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100개 한정 NFT로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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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100개 한정 NFT로 발행 간송미술문화재단 “독점적 희소성 국민 향유”…상업적 수단 지적도

기사입력2021-07-26 15:50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훈민정음 해례본<사진=뉴시스>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100개 한정 NFT로 발행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100개 한정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로 발행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토큰 1개당 가격은 1억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조선시대 1446년(세종 28년) 목판본 1책으로 간행됐다. 1443년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문자의 음가 및 운용법, 그리고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에 대한 해설과 용례를 붙인 책이다. 또 해례본의 밑바탕이 되는 판하본(板下本) 원고의 글씨를 당대의 명필인 안평대군(安平大君)이 쓴 것으로 알려져 서예학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해례본 원본을 소유하고 있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국보급 문화재를 NFT 형태로 제작해 발행하는 최초의 기관이 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4차 산업혁명의 하나인 블록체인이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되어 탈중앙화된 개인들의 뜻이,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공익적인 목적으로 모여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인생을 바쳤던 간송(澗松) 전형필 선생에 의해 설립됐다. 전형필 선생은 일제의 문화재 약탈에 맞서 전 재산을 팔아 수만점에 달하는 국보와 보물 문화재를 사들여 미술관에 보관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또한 1940년도에 현재가치로 30억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단은 이번 NFT 발행 프로젝트에는 간송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을 실천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최근 메타버스(Metaverse)와 함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NFT는 한마디로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다. 고유한 식별값을 가지고 있는 파일이 블록체인상에 저장되기 때문에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저작물을 블록체인을 거쳐 NFT로 만드는 것을 민팅(minting)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이 타인의 저작물을 업로드 할 경우에는 전송권 또는 복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 오프라인 저작물을 NFT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화하는 경우에는 복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NFT로 발행해 온라인 경매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간송문화재단은 국보급 유물의 독점적 희소성을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했지만, 문화재를 상업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문화계 인사들의 지적이 있기도 하다.

지난해 간송미술관은 재정난 극복을 위해 설립 이래 처음으로 보물 제284호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인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두 불상은 해외로 유출되기 직전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 구매해 지금까지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해오고 있던 보물이다. 다행히 경매가 유찰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구매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국보급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유물 관리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담당기관인 문화재청은 국내에서 문화재를 NFT로 발행하는 사례가 없던 점에 비추어 관련 법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