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의존성, 지휘·감독 등 따져 근로자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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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전속·의존성, 지휘·감독 등 따져 근로자성 판단 대법원, 대리운전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다

기사입력2024-11-18 13: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대리기사에 대해, 대법원이 최초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대법원은 부산지역의 대리운전업체가 소속 대리운전기사에 대해 근로자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대리운전기사의 노조법상 근로자라는 취지로 판결(대법 2020다 267491, 선고일자 2024년 9월27일)했다.

그동안 노동현장에서 대리운전기사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분류되고 사업자로서 취급됐다. 따라서 사용자에 대해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을 보장받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러한 대리운전기사에 대해 대법원이 노동조합 결성 및 단체교섭 등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사건의 경위=원고는 부산지역의 대리운전업체로 2014년 5월부터 부산지역에서 대리운전기사들을 모집해, 이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한 후 대리운전업을 했다. 원고는 다른 대리운전업체들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으로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정보를 공유하고 기사를 공동 배정했다.

피고는 2017년 10월경 원고와 동업계약 형태로 이 사건 프로그램 접속에 필요한 기사 ID를 부여받아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했다. 원고와 공동으로 대리운전업체를 운영하는 대리운전업체에 속해 일한 대리운전기사 E가 2018년 12월에 부산지역을 단위로 대리운전기사를 조합원으로 해 노동조합을 조직한 후 피고는 여기에 가입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듬해 1월에 원고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원고는 이에 불응했고, 원고는 대리운전기사인 피고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지위에 있지 않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사건의 쟁점=노조법은 그 적용대상에 있어 특정사업장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 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등한 상대적으로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노무제공자들이 단결해, 사용자에 대해 교섭력 확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게 하는 노조법의 입법취지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는 그 형식과 무관하게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법원 판례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번 사건의 쟁점은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비춰 이들 대리운전기사에게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다. 이는 앞선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대리운전기사 소득의 사업자에 의존성, 노무계약의 전속성, 노무제공자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존재 여부와 노무제공자의 수입이 노무제공의 대가인지에 따라 구체화된다.

◇법원의 판단=하급심은 대리운전기사들이 대리운전업체와 동업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형식에 불과하며, 그 계약의 실질에 비춰 볼 때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원고는 피고들과 같은 대리운전기사들이 대리운전업체와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독립적으로 대리운전영업을 하는 사업자일 뿐, 원고들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대리운전업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리기사에 대해, 대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하급심의 이러한 판단을 긍정하며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대법원 재판부가 법리로 제시한 내용은 과거 학습지 교사와 방송연기자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대법원 판례(대법 선고 2014두 12598, 대법 선고 2015두 38092 판결 등)다.

해당 판례에서 대법원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사업자에 주로 의존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사업자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제시하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판례와 원심판결의 기록에 따르면, 먼저 피고 대리운전기사는 소득을 원고 대리운전업체로부터 배정받은 고객의 콜을 수행해 받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등 전속성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뿐 아니라 원고와의 협력업체로부터도 콜을 배정받은 사실이 있으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들과 고객의 콜 정보 공유 및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침 때문이고, 원고의 결정 여하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콜을 배정받지 못할 수 있는 등 피고는 소득을 원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봤다.

다음으로 피고 대리운전기사의 보수를 원고가 사실상 결정하고 있는 점도 근로자성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피고의 보수는 대리운전 요금에서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관리비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원고가 대리운전 요금 액수를 결정한 상태에서 피고에서 콜이 배정되고, 피고는 배정받을 콜을 쉽사리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고에 의한 피고의 보수 결정을 근로자성 인정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의 대리운전 노무가 원고의 대리운전업 수행에 필수적이라는 사실과 피고가 원고를 통해서만 대리운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점 역시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로 해석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와 동업계약을 체결한 이후 원고로부터 콜을 배정받는 관계가 상당 부분 지속되어 전속성이 강한 편이라는 점, 원고가 피고에게 배정한 콜을 피고가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점, 피고의 복장과 업무 수행 시 준수할 사항 및 교육을 받을 의무 등을 동업계약서에 규정해 이를 위반하면 피고에 대해 원고가 주의 조치나 계약 해지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피고와 원고 사이에 전속성과 노무에 대한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고가 고객의 카드 결제 시 원고에게 지급하는 대리운전 요금이 노무제공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현금 결제 시 고객이 피고에게 직접 지급하는 대리운전 요금 역시 현장에서 대리운전기사만이 현금으로 수령 가능한 현실을 지적하며 노무제공의 대가로 봤다.

이러한 6가지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근거로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전속성, 시장 접근시 전적인 의존성, 노무에 대한 지휘·감독, 계약의 지속성 등을 들어 피고가 원고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의의=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초로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개인사업자로 취급받던 학습지 교사나 택배배송 기사 등도 과거에는 노조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야당과 노동계가 노조법상 사용자와 근로자의 정의규정을 확대해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직을 폭넓게 보호하고자 했던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의 취지를 결과적으로 법원이 폭넓게 인정한 판결로, 향후 노조법상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가 폭넓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