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공짜노동’ ‘태움’ 비정규직 차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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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종합병원, ‘공짜노동’ ‘태움’ 비정규직 차별까지 11개 위반 병원 명단 공개하면, 노동부 “피의사실 공표가 될 수 있다”

기사입력2019-06-24 17:4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권기섭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11개 종합병원에 대한 상반기 수시 근로 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A 병원은 3교대 근무 간호사가 환자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인수인계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조기출근 및 종업시간 이후 연장근로를 인정하지 않고 직원 263명에게 연장근로수당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B병원은 정규직 약사에게는 조정수당을 지급하면서 비정규직 약사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아 비정규직 법이 정한 차별금지 의무를 위반했다.

종합병원들이 간호사 등 종사자에게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고용노동부가 병원업계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지난해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 과정에서 자율개선을 이행하지 않은 11개 병원을 대상으로 수시 근로감독을 하고 그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수시 근로감독 대상인 11개 병원은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 이후 개선권고를 받고도 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은 병원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1개 병원에서 총 37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11개 병원에서 확인된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임금은 총 63억여원에 달했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은 감독 대상인 11개 병원 모두에서 적발됐다.

특히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상태 확인 등 인수인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병원에서 출퇴근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병원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을 통해 연장근로와 함께 연장근로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정규직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 비정규직 차별적 처우 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밝혀냈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서면근로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병원업계에서 ‘태움’이라 불리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직장 내 괴롭힘 역시 일부 병원에서 확인됐다.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선배로부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들은 사례, 신규 간호사로 입사한 후 업무를 가르쳐 주는 선배 간호사로부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폭언을 들은 사례, 수습기간에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꼬집히고 등짝을 맞은 사례 등이 있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방안마련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오는 7월16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거나 발생 사실을 안 경우 이를 조사할 의무가 있고, 징계·근무장소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시정조치와 개선지도를 해 나갈 예정이다.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신속하게 시정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이른바 ‘공짜 노동’을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출퇴근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예방을 위해 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해 취업규칙에 조속히 반영하는 등 자율적인 예방․대응체계를 만들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이번 종합병원에 대한 수시 근로감독이 병원업계 전반에 법을 지키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노동환경이 열악한 업종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과 분야 중심으로 기획형 근로감독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11개 병원의 명단을 밝히지는 않았다. 편도인 근로감독기획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통화에서 “명단을 공표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해당병원이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때에도 명단을 공개하면 “피의사실 공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의사실 공표시 형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