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성…‘공공배달앱’으로 갈아타고는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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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공익성…‘공공배달앱’으로 갈아타고는 싶지만 수년째 ‘공공배달앱’ 활성화하자 목소리 높지만, 결국 소비자 혜택

기사입력2025-02-28 13: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공배달앱이요? 처음 들어보는 앱인데 그게 뭔가요?”

사회 초년생인 A씨(29세)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배달앱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 번도 공공배달앱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중에라도 공공배달앱을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A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혜택을 꼼꼼히 따져본 후 쓸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쓰고 있는 배달앱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면 옮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편리함을 포기하면서까지 옮기고 싶지 않다. 배달앱을 옮기는 건 큰 일이다. 옮길 때마다 개인정보, 결제정보를 줘야 하므로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옮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달앱 스티커가 붙어있는 치킨집 매장 ©중기이코노미

더 싼 데 없나?…대규모 자본 공세에 밀리는 ‘공공배달앱’

최근, 외식업 점주 사이에서 주목받는 공공배달앱은 ‘땡겨요’와 ‘먹깨비’다. 점주에게 부과하는 중개수수료가 각각 2%와 1.5%로 낮고, 여러 지자체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신한은행이 ESG 차원에서 운영하는 배달앱인 ‘땡겨요’를 사용해 봤다. 깔끔하게 정리된 UI로 불편함은 못 느꼈고, 할인 혜택도 다양했다. 결과적으로, 타임세일 15% 할인에, 첫 주문 쿠폰 5000원 혜택으로 5만6000원의 주문금액에서 1만3400원을 할인 받았다. 배달비는 무료였다. 단, 매장 선택권이 다른 앱에 비해 좁아 원하던 가게 대신 다른 가게를 선택해야만 했다. 특히, 인근에 같은 업종의 수많은 가게가 있음에도 앱에서는 약 10km 떨어져 있는 옆 동네의 가게가 많이 보였다. 땡겨요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리뷰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보너스 적립금을 주는 ‘맛스타오더’ 역시 활용 사례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공공배달앱의 활성화에 의문을 표하는 소상공인이 적지 않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주문이 잘 안 들어온다’, ‘소비자들이 첫 주문 쿠폰 쏠 때만 사용할 뿐, 결국엔 혜택이 많은 배·쿠(배달의 민족, 쿠팡이츠)로 가더라’ 등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현장에서는 공공배달앱이 공공성 측면에서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모션이 약해 홍보가 잘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이상백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어떤 배달앱을 선택할지는 소비자의 몫”이라며, “소비자는 공공성보다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곳에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결국 공공앱이 활성화되려면 소비자 프로모션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에는 투자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를 공공앱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점주들이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배달특급 이용하면 우리가 서비스 더 드립니다’와 같은 식이다. 일부 점주들은 공공배달앱으로 유도하는 리플렛을 제작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었다.

정부, 지자체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중선 사무국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소비자에게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가 이미 각인된 상태에서는 점주에게 무료 배달비를 비롯해 특별한 혜택이 지원되지 않으면 공공배달앱은 성공하기 힘들다”며, “각 지자체에서 공공배달앱을 운영한다고 하고선 잘되지 않는 이유 역시 자금이 없으니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고,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점주도 입점을 안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자금’ 싸움이라는 것이다. 공공배달앱의 시장점유율이 오른다 하더라도 자금이 핵심이다. 민간 플랫폼사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다시 시장을 장악하려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중선 사무국장은 “공공배달앱이 시장을 침투해 나가는 등 막상 경쟁구도로 돌입하면 민간에서는 돈을 써서라도 가격을 확 낮춰버릴 거다. 아니면, 쿠폰 뿌리고, 무료 배달 지원 등 강력한 프로모션을 감행하며 점주에게 거래를 시도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소비자는 ‘혜택’에 따라 배달앱을 선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20대의 사회 초년생 A씨는 이런 시장 논리에 따라 배달앱 초창기에 ‘요기요’에서 ‘배달의 민족’으로 옮긴 후, 현재는 ‘쿠팡이츠’에 정착한 상태다.

A씨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경쟁 구도에 있던 당시에는 요기요에서 쿠폰을 많이 뿌려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배달의 민족 회원 수가 월등해지면서 요기요의 ‘요기패스’와 배달의 민족의 ‘배민원’ 혜택을 따져봤을 때, 배민원의 쿠폰 혜택이 더 많았고, 환불 정책 등 CS 역시 빨라 만족도가 컸다고 한다. 그러다, 쿠팡이츠로 넘어온 이유는 쿠팡이라는 커머스 플랫폼과 연결돼 있다는 장점 때문인데, 쿠팡 와우회원인 경우 별도의 구독비, 배달료 없이 배달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즉, 같은 가게라도 가장 ‘저렴’하게 먹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A씨는 공공배달앱 역시 같은 기준으로 따져볼 거라고 말했다.

