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막는다…인적분할 신주배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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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자사주 마법 막는다…인적분할 신주배정 못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올 연말부터 시행

기사입력2024-12-25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앞으로 상장법인이 인적분할을 할때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쓰이는 ‘자사주의 마법’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주권상장법인 자기주식(자사주)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사주는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다시 사들여 보관하는 경우로, 자사주 취득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인식된다.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 등으로 자사주 취득이 크게 늘었다. 올해 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약 2.3배, 소각금액은 2.9배 증가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7년간 최대 규모다.

하지만 금융위는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오용되는 등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오용되는 등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문제는 자사주 관련 규정이 모호한데 있다. 현재 자사주에 대해서는 의결권･배당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지만,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그간 법령·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이 이뤄져 왔다.

이로 인해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데 활용되는 ‘자사주 마법’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예시로, 분할회사인 A사가 자사주를 30%, 대주주가 40%, 일반주주가 30% 보유한 경우를 상정하면, 인적분할 전에는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의결권 비율은 4:3이다.

여기서 인적분할을 실시할 경우, 신설 B회사는 분할 A사 주주의 지분율 대로 신주를 배정하기 때문에 지분율이 A사 30%, A사의 대주주 40%, A사 일반주주 30%가 된다. B사에 대해서는 A사 보유 지분도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B사 의결권 지분은 7:3으로 바뀐다.

금융위는 “다른 주주권과 달리 인적분할시 신주배정의 경우를 특별히 취급하는 것은 글로벌 정합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주요국은 자사주에 대해 신주인수권을 비롯해 일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개별규정으로 합병·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등을 제한하고 있다.

자사주 신주배정 못한다…공시도 대폭 강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 시행령은 상장법인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같은 취지에서, 상장법인이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경우에도 소멸되는 법인이 보유하는 자사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신주배정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자사주의 보유･처분 등 과정에 대한 공시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자사주 취득 이후 기업의 보유규모, 소각이나 처분 등 처리계획 등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 시행령은 임의적인 자사주 보유·처분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견제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이 되는 경우, 자사주 보유현황과 향후 처리계획(추가취득 또는 소각 등)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공시하도록 했다.

또 모든 상장법인이 자사주 처분시에는 처분목적, 처분상대방 및 선정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자사주 취득·처분과정에서의 규제 차이를 없애는 등 제도상 미비점도 개선했다.

그간 자사주를 신탁으로 취득할 경우, 직접 취득한 경우에 비해 규제가 완화돼 기업들이 신탁 취득방식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자사주 직접 처분과는 달리 신탁계약 기간 중 이뤄진 자사주 처분에 대해서는 공시의무가 없어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 규정은 신탁으로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에도 직접 취득방식과 동일하게 자사주 취득금액이 당초 공시된 자사주 매입금액보다 적은 경우에 사유서를 제출토록 했다.

또 계획된 자사주 매입기간 종료 이후 1개월 경과 전에는 새로운 신탁계약 체결을 제한했다. 아울러 신탁 계약기간 중 신탁업자가 자사주를 처분하는 경우에도 직접 처분과 동일하게 처분상대방 및 선정사유,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을 회사가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주권상장법인의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용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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