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택소노미 기준에 못 미치는 우리 원전산업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EU 택소노미 기준에 못 미치는 우리 원전산업 “국내 원전, 유럽 2009년 규제조차 충족 못하는데… 윤 정부 무리수”

기사입력2022-07-23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나라의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 원전 인근 30km 주변에 전 국민의 10%가 살고 있다. 사양길에 접어든 세계 원전시장을 외면한 채, 원전을 중시하고 재생에너지를 경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정책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와 어기구, 양이원영 국회의원이 22일 개최한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세계 원전시장 동향과 국내 원전 안전 문제라는 발제를 통해 EU택소노미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우리 정부의 친원전 정책이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실상 탈원전 폐기 선언…유럽 수출 목표는 말잔치

지난 7월5일 윤석열 정부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친원전 정책을 공식화함과 동시에 사실상 탈원전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석 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사건 이전 설계된 원전을 보유한 국내 상황에서 EU택소노미 안전강화 조건까지 추가된 유럽시장에 수출을 목표로 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 2월 유럽연합은 원전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녹색분류체계(EU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EU택소노미의 원전이 포함되는 보안법에는 원전을 포함하는 데 따른 몇가지 세부조건이 있다.

첫번째는 2025년 이후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적용이다. 그러나 세계 원자력계가 70년간 사용해온 지르코늄피폭 핵연료는 TMI,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에서 용융하거나 공기 노출로 산화반응해 화재 및 폭발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원자력계 주도로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고온, 고압, 피폭에 저항성이 큰 핵연료 재료 및 설계를 개발해 왔지만 아직 상용화는 불투명하다. 또한 상용화된다 해도 기존 핵연료 제조공정과 설비를 변경해야 하는 투자위험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두번째 조건은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할 수 있는 국가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과 자금조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핀란드만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부지확보 후 건설중으로 5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OECD회원국 중 가장 낮은 인구밀도에, 국내 한빛원전 단지보다 작은 원전 설비용량을 운영중이다.

또다른 조건은 최적가용기술의 적용이다. 이 규정은 원전 안전과 관련된 주요 사건,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그에 맞는 최신의 가용기술 적용을 요구한다. 911테러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항공기 충돌 대비 안전규제 및 군사적 충돌 이후에 대한 원전 안전대책을 EU택소노미는 요구할 수 있다.

EU택소노미, 소송 이슈로 수년간 무의미해질 수도

석 전문위원은 2050 핵폐기장 운영계획 조건은 당장 건설이 아닌 계획이라는 측면에서 원자력계의 논리 개발로 모면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 및 최신 기술 기준 적용조건은 단기간내 국제 원자력계가 충족시켜야 할 사안으로 난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료=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특히 오스트리아는 EU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포함한 택소노미를 공식 채택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바, 소송이 시작되면 최소 수년의 시간이 소요돼 택소노미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원전을 포함하는 보완법에 대한 투자 시장의 신뢰에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원전, 유럽 2009년 규제조차 충족 못하는데

환경부는 지난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즉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석 전문위원은 K-택소노미는 동유럽 원전수출에도 무의미한 국내 홍보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K-택소노미는 민간투자용 지침이라는 측면에서 100% 정부기관 투자에 의해 진행돼온 국내외 원전사업에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내 원전은 택소노미 이전 유럽원자력공동체 조약의 2009년 규제 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세대 이전의 원전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EPR원전은 항공기충돌 대책으로 이중격남설계, 보조건물들의 격납설계, 노심용융대비 코어캐처까지 설계를 반영한 반면, 국내에서는 신규원전도 격납건물과 보조건물의 벽체 두께를 각각 17cm, 30~60cm 보강으로 일단락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석 전문위원은 최근 윤 정부가 원전 생태계를 위해 신한울 3, 4호기 설비를 조기 발주한 것에 대해 국내 원전의 주력부문은 주조·단조에 집중된 좀비산업이라며, 정밀주조 등 정밀기술한 설비는 일본제강소, 미쓰비시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 전문위원은 신규원전 반복 수주에만 연명하는 주조·단조업계는 구조조정과 해상풍력 구조물 사업 등으로 업종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해상 풍력 사업을 유럽 해상풍역 시장 진출의 기술적 교두보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