“외식 물가 곧 오를텐데”…‘공공배달앱’ 지금보다 활성화를

소비자는 더 혜택이 많은 배달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중기이코노미

치킨이나 중국집 등 배달 비중이 큰 점포 외에, 매장 매출이 더 높은 카페 쪽은 어떨까. 관련업계 점주들은 ‘배달앱=매출 확장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물론, 2000원대에 커피를 판매하는 곳은 배달앱 중개수수료 등으로 인해 부담스러운 형편이지만, 아메리카노 기준 4500원 이상의 금액을 책정한 곳에서는 매출 기회가 생기는 것에 감사해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카페 쪽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B씨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카페라는 곳 자체가 공간 소비의 개념이 강한 곳이고, 음료를 시키면서 디저트류를 함께 주문하다 보니 ‘남으면 폐기해야 할 음식을 팔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편”이라며, “음식점은 배달이 일상이지만, 카페는 배달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서 부가적인 수익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2월26일부터 시행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 의해 도출된 상생안은 모든 점주에게 부담으로 가중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차등 요금제 외에도 배달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사)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중선 사무국장은 “‘배달의 민족’을 기준으로 6.8%에서 9.8%로 올랐던 중개수수료를 2% 내린 대신, 배달비를 기존 2900원에서 3400원까지 올렸다. 만약에 주문 금액이 2만5000원 이상일 경우 상생수수료로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1만5000원 선에서 주문한다. 그러면 점주는 마이너스”라고 했다.

그러며, “플랫폼사에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무료 배달이라고 홍보한 뒤, 그 비용을 가맹점주나 자영업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며, “중개수수료, 광고비, 결제수수료 등을 합치면 배달 매출의 30~40%를 플랫폼사에 내는 셈인데, 원가비용, 인건비, 가게 운영비, 세금 등을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오는 4월 기준으로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이상백 회장은 “장사하는 점주보다 플랫폼이 훨씬 더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인데, 이번 상생안이 소상공인에게 불이익을 내는 구조로 바뀔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점주들이 배달 이중가격제 등을 해서라도 가게를 꾸려왔지만, 이제는 가격을 대폭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아마 3~4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배달의 민족 정액제 광고 상품인 ‘깃발 꽂기’ 서비스가 사라지고, 민간 플랫폼사에서 라이더를 직접 운영하게 되면, 점주와 직접 계약한 콜센터가 무력화될 것이고, 결국 민간 배달 플랫폼사에 라이더들이 종속돼 독과점 공급으로 흘러갈 수 있다”라고도 했다.

이처럼 배달 플랫폼의 정책은 외식업 점주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고객에게도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가한다. 이에 각 지자체는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충청북도 제천시는 공공배달앱인 ‘배달모아’ 활성화를 위해 지역 대학생에게 전입 지원금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놨다.

제천시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천시에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주소 이전을 하면 일 년에 특정 금액 이상의 배달앱 쿠폰을 줄 예정”이라며, “올해부터 준비하고 있는데, 세부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수료가 0%라서 지역 소상공인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2021년부터 시작한 이 앱의 가맹점 수는 700여개이고, 월 이용 고객도 몇천명 단위가 넘어간다. 문제는 배·쿠에서 주는 혜택이 워낙 많다 보니 젊은 시민들의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의 경우에는 시민에게 혜택을 주고, 그 액수를 소상공인에게 2배로 받아내는 시스템”이라며, 공공배달앱 사용을 독려했다.

경기도 기업육성과 관계자 역시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민간 배달앱은 소비자에게 쿠폰을 쏴주고, 그 투자 비용을 가맹점과 라이더에게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배달특급’ 외에도 공공 배달앱인 땡겨요, 먹깨비에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연동했다. 땡겨요는 올해 1월부터 연동했고, 먹깨비는 오는 3월에 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배달특급이 배달앱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정체기에 머무르자, 이에 대한 돌파구의 일환이라는 뼈아픈 진실이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배달특급이 공익성을 기반으로 한 앱이다 보니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소상공인에게 1%만 받다 보니 소비자에게 쿠폰을 쏘기라도 하면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천문학적인 도비 지원 없이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이에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선택지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지역화폐와 타 공공배달앱의 연계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공배달앱의 운영수수료를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이상백 회장은 “공공배달앱의 낮은 운영수수료는 소비자에게 프로모션을 많이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공공성은 있지만, 대부분의 공공배달앱이 현상 유지하기 바쁜 상황”이라며, “세금으로 프로모션을 할 수는 없으니, 운영수수료를 지금보다 1% 정도 더 높여서 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사)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중선 사무국장은 “현재 지자체별로 운영되는 앱을 전국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 지원을 비롯해 지역 상품권을 통합적으로 쓸 수 있는 구조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