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이 마중물 돼 소상공인 도움되기를

프린트

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재난지원금이 마중물 돼 소상공인 도움되기를 마른 웅덩이에서 서로 입김을 불어 돕는 물고기의 지혜 본받아야

기사입력2020-05-06 11:10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가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확진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박물관과 미술관 같은 공공장소가 곧 문을 열고 학교도 대면교육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특히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거의 바닥으로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코로나19에 감염돼 죽기 전에 굶어 죽을 판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지난달부터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한 지원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역시 자금이 넉넉하지 못해서 소상공인들에게 원하는 만큼 두루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활성화하고 어려운 형편에 처한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여당과 야당의 총선 공약을 시행하는 것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한창 논의를 했다. 그런데 몇 퍼센트의 국민에게 얼마의 지원금을 줘야 타당한지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더니, 드디어 지난달 30일에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씩 전체 국민에게 고르게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 정도 금액이라도 대다수의 서민에게는 얼마간 생계를 이어가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장자(莊子) ‘외물(外物)’ 편에는,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생긴 얕은 웅덩이에 물이 말라 죽음에 처한 붕어라는 뜻의 학철지부(涸轍之鮒)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하남성(河南城) 상구(商丘)에 있는 장자기념관(莊子紀念館) 앞 장자의 동상이다. 장자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처절한 전란의 시기였던 전국시대에 살았다. 고개를 쳐들어 멀리 바라보고 있는 장자의 모습이 마치 진정한 인간의 삶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끼니를 때우기가 어려워진 장자(莊子)가 친구인 감하후(監河侯)를 찾아가 식량을 조금 꾸어달라고 했다. 감하후는 세를 놓은 땅에서 곧 돈이 들어오게 되면, 그때 300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장자는 어제 길을 가다가 수레바퀴가 지나가 움푹 팬 웅덩이에 물이 말라 숨을 헐떡거리는 붕어(鮒魚, 부어)가 있길래 내가 용왕에게 부탁해서 강물을 끌어와 주겠다고 했더니, 붕어는 당장 한 바가지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친구 집을 나왔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에는 말라버린 웅덩이에서 숨을 헐떡이는 붕어처럼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 마당에 이번 재난지원금은 그야말로 가뭄에 만난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부에서 주기로 한 재난지원금의 액수가 자신의 생활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아 그깟 돈 가지고 뭘 할 수 있냐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애초에는 재난지원금을 국민 가운데 70%에게만 주자는 의견이 한창 나돌았는데, 국민 가운데 70%와 30%를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문제 때문에 한동안 설왕설래하더니 결국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이들은 사회에 기부하는 것으로 하자는 조건을 달고 일단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어떻게든 국민의 불평이나 비난을 듣지는 말아야겠다는 정치인들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재난지원금이 70%에게만 지급된다면 나머지 30% 가운데 나는 어째서 받지 못하는 것이냐며 불평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일 것인데, 받고 못 받는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수도 없는 마당이니 애써서 구분해 불평을 들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아예 국민 모두에게 주자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불평(不平)이란 고르지(平) 않아 마음으로 못마땅하게 여겨서 그 못마땅한 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당(唐)나라 때 한유(韓愈)가 ‘맹동야를 보내며(送孟東野序)’에서 “대체로 세상 만물은 고르지 않으면 울기 마련이다(大凡物不得其平則鳴)”라고 했듯이, 세상 사람들은 부조리한 사회현실에서 자신이 어떤 압박이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으면 저항해 불평하기 마련이다.

상구 시내에서 차로 달려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장자의 무덤이 있다. 이곳 장자의 묘역은 아직 정비되지 않아서 주변에 비석과 누각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장자가 오늘날 우리들에게까지 많은 지혜를 주고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에 비하면 관리가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안타깝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공자는 불공평하게 계급이 나뉘어진 때 살았으면서 그의 정치적인 이상은 역시 두루 공평한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논어 ‘계씨(季氏)’ 편에서 이웃나라를 쳐들어가기 위해서 전쟁 준비에 몰두하는 주군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면서 자리만 꿰차고 있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공자는 다음과 같이 일깨워 말했다.

“내가 들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이 적은 것을 근심하기 보다는, 세상이 두루 고르게 않을까를 근심하며, 가난하다는 것을 근심하기보다는 백성들이 편안하지 않을까를 근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체로 백성들이 고르게 살게 되면 가난하지 않은 것이고 화목하게 살면 백성이 적은 것이 아니고 백성들이 편안히 여기면 나라가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다(丘也聞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

공자의 이 말은 나라의 올바른 정치는 오로지 땅을 넓히고 많은 백성들을 소유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두루 고르게 살 수 있도록 하면 그 나라의 백성들은 가난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서 나라가 위험에 빠져 망하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깨운 것이다.

한편 장자(莊子) 역시 ‘대종사(大宗師)’ 편에서 “샘이 말라 물고기들이 살던 웅덩이도 마르게 되면, 물고기들은 서로 입김을 내뿜어 적셔주고, 서로 거품을 내어 적셔준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라고 했듯이, 샘이 말라 더 살아갈 수 없게 된 위기상황에서 물고기들조차 서로 입김을 불고 침을 뱉어서라도 서로 돕고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한다고 했다.

아무쪼록 정부에서 마련한 재원이 부족하더라도 많은 소상공인들이 두루 혜택을 받아 다시금 용기를 얻어 경제활동에 전념하고, 또 국민들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나라 경제가 살아나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