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머니를 채우기 전 가계부채 해결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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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국민 주머니를 채우기 전 가계부채 해결은 난망 저임금 해결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 대책이 나와야

기사입력2016-08-25 16:13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개학을 한 둘째 아이가 학교 알림장을 들고 왔다. 9월 초에 있을 수학여행. 제주도로 결정됐고 경비는 33만여원, 통장에서 빠져나갈 거란다. 심란해진다. 추석 연휴에 아이 수학여행 경비까지, 8월에 쓴 폭탄 전기요금 고지서도 곧 날아들 것이니, 이래저래 9월 살림살이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어렵다. 내가 느끼는 체감경기도 그렇고, 주변을 둘러봐도 살만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지면에 오르내리는 기사 대부분은 삶의 질이 곤두박질치는 현실의 그림자다. 노인빈곤율, 자살률, 노동시간, 만족도 등등의 통계는 OECD 국가 중 최고이거나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헬조선’이란 단어가 자기비하라고 금기시하지만, 사실 이 단어만큼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표현도 없다.

가계부채조차 폭발 직전에 있다. 금융당국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다시 금리는 내려야 할지, 대출 규제에 나서야 할지 판단도 못하고 있다. 돈을 풀면 가계부채 규모가 커질 것이고, 대출 규제에 나서면 당장 더 질 낮은 대출로 갈아 타야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내수 경기는 더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위기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향 브리핑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권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헌신짝 버리듯 하고 부동산 띄우기에 돈을 쏟아 부은 정부였다. 경제성장론에 기대어 노동자와 서민에게 저임금과 희생을 강요해왔다. 자영업자, 중소업체에 대한 정책적 배려보다는 대기업, 수출기업에 대한 걱정을 앞세웠다. 그래서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비었고, 내수가 멈췄고, 중소업체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오늘, 정부가 또다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주택시장의 공급 물량을 규제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조절해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정책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대출을 권유하는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이 가계부채 대책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요인은 정부의 대출 권유정책에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은 누누이 지적된 사실이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를 띄워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책의 수정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러면 지금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사람들, 집 없는 국민들은 어떡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번 대책에 여기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우지 않고서는 가계부채 해결이나 주택난 해결은 난망한 일이다. 먹고 살 수 있어야 빚도 줄이고, 내 집 마련의 꿈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죽도록 일해도 매달 적자나는 살림살이면 늘어나는 건 빚 밖에 없다. 그래서 가계부채 대책은 저임금 구조 개선과 안정적인 일자리 대책이 먼저다.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그리고 가계 빚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기왕에 해왔던 대출받아 집사라는 정책이나 오늘 발표된 대출규제 가계부채 대책이나 엉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래서는 내수를 살리지도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도 않는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일본 아베 총리는 경제단체에 임금인상을 읍소도 하고 권력의 힘으로 압박도 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일이 경제의 기본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다를 바 없다. 국민이 빈주머니이면 아무 것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