이, 뜨거워서 없어지는 선들이 더 자유로운 선들이다”라고 언급하며, 그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설명한다.

김민정의 대표적 연작인 ‘Mountain’은 바다의 파도 소리를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바다의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를 겹겹이 쌓이는 먹의 레이어로 표현하며, 이는 작가가 고향 광주의 산을 기억하게 한다. 이러한 작품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닌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산의 본질’을 시각화했다.

반면, ‘Nuit de la mer’ 시리즈는 밤바다 위에서 빛이 물결에 닿는 순간의 인상을 담아낸 작품으로, 물과 빛이 교차하는 찰나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Mountain’ 연작의 남은 부분을 자르고 태워 재구성한 결과물로, 순환과 재생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매그 재단의 큐레이터 앨빈 리(Alvin Li)는 김민정이 서구 모더니즘을 연구하며 동아시아 실험미술의 계보를 계승하고 확장해 왔다고 평가하며, 그의 작품이 수묵 그 자체보다 더 수묵적인 혼성적 장면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작품은 테이트모던,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최근 제14회 광주비엔날레와 RISD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