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만명 창업…‘아이템 포지셔닝’이 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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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매년 100만명 창업…‘아이템 포지셔닝’이 성패 경쟁제품, 가격전략 따라 타깃 정해야…창업전 출시이유 명확하게

기사입력2016-07-13 13: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산업진흥원 산하 강남청년창업센터 창업전략팀 송유정 선임은 최근 “이런 붐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창업 관련사업도 넘쳐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신규사업자 수는 112만7246명에 이른다. 100만명의 창업자가 있다면 100만가지의 아이템이 있다. 그러나 그 중 누구는 시장에서 성공하고, 누구는 몇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다. 모두가 성공할 것이라고 시작한 아이템인데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Hug+’는 대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원사로 만든 친환경 타월을 출시하고 욕실가운, 베개, 향초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사진=Hug+ 홈페이지>

◇타깃이 같아도 결과는 다르다=‘Hug+’(허그플러스)는 ‘저평가 제품의 재탄생’이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 Hug+의 최창환 대표는 Hug+를 ‘디자인 콘텐츠’ 회사라고 소개했다. 저평가 받는 제품을 다시 디자인해 새로운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Hug+가 추구하는 사업방향이다. 100% 대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원사로 만든 친환경 타월이 리브랜딩의 대표적 사례다.

Hug+는 아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면서 기존 타월보다 비싸지만 충분히 소비할 수 있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했다. 저가이거나 사은품이란 인식이 강한 타월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고급화 아이디어가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 4년만에 연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한샘’, ‘이브자리’ 등 익히 알려진 기업들과 연예인들도 선물용으로 찾을 정도다. 현재 욕실가운, 베개, 향초 등 제품을 다양화하며 사업을 확장중이다.

Hug+가 성공사례라면 한복업체 ‘멍뭉’은 아쉬움이 남는 경우였다. 엄마들을 타깃으로 한복시장의 틈새라 할 수 있는 아동용 한복을 내놨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돌잔치와 같은 특별한 날을 위한 한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Hug+와 같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타깃이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아이템을 살리는 건 아이템 포지셔닝=창업컨설팅 회사인 ㈜희망설계의 김성호 전문위원은 “창업아이템을 보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은 경우가 많지 않고, 오히려 기성제품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창업자의 경쟁상대는 같은 창업자가 아니라 기성기업”이라고 말했다.

한복업체 ‘멍뭉’은 포지셔닝을 새롭게 해 애견수의 등 틈새시장을 찾았다.<사진=멍뭉>

Hug+와 멍뭉은 틈새시장을 찾았고 엄마들을 타깃을 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아이템 포지셔닝이 달랐다. 다시말해 제품을 고급화할지 아니면 저가 전략을 수립할지, 기존 경쟁제품은 무엇이고 경쟁회사와의 제품유사성은 없는지 등을 따진 포지셔닝에서 차이가 났다.

한 차례 실패를 겪은 한복업체 멍뭉은 컨설팅을 통해 제품의 차별성과 포지셔닝을 새로 했다. 인터넷에서 판매한 아동용 한복의 경우, 고가라고 하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또 중국 제품과 비교해 다자인 등에서는 앞서지만,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컨설팅 이후 선택지를 중저가로 정한 다음 제품을 다양화하는 한편 틈새시장을 노렸다. 아동과 성인 모두 특별한 날 입는 한복과 평일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으로 구분했다. 이와함께 반려동물 증가 추세에 맞춰 틈새시장인 애견수의 제품도 출시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4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포지셔닝 자체가 불분명해 마케팅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다. ‘랭킹닭컴’의 김영문 대표는 전공(체육학)을 살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쉽게 구할 수 없었던 닭가슴살을 인터넷으로 판매했다. 구하기 쉽지 않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타깃을 특정하지 않아 오히려 마케팅 효과가 떨어진 것이다. 결국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새로 정하고, 이들이 이용하는 카페와 연계해 닭가슴살 공동구매 전략을 세웠다. 또 보디빌딩이 취미인 고객에게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도록 사진관 대여를 알선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제품 인지도가 올라갔고, 창업초기 지지부진하던 매출은 1년 뒤 28억원을 기록했다. 4년이 된 지금은 연매출이 80억원에 이른다.

강남청년창업센터에 걸린 표어(위)와 입주기업들 ©중기이코노미

매년 100만명 이상 창업자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같은 생각(아이디어)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여기는 것은 순진하다. 좋은 아이템은 결국 소비자들의 만족을 얻는다.

김성호 전문위원은 “아이템의 좋고 나쁘고는 창업자 자신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다른 제품과의 상대적 평가를 통해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며 “다수 창업자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자신의 아이템만 바라보며 성공여부를 점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창환 대표 또한 “콘텐츠만으로 창업을 할 수 없다. 아이템 선정과 함께 타깃을 정한 후 시장조사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분위기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내 아이템이 세상에 나와야 할 이유가 창업에 앞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군가 먼저 비슷한 제품을 내놨음에도 자신이 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