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위…국민들이 살 방도를 묻습니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가계부채 1위…국민들이 살 방도를 묻습니다 가계부채 관리정책은 국민이 주머니를 채울 수 있게 하는 것인데

기사입력2021-11-16 09:3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의 부채가 가장 빨리 늘어가는 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서는 유일한 나라. 우리나라 이야기다. 국내 통계가 아니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아 104.2%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기준이다. 코로나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찬사 뒤에, 가계부채에 눌린 우울한 서민들의 삶이 있다.

가계부채가 끝없이 커지는 이유, 자명하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지 못한 경제정책 탓이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도 있었고,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손실보상금도 지급됐지만, 다른 나라에 비교해 본다면 생색내기 이상의 의미가 없다. 코로나 정국에서 오히려 정부가 치중했던 건 은행 문턱을 낮춘 대출 권유였다. 임대료도 낼 수 없는 자영업자에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보증을 하면서 대출을 권했다. 살기 위해 너도 나도 은행으로 몰려들 수밖에 형국, 그 결과는 가계부채가 가장 빨리 늘어났다는 불명예로 귀결됐다.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과 가계대출 억제에 초점을 맞춘 거시건전성 정책을 꺼내들었다. 예상된 수순이다. 언제까지 돈을 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가상승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으니 대출억제 정책이 그르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환곡미를 회수하려면 춘궁기는 끝나야 한다. 얼마 전까지 은행 문턱을 낮춰 대출을 강권하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갑자기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막아버리면, 가득이나 빚에 짓눌려 사는 국민들은 어떻게 이자를 갚고 살 궁리를 하라는 말인가?

얼마 전까지 은행 문턱을 낮춰 대출을 강권하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갑자기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막아버리면, 가득이나 빚에 짓눌려 사는 국민들은 어떻게 이자를 갚고 살 궁리를 하라는 말인가?<이미지=이미지투데이>

가계부채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은 국민이 주머니를 채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빚내서 살고 빚을 내 되갚는 게 아니라, 벌어서 살고 여윳돈으로 빚도 갚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 근본이 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도 정치권도 언제부터 정책의 근본을 망각했다.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채우겠다는 최저임금 임기 내 1만원 달성을 일찌감치 내팽겨져 버렸고, 코로나 정국에서 자영업자의 생계는 국가방역을 위한 희생양처럼 취급됐다. 이자 수익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은행들과 온라인 쇼핑몰, 물류산업은 돈방석에 앉았지만, 그 돈은 따져보면 노동자와 자영업자 주머니를 채워야 할 돈이었다.

우려스러운 건 대선을 앞두고도 정치권 어디에서나 최저임금 인상이나 코로나 정국에서 뒤틀린 구조를 바로잡을 정책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가계부채가 늘어나도, 비교적 여유가 있다는 국가부채 규모를 두고 나라가 하루아침에 망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야당은 재난지원금이 나오면 퍼주기 포퓰리즘이라고 난리법석을 떨면서도, 정작 대통령만 되면 50조원을 풀고 세금을 줄이겠단다. 정부, 정치권 여야, 어디 하나 국민들이 머리로 이고 가슴으로 떠받치고 사는 빚더미에 대해 진지한 고민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가계부채가 가장 크게 늘어나는 나라에서 경제성장률이 다른 나라를 제쳤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빚을 이고 살아가는 나라에서 기업과 국가 곳간만 지킨다고 해서 자랑거리도 아니다. 노동으로 가정을 유지하고 빚을 줄여갈 수 있는 사회, 다가오는 대선에서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국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뿐이다. 빚으로 살고, 빚을 갚기 위해 사는 사람들의 힘든 삶, 수십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아 챙긴 정치 모리배들은 알기나 할까?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