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시키는 정부 세제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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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시키는 정부 세제개편안 “대기업, 고액자산가, 고소득자에 편중된 감세 혜택”

기사입력2022-11-08 13:0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벌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위한 긴급행동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김주영·진선미·고용진·이수진,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은 7일 국회에서 ‘법인세 인하, 경제 위기 헤쳐나갈 주춧돌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안이 대기업, 고액자산가, 고소득자에 편중된 감세 기조로 재정건전성 강화나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 확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분배와 고용, 재정건전성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정한 조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위한 긴급행동’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김주영·진선미·고용진·이수진,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7일 국회에서 개최한 ‘법인세 인하, 경제 위기 헤쳐나갈 주춧돌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강 교수는 ‘2022년 법인세제 개편안의 평가와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2022년 정부의 세재개편안을 보면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부자 감세의 기조를 유지한 채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경우, 재정의 재분배 기능과 안정화 기능이 약화돼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화되고, 성장잠재력을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년간 60조원 세수 감소 예상돼=정부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을 앞세워 2022 법인세율구조 개편안을 지난 7월 발표했다. 법인세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법인세 과표구간은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내리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이로써 향후 5년간 총 60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어들고, 서민·중산층과 중소·중견기업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 폭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세의 감세규모는 27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또 소득세 15조7000억원, 종합부동산세 8조1000억원, 증권거래세 7조4000억원, 기타 1조1000억원의 감세가 예상된다.

강병구 교수는 이러한 세수감소 규모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세법개정안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평가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이번 법인세법 개정 명분으로 삼는 중소·중견기업 세금 감면 효과 또한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법상 대기업은 6만8000여개이지만 과세표준구간 3000억원이 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103개 대기업만이 최고세율 인하 혜택을 받게 되며, 이들 103개 대기업이 2조5000억원의 감세 혜택을 받아 전체 법인세 감세의 60%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들 103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경감률은 10.1%로, 나머지 90만개 기업의 경감률 4.2%의 2배가 넘는다. 중소·중견기업에 한정해도 경감률은 9.6%로 103개 대기업보다 낮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부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체계가 다단계라는 점, 명목세율이 국제적 인하 추세와 맞지 않고 높다는 논리로 세율체계 단순화와 최고세율 인하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명목세율이 가장 높다고 해도 초과 누진 과세구조로서 여러 가지 세액공제가 복합적으로 적용됐을 때 실효세율은 낮은 특징을 갖는다.

◇복지국가에 맞지 않는 조세정책=강 교수는 2022년 세제개편안은 낙수효과에 기댄 부자감세를 기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기업, 고액자산가, 고소득자에 편중된 감세 기조는 복지국가의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 조세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하로 투자 및 고용증가 효과는 미미한데 반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상위소득자에게 세제혜택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의 자연증가가 미흡하고 경기대응성 재정지출이 증가할 경우, 감세정책은 관리재정 적자 폭을 더욱 확대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감세가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와 충돌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에 고유한 방식으로 분배와 고용, 재정건전성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조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누진적 보편증세를 통해 공정한 조세체계를 구축하고, 중부담-중복지에 필요한 세수를 확보해야한다고 했다.

재정건전성을 넘어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넓은 세원, 적정세율의 원칙하에 모든 국민이 부담하되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해 조세의 공평성을 높이고, 소득세와 자산세 중심의 세입 확충을 기반으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재정지출 증가에 따라 점차 소비 과세의 확충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