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수령 1년 후 클레임, 대금지급 거절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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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물품수령 1년 후 클레임, 대금지급 거절하는데 CISG, ‘합리적 기간’지나 인정 안돼…국제물품거래는 계약서 필수

기사입력2020-07-17 09:14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jpglobal.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평관세법인 김진규 대표관세사, 국제통상학 박사

미국으로 수출한 물품에 대해 매수인이 대금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 전 해당 업체를 방문해 자초지종을 들었다.

매도인 측 얘기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어로부터 발주서(Purchase Order, P/O)를 받아 모델 A와 B제품을 각각 수출했는데, 모델 A에 대한 인증이 매수인이 요구한 인증 종류와 다르다며, 물품을 수령한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클레임을 제기하면서 대금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해당 건과 무관한 모델 B에 대한 대금지급도 모델 A와 연관 지어 거절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국제무역의 준거법과 CISG 협정=먼저 매도인에게 매수인과 체결한 물품매매계약서가 있는지를 물었다. 매도인에 의하면 당사자간의 물품매매계약서는 없고, 자신들이 제공한 Proforma Invoice(P/I)를 매수인에게 발송하면 매수인은 P/O를 발주하고, 이를 근거로 물품을 선적하는 방식이다. 대금결제조건은 P/O 발주시 30%, B/L 발행일로부터 60일 후 70%를 결제하는 조건이었다.

한국과 미국간의 국제물품매매거래는 당사자가 적용을 배제한다는 합의를 하지 않으면, 양국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이하 CISG 또는 협약) 가입국이므로 각국의 국내법 즉 한국이나 미국 상법 대신 해당 협약이 준거법으로 적용된다.

◇P/I와 C/I에 이견 없어 계약 성립=첫째, 모델 A에 대한 인증 불일치 사실관계를 보면, 매수인이 2018년 2월에 발행한 P/O상에는 UL60601-1(의료기기용 인증)으로 기재했으나, 매도인은 해당 제품이 멀티미디어 전자기기이므로 매수인이 요구한 인증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를 밝히고 매수인이 발행한 P/O상의 UL60601-1 내용을 삭제한다는 요지의 이메일을 작성한 후, 매도인의 수정된 P/I(Proforma Invoice)를 첨부해 매수인에게 발송했다. 매수인은 해당 내용에 대해 적절한 인증을 제공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메일을 회신했다. 매도인은 물품을 선적 전 제품 뒷면에 ETL 인증(UL 60950) 라벨이 부착된 사진을 첨부해 발송했고, 매수인으로부터 해당 내용과 관련한 언급이 없어 물품 선적 후 Commercial Invoice(상업송장, C/I)를 발행했다.

이후 매수인은 물품을 수령 후 통관 및 보관을 했으며, 최종 고객사에 해당 물품을 판매·납품했고, 물품 수령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신들이 최초 발행한 P/O상의 인증과 실제 물품의 인증이 다르다는 것을 문제 삼아 대금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매수인이 발행한 P/O에 대해, 매도인은 즉시 메일로 해당 수정사항을 발송함과 동시에 P/I를 첨부해 송부했다.

비록 P/I가 일종의 Free Offer(자유청약) 또는 청약의 유인의 성격이지만 매수인이 이에 대해 다른 이견이 없고, 선적 전 수출예정인 물품에 매도인이 취득한 ETL 인증(UL 60950) 라벨 사진을 발송했으며, 선적 후 C/I를 받았음에도 반대의견이 없었다면 이는 계약당사자 간에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수인이 물품을 수령한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클레임을 제기하면서 대금지급을 거절하고 있고, 해당 건과 무관한 물품에 대해서도 대금지급을 거절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물품수령 1년 지난 통지…인정 어려워=또 CISG(1980)에 의하면, 매수인은 물품이 목적지에 도착한 후 상황에 따라 실행 가능한 짧은 기간 이내에 물품을 검사하거나 검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CISG 제38조). 만일 매수인이 물품의 불일치를 발견했거나 또는 발견했어야 한 때부터 합리적 기간 내에 매도인에게 불일치의 성질을 기재한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매수인은 물품의 불일치에 의존하는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CISG 제39조 제1항). 매수인이 매도인의 계약위반에 대해 구제받을 권리를 가지기 위해서는 물품 부적합(물리적 결함 등)에 관해 매도인에게 통지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CISG 제39조 및 제43조).

따라서 상기 CISG에서 규정하는 물품의 부적합은 여러 가지 있으나, 본 건의 경우 계약에 적합하지 않은 물품이 인도된 경우(물리적 부적합)에 해당하며, 이러한 형태의 부적합이 발견된 경우 매수인은 그러한 부적합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구제받기 위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부적합을 매도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통지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부적합을 주장할 수 있는 매수인의 권리는 배제된다.

본 건의 경우 매수인은 물품을 수령한 후 검사과정에서 제품의 외관 뒷면의 인증라벨을 육안으로 확인했다면, 즉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임에도 물품 수령 후 1년간 별다른 물품 부적합에 대한 통지가 없이 정상적으로 수입통관 및 운송해 창고에 보관 후 최종 고객사에 납품을 한 것으로 보아 매수인은 제38조(1)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매수인의 통지결과에 대한 시기와 관련해 ‘합리적인 기간’에 대한 CISG 위원회의 의견을 보면, 분할 인도하는 경우 물품검사는 각 인도 시마다 매수인에 의해 이뤄져야 하고, 특별한 상황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수인은 인도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또는 최대 30일 이내에 물품 부적합을 매도인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물품 수령일로부터 1년이 지난 통지는 합리적인 기간을 충분히 경과한 후의 통지로, 인정할 수 없는 건으로 판단된다.

◇무관한 물품 대금지급 거절은 위반=둘째, 모델 B에 대한 대금미지급은 앞서 언급한 모델 A의 인증 불일치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매수인이 모델 B에 대한 대금지급을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수인이 이슈가 있는 물품과 관련 없는 모델 B의 대금결제를 다른 클레임건과 연계해 대금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매수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에 대한 매수인의 본질적 위반(Fundamental breach of contract)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CISG(1980) 제61조에 따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계약위반에 대해 대금의 지급, 인도의 수령 또는 그 밖에 의무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구제수단으로는 동 협약 제62조 내지 제6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대물구제방법으로는 물품의 유치권, 운송정지권, 재매각권이 있으며, 대인구제방법으로는 대금지급청구의 소 또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도인은 자신이 지정한 추가적인 기간 이내에 물품대금 지급을 서면으로 요구하되, 만일 매수인이 거절하는 경우 현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대금지급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 법률적인 구제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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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격지자 간의 국제물품거래는 계약서 작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계약서는 P/O(발주서)와는 달리 분쟁 발생시 해결방안에 대한 조항(클레임, 준거법, 중재, 소송조항)이 포함되므로, 분쟁이 발생한다면 사전에 합의한 분쟁해결절차 및 방법에 의해 신속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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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결제 조건과 관련해 최근 T/T(송금방식)가 절차가 간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실무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선적 건당 5만달러 이상의 건은 신용장 결제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대금결제 리스크를 경감하는 방법이다. 수입자의 사전 신용조회 및 선적 전 수출보험에 가입해,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매수인이 대금거절을 하는 경우 수출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받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지평관세법인 김진규 대표 관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