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부는 한파…상법 개정이 정상화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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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자본시장에 부는 한파…상법 개정이 정상화 첫발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민주당은 한국 자본시장 신뢰 회복시켜야

기사입력2024-12-19 10:0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비상계엄 여파로 외국 투자자들이 대거 국내 시장을 빠져나가면서 가뜩이나 침체됐던 주식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비상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인이 앞으로 할부로 치러야 될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커져가는 국내외 불확실성에, 한국 자본시장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고질병처럼 따라 붙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수식어는 소액주주에 대한 권리보호 부족 등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이 상법의 개정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회의 충실의무 확대, 즉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한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의 이사 선임에 대한 투표 권한이 제한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같은 조항도 마련됐다. 주주들의 의견이 경영에 반영되도록 하는 목적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와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도 포함된다.

소액주주들은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과도한 법적 책임 부여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소송 남발과 경영의 불투명성을 우려하며, 상법 개정안이 오히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상법 개정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시에 해소될 수는 없다. 그러나 최대주주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의 권리가 희생되곤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 불공정한 기업 환경은 지속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이제 우리 시장에서도 시작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제정돼 내년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자는 쪽으로 당론을 정한 바 있다. 현재 주식시장 상황과 투자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서다. 결국 금투세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해 금투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든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금투세 폐지 결론에 이른 더불어민주당은 표를 의식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런 더불어민주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취소했던 상법개정 토론회를 19일 다시 진행하며, 상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재개한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의 반발을 합리적으로 수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상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의 신뢰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안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