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재미 중시하는 MZ세대 적중 ‘팝업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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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경험·재미 중시하는 MZ세대 적중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 흥행하려면, 이색체험에 사회적 가치 전달해야

기사입력2022-03-17 10:26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의 ‘88라면 스테이지(88RAMYUN STAGE)’ 팝업스토어<사진=현대백화점>

MZ세대는 ‘소유’ 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기업들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Pop-up Store)를 통해 MZ세대가 원하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당장 매출로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팝업스토어는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 창’과 비슷해서 붙은 명칭이다. 주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때 마케팅기법으로 활용된다. 팝업스토어는 단기간 동안 운영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비용을 투입해 고객들의 시장 선호도를 미리 파악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MZ세대의 경험과 재미를 중시하는 경향과 맞물리며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색 경험(체험)’을 가미하는 추세다.

◇여의도 라면 성지 ‘88라면 스테이지’=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의 ‘88라면 스테이지(88RAMYUN STAGE)’ 팝업스토어는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매장 바닥부터 천장까지 벽면에 각을 세워 빼곡하게 채운 전 세계의 라면이 이목을 끈다. 이곳에 가면 라면 제품들을 총망라한 ‘라면의 백화점’이 연상된다.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봉지라면이 화려한 색깔로 벽을 가득 채우니 아트월 효과도 있어, SNS 사진 공유가 활발한 MZ세대의 취향도 적중했는지 SNS 핫플레이스가 됐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할 만큼 많은 사람이 몰리고 수많은 SNS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라면 관련 굿즈 또한 이색 볼거리다. ‘구글 타이머(8900원)’는 ‘구글의 회의실에서 사용하는 구글 타이머, 하지만 내게 그보다 더 소중한 라면 먹는 시간’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고, 라면전용 실리콘 젓가락(5000원)은 라면이 잘 잡히는 실리콘으로 제작돼 면발이 안 미끄러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라면 모양의 디저트도 있다. 라면 면발을 올려놓은 듯한 4가지 맛의 88라면 케이크(짜장면 5500원, 티라미수 5500원, 망고&패션후르츠 5500원, 그래놀라&라즈베리요거트 6000원)가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매운 백단무지, 당조고추 단무지, 오렌지 단무지 등 단무지 제품도 4000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어 입맛을 당긴다.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 ‘뽀글이’를 만들어먹는 사람이라면? 뽀글이용 집게와 고무줄까지 판매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무지개색으로 진열된 라면이 시강(시선강탈)”, “한번도 못 봤던 라면이 정말 많더라고요”, “다 쓸어 담아 먹고 싶어요”, “라면을 사랑한다면 필수 코스”, “집에 쟁여놓고 싶네요” 등의 댓글로 호응했다. 88라면스테이지에서 쇼핑하며 신중하게 라면을 골랐다면, 오늘 저녁 메뉴는 물을 것도 없이 “파 송송, 계란 탁” 라면이다. 운영시간은 월~목 오전 10시30분~저녁 8시, 금~일 오전 10시30분~저녁 8시30분까지다. 입장료는 무료다. 더현대서울은 오는 4월30일까지 88라면 스테이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침대 없는’ 시몬스 침대의 팝업스토어<사진=시몬스 홈페이지>

◇‘침대 없는’ 시몬스 침대의 팝업스토어=침대 전문기업 시몬스는 주력 제품인 침대와 아무 관련이 없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화제다. 고가 제품에 속하는 침대에 대한 거리감을 허물고 MZ세대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침대를 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침대 회사가 침대를 빼고 마케팅을 하는 게 가능할까? 시몬스 침대는 앞서 2020년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경기도 이천 시몬스 테라스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부산 해운대 해리단길에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해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팝업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2월11일에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을 오픈했다. 외관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샤퀴테리 샵(Charcuterie Shop, 유럽 등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육가공 식품 판매점)에서 영감을 받아 이국적인 느낌을 살렸다.

시몬스의 팝업스토어에는 침대는 없지만 참신한 굿즈가 있다. 청담점 1층에는 시몬스 로고가 박힌 소주잔, 롤러스케이트, 수세미, 휴지통, 장난감 등 이색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다. 2층에는 버거숍을, 3층에는 디지털 아트 전시를 하고 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운영한다.

◇‘쓰레기 줍는’ 플로깅 팝업스토어=대한제분 곰표가 지난해 11월1일 하루 동안 해발 300m 소래산 꼭대기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자, 참가자가 쇄도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독특한 규칙이 적용됐는데, 참가자들이 곰표 포대자루를 가지고 등산을 하는 동안 쓰레기를 주워 소래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희귀템인 곰표 굿즈(패딩이나 의류, 가방, 식품 등)와 교환할 수 있었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 오픈 몇 시간 만에 수백 개의 굿즈가 모두 교환됐다고 알려졌다. MZ세대는 환경을 중시하는 세대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이 결합된 마케팅이 SNS에서 빠른 입소문을 탔기 때문에 가능했다.

◇‘골린이’ 사로잡는 팝업스토어=갤러리아백화점은 골프 성수기인 3~5월 동안 압구정동 명품관에 2030세대를 겨냥한 골프 팝업스토어 오픈 및 이벤트를 진행한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 문화가 최근 젊은 층까지 연령대가 내려오며, MZ세대 골퍼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차원에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골프 카테고리에서 매출이 전년대비 약 37% 신장했으며, 올해 1월에는 지난해 1월 대비 45% 신장하며 매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팝업스토어로 신진 브랜드 검증=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를 통해 인기가 검증된 브랜드들을 엄선해 신진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판교점 4층 유플렉스를 리뉴얼 오픈하며, 전통적으로 백화점 영캐주얼 상품군 중심으로 꾸미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MZ세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기반 신진 브랜드를 영입했다.

이 밖에도 동서식품은 2015년부터 모카다방(제주 남원읍), 모카책방(서울 성수동), 모카사진관(부산 해운대구), 모카우체국(전북 전주) 등 매년 다양한 체험 공간을 선보였으며, 2019년에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다섯 번째 팝업스토어인 ‘모카라디오(카페)’를 오픈했다.

한편, 팝업스토어는 해외 마케팅에도 활용되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내셔널지오그래픽)은 중국 베이징의 대형 쇼핑몰에 오픈한 팝업스토어를 통해 5주 만에 100만 위안(약 1억9000만원) 매출을 돌파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오는 4월 중국 상하이에서 팝업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상하이 팝업 매장 오픈과 함께 중국 내 온라인 판매도 시작한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