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신의칙’ 인정여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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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신의칙’ 인정여부 쟁점 노사의 ‘변칙’에 고용노동부 가세해 ‘통상임금 전쟁’으로 키웠다㊤

기사입력2017-08-29 20:38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소 제기이후 6년만에 1심 판결 결과가 나온다. 오는 31일 선고예정인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다. 2011년 10월 기아자동차 노동자 약 2만7000명은 회사를 상대로 ‘연간 기준임금의 750%를 지급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장 및 야간근로 수당을 재산정해 지급해 달라’는 취지의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31일, 7년만에 1심결과=통상임금은 소정근로(기본근로)에 대한 임금이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노동자가 연장·휴일·야간근로를 하면, 사용자는 각각의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통상임금에 1.5배 이상을 가산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OECD 국가중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길 정도로, 장시간근로가 일상화된 대한민국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는 노사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했을 때보다 통상임금의 금액이 커져, 결과적으로 연장·휴일·야간근로의 가산수당에 대한 사용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은 초과근로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 비중을 낮게 하는 대신, 각종 수당과 상여금으로 이를 보충해 왔다. 노동계 역시 임금총액을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근로를 용인해 왔다. 노동계는 사용자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 인상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각종 수당을 추가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임금총액을 보장받았던 것이다.

노사가 함께 묵인한 ‘변칙’에 더해,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매달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정함으로써 통상임금 분란을 더 키웠다.

◇장시간근로 개선을 외면한 결과 ‘통상임금 전쟁’=이렇듯 경제주체 모두가 장시간근로에 대한 근본적 개선을 외면해 온 결과가 이른바 '통상임금 전쟁’이다. 그 전쟁의 가장 최전선에는 잔업과 특근으로 고임금을 유지하는 자동차업계 노사가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드러났듯이 문제는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경우, 지난 3년간(임금채권소멸시효)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아 결과적으로 미지급된 차액을 사용자가 소급해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여부다. 사진은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중기이코노미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장에 국한되는 노동사건이 아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인정, 그에 따른 초과근로 소급분(3년치) 지급여부 그리고 통상임금이 올라감에 따라 향후 사용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가산수당의 규모가 이번 판결에 따라 결정된다. 장시간근로(초과근로)가 일상화된 우리 산업현장에서 기업의 인건비 상승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특히 경영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을 앞두고 일부 언론은 ‘기아차 3조 폭탄’, ‘후진하는 한국 차’, ‘통상임금 패소시 해외공장으로 이전’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다수 경제지는 기아차 패소시 자동차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면서, 노조가 ‘불로소득’을 얻고자 한다며 비판했다.

2013년 대법원의 통상임금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판결, 2012다94643 판결)을 통해 상여금 및 제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대한 판단과 기준은 어느 정도 섰다.

소정근로의 대가이고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고정성과 관련해 ‘재직자 요건’ 해석 등에 대한 일부 논란은 남아 있음에도, 노사 모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기준을 근거로 통상임금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잘못 계산해 미지급한 임금 추가지급 여부 논란=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드러났듯이 문제는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경우, 지난 3년간(임금채권소멸시효)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아 결과적으로 미지급된 차액을 사용자가 소급해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여부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중인 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패소시 부담해야 하는 지연이자, 소급분 등을 포함한 비용은 최대 8조3673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들 기업의 작년 전체 인건비의 평균 36.3%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기아차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 3조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된다는 것이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현재 통상임금 소송에 직면한 대다수 기업이 기대는 법리가 바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민법의 원리인 ‘신의칙’은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규범이다.

쉽게 말하면 옛날에 노사간에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서로가 인식해, 이에 따라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하는 합의를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합의를 깨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초과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해 달라고 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다퉈지는 핵심 쟁점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