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커피전문점…가맹본부 배만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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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레드오션 커피전문점…가맹본부 배만 불렸다 이디야 요거프레소 투썸, 가맹본부 매출 늘고 가맹사업자는 감소

기사입력2016-12-01 00:00

“커피시장의 정점은 2013년 봄이었다.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커피가 좋다는 열정만 갖고 시작하면 처절하게 망한다. 지금 시점에선 안하는 게 맞다” 경희대 외식산업학과 최규완 교수의 말이다. 최 교수는 2014년 11월 커피박람회 ‘서울 카페쇼’의 전문가 세미나 자리에서 “여러분들의 커피 창업을 말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까지 했다. 그만큼 커피시장은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으나 커피전문점 창업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다. 커피전문점은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다. 객단가가 낮아 큰돈은 못 벌어도,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일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특히 원두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20~30대는 커피전문점 창업을 일종의 꿈으로 삼기도 한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업 의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창업 의향이 있는 응답자의 42%는 커피전문점을 원한다고 답했다. 일반외식업(31%), 온라인쇼핑몰(18%), 숙박레저업(17%), 편의점(7%)대비 월등히 높은 숫자다.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가맹사업자들의 벌이는 오히려 나빠졌다.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8대 커피전문점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의 매출액 증감률을 비교한 결과다. 자료는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비교 정보를 토대로 했다.

공정위는 가맹점 수를 기준으로 10대 프랜차이즈(이디야,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요거프레소, 투썸플레이스, 커피베이, 할리스, 파스쿠찌, 빽다방, 탐앤탐스)를 선정했으나, 빽다방은 비교 시점인 2013년 가맹점 수가 2개에 불과했고, 탐앤탐스는 가맹사업자별 매출액을 산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중기이코노미에서는 두 업체를 제외한 8개 업체를 대상으로 살펴봤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분석 결과 8대 커피 프랜차이즈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4조2800억원으로, 2013년보다 9.4% 증가했다. 반면 이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자의 매출액은 22억9300만원으로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8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자 중 지난 2년 사이 평균매출액이 증가한 업체는 할리스와 커피베이뿐이다. 이디야,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요거프레소,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모두 점포당 매출액은 줄었다. 특히 이디야, 요거프레소,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는 같은 기간 가맹본부 매출액은 증가했음에도 가맹사업자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주들이 열심히 커피를 팔아 가맹본부 배만 불렸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커피전문점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15년 기준 가맹점 숫자는 이디야가 1577개로 가장 많고 카페베네(821개), 엔제리너스(813개), 요거프레소(768개), 투썸플레이스(633개)도 5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증가폭이 두드러지는 것은 빽다방이다. 2013년 2개에 불과했던 빽다방 가맹점은 2015년 412개로 늘었다. 최근 2년 사이 가맹점 수 증가율은 커피베이(139%), 요거프레소(83%), 이디야(83%), 투썸플레이스(60%) 순으로 나타났다.

커피전문점은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16개 업종별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커피전문점의 매출액은 2조2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51.5%나 성장한 수치다.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의 매출액 성장률이 14.3%인 점을 감안하면, 커피전문점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셈이다. 가맹점 수는 1만2022개, 종사자는 5만4616명으로 전년 대비 42.2%, 48.9%씩 늘었다. 총 가맹점 숫자로 놓고 보면 편의점, 치킨, 한식 등에 이어 5위지만 전년 대비 증감률은 전체 프랜차이즈 업종 중 단연 1위다.

커피전문점 3년 이내 폐업률 36%…편의점까지 경쟁 가세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가맹사업자들은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 전체 가맹점 수 대비 폐점 가맹점 비율을 뜻하는 폐점률은 2015년 기준 카페베네가 14.6%로 가장 높았다. 카페베네는 최근 3년 동안만 220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커피전문점별 폐점률은 커피베이가 11.3%, 탐앤탐스가 9.4%, 할리스가 8.6%, 엔제리너스가 7.9% 등으로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커피전문점의 3년 이내 폐업률은 36%에 이른다.

점주들이 체감하는 경쟁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커피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내걸지는 않았어도, 커피를 파는 업종이 늘어나면서다. 최근 사무실이 밀집한 식당가에는 원두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식사한 고객에 한해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거나 1000~1500원선의 싼값에 파는 것이다. 최근에는 꽃집, 북카페, 보드게임카페, PC방에서도 커피를 판다.

가장 큰 경쟁상대는 편의점이다. 지난해부터 편의점들은 자체적인 원두커피 브랜드를 만들어 팔고 있다. 씨유는 ‘카페 겟(Cafe GET)’, GS25는 ‘카페25’, 세븐일레븐은 ‘세븐카페’다. 가격은 1000~1500원으로 일반 커피전문점의 3분의 1선이다.

이와 관련 이베스트증권 송치호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의 가성비 추구경향에 맞춰 편의점 커피 소비는 증가할 것”이라며 “기존의 커피전문점 및 커피음료 시장에는 경쟁 심화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