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제2의 파리바게뜨’ 후보명단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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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도로공사 ‘제2의 파리바게뜨’ 후보명단에 올라 법원, 통상임금보다 적게 준 사용사업주에게 차액분 지급 의무

기사입력2017-12-29 11:54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한국도로공사 외주화㊤]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 책임성’이다. 확실한 업무처리를 위해서 파리바게뜨는 자기 직원처럼 부려야 하는데,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사용자로서 져야 할 법적책임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 사례는 외주화, 파견의 외피를 쓴 비용절감 중심의 경영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줬다.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가 파견근로자 문제로 ‘제2의 파리바게뜨’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 대구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29일 ‘외주사업자들이 소속 근로자들에게 통상임금 법리에 따라 재산정된 통상임금을 지급했다면, 도로공사는 외주사업자들에게 그 지급한 차액 상당의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대구고법 2017.11.29. 선고, 2017나 22156).

이에 앞서 2016년 6월 서울고등법원은 도로공사 외주업체 안전순찰원 400명 가량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도로공사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그보다 앞선 2015년 1월엔 서울동부지방법원이 톨게이트 요금징수 업무를 수행하는 용역업체 노동자 520명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대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주면 도로공사는 1000명에 육박하는 외주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외주업체 근로자가 정규직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외주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줬으니, 미지급한 차액에 지연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 외주업체 노동자 1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이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외주업체 사장에게도 통상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도로공사 경영진의 시름은 깊어가고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사실관계=원고들은 도로공사로부터 고속도로 순찰업무를 위탁받은 외주업체 운영자들(이하 원고들)이다. 도로공사는 원고들에게 노무관리를 포함 용역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각종 서식을 제공하고 안전순찰원에 대한 교육도 직접 수행했다. 또 도로공사는 원고들 소속 안전순찰원에게 지급할 항목별 임금내역을 매월 보고받은 후 용역대금을 지급했다. 용역대금은 매년 도로공사가 작성한 용역대금 산출내역서에 따라 지급했다.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파견근로자 문제로 ‘제2의 파리바게뜨’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안전순찰원 인원 수 역시 도로공사가 정한 기준에 따랐다. 도로공사는 원고들이 소속 안전순찰원에게 지급한 임금이 자신들이 정한 적정금액(도로공사가 설계한 금액의 96%이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원고들에 대해 시정조치나 제재도 가했다.

도로공사가 원고들과 소송까지 이른 직접적인 원인은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외주업체 운영자들(원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소송 때문이다. 원고들 소속 안전순찰원중 일부가 원고들을 상대로 ‘상여수당, 현장수당, 교통비, 식대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연장수당 등 법정수당 산정시 이를 반영하여 재산정한 수당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인천지법 2013가합 7178호, 수원지법 성남지원 2014가합730호, 춘천지법 2013가단10546호, 대전지법 공주지원 2014가단22009호, 대전지법 홍성지원 보령시법원 2014가소6036호, 청주지법 충주지원 2014가합345호, 춘천지법 2014가소62500호 등).

◇당사자 주장=원고들은 안전순찰원이 제기했던 통상임금소송으로 용역대금 산출의 기초가 되는 법정수당이 변경된 만큼 변경된 법정수당과 기존 법정수당과의 차액은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가 설계한 용역대금 산출내역서에 따라 법정수당을 지급했지만, 통상임금소송에서 패했기 때문에 용역계약상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용역대금 산출내역서 등을 통해 적정가격을 원고들에게 제시하였을뿐 용역대금이나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노임단가를 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바 없으며, 노무비·경비와 일반관리비 및 이윤 등으로 구분하여 용역대금을 산정한 것은 국가계약법을 준수하기 위함이지, 원고들로 하여금 용역대금 산출내역서 기재 내용대로 소속 안전순찰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기 위함이 전혀 아니었고, 임금항목별 지급내역을 보고받은 것은

고용노동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서 정한 외주사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도로공사는 “원고들의 소속 안전순찰원이 제기한 통상임금소송에서 이 사건 수당들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것은 원고들이 이 수당에 설정한 구체적인 지급조건과 해당수당의 지급실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정수당 지급조건을 달리하고, 지급방식을 달리했다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