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지역상생…‘한 달 살기’ 각광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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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워라밸, 지역상생…‘한 달 살기’ 각광받는 이유는 여행 트렌트 ‘장박’…지자체, ‘관계인구’ 창출과 지역경제 위해 적극

기사입력2022-06-29 15:43

최근 ‘한 달 살기’가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한 달 살기란 관광을 목적으로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 아닌,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충분히 여유를 즐기고 그 지역의 시민처럼 살아보는 생활관광을 뜻한다. 여기서 한 달이란, 정확한 기간보다는 중장기 투숙을 통틀어 일컫는다.

과거에는 한 달 살기라 하면 흔히 제주도를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다른 지방 소도시에서도 오랜 기간 머무는 경우가 늘었다. 한 달 살기는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찾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장점도 있기에, 지자체에서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한다.

포스트 코로나…새롭게 바뀐 여행 트렌드 ‘장박’

최근 여행 트렌드가 오랜 기간 여행을 다녀오는 ‘장박’이 된 데에는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유행하면서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원하는 반면 해외여행은 가기 어려워졌다. 이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휴식처를 찾기 시작하면서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방 소도시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자녀들의 등교가 어려워지자, 원격수업보다는 농산어촌 학교에 자녀를 유학시키며 한 달 살기를 택하는 부모들도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2022 관광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2021년 2월~2021년 9월)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한 달 살기에 관한 언급량이 14%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 살기의 목적은 주로 휴식과 작업(업무 병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워케이션은 온라인 근무, 창작 및 예술 활동, 농업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공유오피스 근무 등 유연근무제가 시행되자, 자연경관이 좋은 지방 소도시에 내려와 ‘워케이션’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더한 단어로, 휴가지에서 낮에 일하고 퇴근 후 여유를 즐기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재택근무나 유연근로가 가능한지 확인한 후 직장을 선택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일부 기업에서는 변화하는 조직문화와 직원들의 니즈를 고려해, 국내외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하도록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업무능률을 향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도 7월부터 임직원들이 국내외 거점도시에서 워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각종 호텔과 리조트, 펜션이나 숙박 플랫폼들도 한 달 살기 객실을 선보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한 달 살기는 오랫동안 머무는 만큼 객실 투숙률을 높이기 때문에 매출향상에도 유리하다. 여행 및 여가 전문 플랫폼 여기어때는 지난 4월부터 예약 가능한 숙소의 연박 기간을 늘렸다. 기존에는 숙소에 연속으로 머무는 기간이 최대 7박8일이었지만 30박31일로 확대한 것이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충분히 여유를 즐기고 그 지역의 시민처럼 살아보는 생활관광인 ‘한 달 살기’가 최근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관광을 목적으로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 아닌, 중장기 투숙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지자체가 적극적인 이유…‘관계인구’에 답 있다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들이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앞다퉈 제공하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 불균형 발전으로 비수도권의 인구가 점점 줄어들자, 각 지자체에서도 관광 활성화와 인구 유입에 고민이 많다. 이러한 고민을 해소할 방안으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일정 기간 지역민으로서의 삶을 체험하고 좋은 경험을 쌓을 경우, 추후 해당 지역에 자리를 잡고 창업을 하거나 귀농할 가능성이 생긴다. 정착하지 않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머물면서 소비를 하는 만큼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향후 재방문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방문을 추천할 수도 있다.

최근 수많은 지자체에서 한 달 살기 참여자를 모집하며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들과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한 달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일주일, 열흘 등 기간별로 체험단을 모집해 식비와 숙박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해당 지역을 홍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기업과 협업해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공유오피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가 한 달 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관계인구’ 육성에 있다. 관계인구란, 그 지역에 정착해서 살지 않더라도 그 지역을 때때로 방문하고 소비활동을 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관계인구는 2016년 일본의 시민활동가 다카하시 히로유키가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관광객처럼 잠시 방문하는 교류인구는 지역과의 관계가 일회적이고, 지역에 정착해서 사는 정주인구는 진입 장벽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개념인 관계인구를 육성해 지방 소멸을 막고 인구 감소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방 소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부터 ‘관계인구 창출 및 확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이 시행하는 관계인구 창출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기존에 지역과 교류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계심화형이고, 둘째는 지역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계창출형이며, 셋째는 도시에 있는 개인, 기업, 단체와 연계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조성하는 주변확대형이다.

‘관계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6월 발표한 ‘농산어촌 관계인구 현황과 의의’ 보고서를 보면, 농산어촌 관계인구는 향후 정주인구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지역 공동체 사업을 이끌거나 외부에서 지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농산어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어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도시민들도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한 활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농산어촌에 방문하는 실질적 관계인구는 도시민의 19.3%로 추정된다. 부모나 지인을 방문하는 경우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농산어촌 관계인구는 35.3%로 추정되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달 살기 문화가 효과적으로 자리잡는다면 관계인구 활성화를 이끄는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살기가 관계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장기 투숙이 아닌 문화 및 일자리와의 긴밀한 결합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는 체험 기회를 주고 SNS 홍보만 유도할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그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일감을 찾을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근 영도문화도시센터는 오는 7월25일부터 8월23일까지 영도에서 문화 창작을 하며 살아볼 사람을 모집하며, 숙박과 기본소득을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이처럼 해당 지역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외부에 거주하는 도시민이 농산어촌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만큼,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의 빈 집과 임대주택 등을 활용해 머물 공간을 지원할 수도 있다.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 개선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마련도 필요하다. 또한 청년에만 지원을 집중하기보다는 중년층과 노년층, 외국인 등 다양한 이들을 관계인구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비수도권의 기업 유치가 어렵다면, 지역과 기업이 손잡고 공유오피스 및 워크숍 프로그램 운영 등 임직원을 위한 복지를 마련하는 것도 상호 윈윈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