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력 개혁 위해 국회파행은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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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입법권력 개혁 위해 국회파행은 감내해야 한다 극우정치인을 국회에서 쫓아내기 위해서도 패스트트랙 불가피하다

기사입력2019-04-24 16:5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치개혁이란 국민의 여망을 실은 패스트트랙 열차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23일 정거장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는 1년가까운 여정에 들어가기 위해선 25일 예정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았다. 24일 바른미래당 오신환 사개특위 위원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치개혁·사법개혁이란 목표를 향해 패스트트랙 열차는 무조건 출발해야한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망언제조기’를 여의도에서 몰아낼 실현 가능한 유일한 방법, 지금으로선 선거법개정뿐이다. 바른미래당 모 의원은 자당의 의원총회 결과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가결되자,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역사적 죄악”이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카멜레온 이상의 정치행보 때문에, 입에 담기도 싫은 정치인이 ‘정치적·역사적 죄악’이란 표현을 썼다는 게 아이러니다.

24일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동료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 했을 때 이야기를 마치고 의장실을 나가면서, 문 의장이 임의자 의원의 얼굴을 만졌다는 게 자유한국당 주장이다.<사진=뉴시스>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행사하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에게 ‘미친놈들’이란 표현으로 폭언을 하고, 급식조리사를 ‘밥하는 아줌마’로 폄하했던 그 정치인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상대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막말을 반복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정과 함께 유가족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자들 모두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한다.

이들을 포함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이유로 ‘좌파독재플랜’, ‘삼권분립해체’, ‘의회민주주의 질서 붕괴’ 등 온갖 구호를 내세운다. 국민의 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인 연동형비례대표제에서 ‘독재’를 상상하는 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개념조차 모호한 ‘좌파’란 수식어까지 붙여가면서, 자신의 시커먼 속내를 감추기 위한 화장술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스스로 고백했다. 자신이 ‘목숨 걸고’ 114명 자유한국당 의원의 밥그릇을 지켜주겠단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 그는 “우리당과 1:1 승부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으니까, 2중대·3중대·4중대를 만들어 들러리 세워서 친문 총선 연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권자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불손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어디서 누구가 자유한국당에게 무슨 권리를 부여했기에, 더불어민주당과 1:1 ‘본선’을 다툴 권한을 가졌다고 억지를 부리나. 집권당 또는 제1야당 소속이든, 다른 소수정당 소속 의(당)원 모두 동등한 권리로 선거에 나서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의회민주주의다. ‘의회민주주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건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니라, 대구·경북·부산·경남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이다.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독점하려는 집단과 민의를 받들어 나름 정의를 구현하려는 세력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추경예산 심의·통과를 포함 4월 임시국회 일정은 기대하기 어렵고, 국회 파행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다. 낙관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빈껍데기 국회를 유지하기 위해 명분과 실리 모두를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개혁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지 돌아보자. 그러면 가야할 길이 분명해진다.

정치판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내년 4·15 총선 이후 구성되는 21대국회도 20대국회 판박이가 될 수밖에 없다. 막대기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자당의 공천권자에게 무조건 충성하고, 국민의 안위는 돌아보지 않는 금배지만 양산할 뿐이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2년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이유는 과잉대표되는 현행 선거제도 때문이다. 재벌대기업의 곳간은 차고 넘치는데도, 떡고물조차 노동자와 가계로 환류되지 못하는 이유도 같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를 뒷받침할 입법부 구성을 위해서도, 국회 파행사태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

당장 사달이 난 듯 보이지만 조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2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사개특위위원 사보임 반대를 요구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했다. 이번 주말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하는 한편 23일 철야농성을 시작으로 국회농성도 개시할 태세다. 앞으로도 장외집회를 통해 자신들이 주장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겠지만, 태극기를 참칭하는 일부 집단 이외 자유한국당에 동조할 국민은 많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도 절반이상(51%) 국민은 패스트랙 합의에 대해 ‘잘했다’고 응답했다. 선거법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입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담긴 의미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50%이상 찬성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잘못했다’고 답한 34% 국민에 대해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함께 對국민 설득에 나서면 될 일이다.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 특히 집권여당에게 당부한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 ‘국회로 복귀하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지 말기 바란다. 선거법개정안을 담은 패스트트랙 열차를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만이,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임을 국민 모두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야한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여야 4당 모두가 국민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방법이다.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에 소극적인 대응 차원을 넘어, 맞불을 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추는 이미 민의와 정의의 편으로 기울었고, 자유한국당의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이 단죄될 날이 머지않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연동률 50% 연동형비례대표제+권역별비례대표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은 대의민주주의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대의민주주의 기본원리에 따라 표의 등가성을 상당한 수준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아울러 지역과 계층·사회적약자의 목소리를 현실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우리 정치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최적의 안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자유한국당과의 협상과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때에도 여야 4당 합의안의 골격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