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선거,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국민의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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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6.13선거,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국민의 성원 불난 곳은 서민·가정인데, 소방호수는 재벌·대기업을 향하고 있다

기사입력2018-06-18 11:0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축제로 불린다.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도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기약하는 축제였다. 긴 잔치가 모두 끝났다. 동계올림픽 전후로 급반전한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국민들은 환호했고 박수쳤다. 6·13선거는 ‘지방권력 교체’라는 국민여망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를 도출했다. 짧지 않는 기간동안 국민들은 살림살이의 힘겨움을 잠시 내려 놨었다.

최악인 청년실업률과 악화된 고용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다시 무거워진다. 사실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긴 축제기간에도 여전히 어려웠다. 청년실업률은 나아지지 않았고 소득격차는 더욱 가팔라졌다. 쏟아지는 대형 이슈에 묻히고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았지만, 먹고살기 힘들다는 국민들의 아우성은 계속됐다. 정상회담과 선거가 끝나니, 수면아래에서 나와 그 실상을 드러냈을 뿐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치일정상 잠시 미뤄 놓았던 경제 현안들을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된 최저임금 논란만 해도 그렇다. 최저임금인상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야당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었고, 현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6·13선거에서 임금인상이 실업을 부추기고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야당들의 공세가 거셌다. 경제수장인 김동현 경제부총리조차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경제가 어렵다’는 진단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언론이나 경제학자들은 각종 통계로 경제를 측정하고 분석하지만, 국민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반영하기에는 턱도 없다. 비정규직노동자는 그들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어렵다. 그러나 처방으로 내놓는 대안은 번번이 헛발질이다. 불이 붙은 지점은 서민경제·가정경제인데, 소방호수의 방향은 재벌경제·대기업경제를 향하고 있다.

지난 5월30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관계자들이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지지 호소를 위해 울산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가로막고 있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수출경쟁력이 없어지고 기업이 어려워지니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된다는 논린다. 그러나 삼성을 위시한 수출대기업은 분기마다 최고 이익을 갱신하고 있고, 중소기업이 어려운건 대기업 독식의 경제구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상가임대료 상승이나 프랜차이즈 가맹비 인상, 내수경기 침체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팔을 걷어 붙어야 한다. 임금인상 때문이라는 야당과 정부 일각의 주장에 휩쓸리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환율에 개입해가며 수출대기업 편을 들던 이명박 정부나, 빚내서 집사라고 권했던 박근혜 정부의 성장론으로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 내수를 진작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론, 이제 본격적으로 궤도로 올려야 할 때다.

6·13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과정에서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무차별적인 비난을 가했지만, 여당에게 압승을 안겨준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을 빚더미에 올려놓고 성장하는 경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단지 최저임금만 올리라는 주문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경제의 독식구조를 손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대기업 갑질근절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임대료 4배 인상을 요구해서 폭행으로 비화된 궁중족발 사건, ‘갓물주’의 탐욕을 억제하지 못해 자영업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관행도 임금인상과 더불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제전반을 개혁하겠다는 약속, 이제 큰 걸음을 내디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