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전한 법이 가맹본부-점주 갈등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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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불안전한 법이 가맹본부-점주 갈등을 키운다 현행법 “가맹본부에 유리”…부당해지·강제구매 대표적 불공정 행위

기사입력2016-10-28 11:3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업경험이 없고 자본도 부족하지만, 자영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는 사업아이템이 ‘가맹사업’이다. 이미 알려진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고, 창업 A부터 Z까지 가맹본사가 알아서 해주니 큰 고민없이 시작할 수 있다. 가맹점산업은 2005년 이후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 보는 프랜차이즈 산업규모는 150조원이다. 하지만 성장세만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와의 갈등의 골이 깊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원인중 하나로 현행법의 불완전성을 꼽는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 26일 열린 ‘가맹점·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한 사업주가 피해사례를 발표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가맹사업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됐다. 이후 4차례의 개정이 있었지만, 업계는 여전히 가맹본부가 현행법을 이용해 가맹점주를 어렵게 하는 독소조항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들 간의 불공정행위는 ▲가맹계약 부당해지 ▲‘필수물품’ 구입강제로 인한 폭리행위 ▲상생협약 미이행 등이 있다.

◇가맹계약 부당해지=가맹사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맹계약 해지’다.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는 노동자는 해고나 실업 후 실업수당 등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이와 다르다. 대부분 빚을 내 사업을 하는 가맹사업자에게 가맹계약 해지는 해고보다 가혹하다.

가맹사업법 제13조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까지 사이에 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가맹본부가 이를 이용해 계약해지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가맹사업법 제14조에는 ‘가맹계약해지의 제한’이라는 조항이 있지만, 동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예외사유를 둬 가맹본사 해지구실을 열어뒀다.

문제는 현행법에서 가맹점주의 귀책사유 등에 의한 법정해지사유는 규정하고 있지만,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나 귀책사유 등에 대해 가맹점주가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이는 최근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이는 가맹점 매출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불거졌다. 사업자들은 가맹본부의 과실에 대해서는 가맹점주가 해지를 요구할 수 있고, 가맹본부는 이에대한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3년 8월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가맹점주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명시하고, 가맹점주협의회 구성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면서 가맹본부의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는 특히 심해졌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 따르면, 가맹본부들은 각 가맹점 점주협의회 회장 및 임원들에 대해 계약해지를 하고 있다. 표면적인 해지사유가 단체활동은 아니지만 단체활동을 시작하면서 본사의 압박을 받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있다는 것이 연석회의의 주장이다.

또 가맹사업법 제13조 제2항에서는 가맹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렇다 할 이유없이 10년 계약을 지속했다는 것만으로 가맹점주 의사에 반해 가맹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는 불리한 구조다. 연석회의 측은 “일부 가맹본부는 이 점을 이용해 추가 인테리어를 강요하기도 하며, 단체결성 활동이나 가맹본부에 대한 문제지적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년으로 제한된 가맹갱신청구권을 악용하거나 남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맹점주협의회 회장 및 임원의 계약해지 사례

<자료=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필수물품’ 구입강제로 인한 폭리행위=가맹사업의 본질은 가맹점에 상호, 간판 등 영업표지 등의 사용을 승낙하는 대신 일정한 품질기준이 유지되도록 가맹본부가 경영지원이나 통제를 하는데 있다. 하지만 최근 가맹본부들은 이같은 로열티 사업이 아닌 유통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부 가맹본부는 오너의 특수관계인 회사를 유통과정에 끼워넣어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미스터피자가 오너일가의 특수관계인이 세운 물류회사를 통해 치즈가격을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가맹점주들에게 공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9월 서울시가 49개 가맹본부 1328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필수구입 물품에 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맹본부를 통한 가맹점의 원부자재 구입비중이 전체의 8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들의 74.7%는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 필수구입 물품 중 시중에서 구입해도 상품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품목이 있다고 답했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응답한 품목은 식용유, 음료주류, 일회용품, 포장재, 쌀 등이다. 또 본사에서 공급하는 원부자재와 동일한 상품을 시중에서 구입할 경우 월평균 110만4000원의 구매비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가맹점주들은 가맹거래법 조항에 필수물품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하게 구매를 강요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생협약 미이행=가맹사업법 제15조 제4항은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간 협약체결을 권장하고 이행을 독려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가맹점주들의 단체결성이 늘고 가맹본부에 대한 의견제시가 활발해지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뚜레쥬르, 정관장, CU, GS, 롯데리아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주관 하에 상생협력협약서를 체결했다. 미스터피자, 피자헛, 본죽, 아리따움 등은 국회의원의 중재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바르다김선생과 브레인스쿨은 가맹점주협의회 요청에 의해 외부기관의 개입없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상생협력협약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법적효력이 없으며, 가맹본부가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거가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또 협상 당사자인 가맹점사업자는 인적·물적 제약에 따라 가맹본부에 비해 협상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상생협약 불이행시 처벌조항을 마련하거나, 상생협력협약 체결여부에 따라 가맹본부에 혜택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맹점 상생협약 현황

<자료=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20대 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 잇달아 발의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하고, 가맹사업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가맹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전해철, 홍익표, 최운열, 설훈, 고용진, 제윤경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 황주홍 의원 그리고 새누리당 김상훈, 김성원 의원 등이 가맹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거나 준비중에 있다. 주요 개정요구 내용은 ▲가맹사업자단체 구성권 구체화와 거래조건협의 요청권 강화 ▲불법부당한 가맹계약 해지 제한 ▲광고판촉비에 대한 사전동의권 규정 ▲부당한 원부자재 비용강요 금지 ▲10년차 이후 가맹계약 해지조항 삭제 ▲단체(상생)협약 미준수시 제재대안 마련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27일 전국의 가맹점주들과 함께 준비한 ‘가맹점주 보호법’이라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대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같은 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가맹사업법 개정안 신속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이상의 가맹점사업자 영업지역 설정 ▲가맹본부가 광고나 판촉행사를 할 경우 가맹점사업자의 사전동의 필수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10년 기한 삭제 ▲가맹본부의 귀책사유가 발생하거나 가맹점사업자의 질병발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가맹계약을 해지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부당한 계약해지 등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벌칙도 강화했다. 가맹본부가 ▲해지절차에 반하거나 부당하게 가맹계약을 해지한 경우 직접적인 벌칙규정을 신설하고 ▲가맹본부가 이 법 규정을 위반해 가맹점사업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또 가맹점주들이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는 경우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가맹사업주자단체의 법적지위를 강화하는 한편 ‘단체교섭권’을 강화하고 ‘단체행동권’도 일부 보장했다. 개정안에 따라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의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정당한 이유없이 그 협의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맹본부가 정당한 이유없이 협의요청을 거부할 경우 가맹점사업자단체는 30일 범위 내에서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맹사업 거래를 일지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은 가맹본부를 신고한 자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주간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행을 조성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