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스타벅스서 아이폰 분실했다”

프린트

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셰익스피어가 스타벅스서 아이폰 분실했다” 챗GPT에 물었더니…미래사회 함께 할 디지털 신인류 챗GPT㊤

기사입력2023-03-08 00:00

최근 뉴스를 보면 쏟아져 나오는 단골 소재가 있다. 바로 ‘챗GPT’다. 대체 어떤 기술이길래 이토록 세간의 화제가 되는 걸까? 실제 챗GPT를 사용하는 방법부터 이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칠 변화와 영향력은 어떠한지,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다각도로 알아본다.

◇사람과 대화할 줄 아는 똑똑한 인공지능=챗GPT란 무엇일까?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부터 풀어보자.

챗GPT에서 ‘챗(chat)’은 ‘이야기를 나누다, 수다를 떨다’라는 영단어다. 즉 채팅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GPT는 Generative(생성하는) Pre-trained(미리 학습된) Transformer(인공 신경망)의 약자다. 풀어서 설명한다면 ‘사전 학습을 거쳐 똑똑한 뇌를 가진 인공지능’이라는 뜻이다. ‘챗’을 붙여 보자. 똑똑한 인공지능이 인간과 채팅을 하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챗GPT가 최근 화제가 된 이유는, 사용자가 묻는 말에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똑한 대답을 내놓는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챗GPT는 테슬라의 CEO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만든 ‘오픈 AI(Open AI)’라는 회사가 만든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3.5는 일종의 버전을 뜻한다. 오픈 AI는 인공지능 정보를 오픈소스해 인공지능의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챗GPT는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먼저 공식 사이트(ChatGPT OpenAI)에 접속하자. 챗GPT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은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데, 구글 아이디를 연동하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으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사이트에 접속해 궁금한 것 질문하면 끝=다음으로 사이트 하단에 기다란 입력 창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구글이나 네이버의 검색창에서 궁금한 것을 치듯이, 챗GPT에서도 똑같이 궁금한 것을 쓰고 엔터 키를 누르면 된다. 챗GPT는 대화형 인공지능이니 “○○ 알려줘” 등의 대화 형식으로 질문하면 되겠다. 챗GPT는 한국어보다는 영어 기반의 데이터를 훨씬 많이 학습했기 때문에 영어로 질문한다면 양질의 답변을 얻기가 보다 쉽지만, 한국어로 질문해도 무방하다. 챗GPT는 질문에 맞는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먼저 아무 질문이나 해 보았다. 예를 들어 ‘사랑해요’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베트남어로 어떻게 하는지 알려 달라고 질문하자 재빠르게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어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질문하니 발음 역시 알려주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사랑해요’라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일이 검색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챗GPT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도 척척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조용필의 노래 ‘바운스’를 신입 디자이너의 애환을 담아 개사해 달라”고 요구하니, 도전과 열정을 다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미래의 희망을 담은 가사를 써 줬다. 시험삼아 연애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했더니 제법 그럴싸한 답변을 줬다.

그 동안 인류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관찰하고 경험하며 스스로 터득하거나 연륜이 있는 어른들에게 질문했다. 이후에는 기록을 하면서 책을 보거나 도서관에 방문했다. 디지털과 인터넷 시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검색 엔진에서 궁금한 것을 찾아보았다. 챗GPT의 등장은 인간이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방식이 한층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인간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된다.

앞서 든 예시와 같이, 검색보다 더 편리하고 더욱 고도화된 답변을 내놓는데다 사용자 친화적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노래 가사를 바꿔주거나 연애편지를 써 주는 것은 기존의 검색 엔진이 미처 제공하지 못했던 기능이다. 그래서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자 “구글이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인공지능이 똑똑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도 공부를 많이 하면 지식이 늘어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심층학습을 하고 성능을 고도화한다. 이를 ‘딥러닝’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정보를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면 고도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챗GPT는 현재 3.5 버전인데, 4.0 버전도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4.0 버전이 나오면 그때는 얼마나 발전된 모습을 보일지 가늠하기 어려울 듯하다.

◇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뻔뻔하게 대답할까=챗GPT가 그렇게 똑똑하다면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챗GPT가 부정확한 정보를 사실인 양 대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산 여행에서 꼭 가야 할 맛집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여러 가게들을 추천해 주었다. 그중 몇 군데가 미심쩍은 듯해 검색해 보았지만, 해당 가게에 대한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챗GPT는 그 가게에서 어떤 음식을 파는지 소개하고, 심지어 부산 전역에 여러 지점이 있다면서 본점의 주소까지 언급했다. 정작 챗GPT가 알려준 주소로 검색을 해 보아도 실제로 그런 가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의문을 제기하니,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맛집이라며,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존에 없는 이야기를 실제인 양 지어낸다는 것이다. 시험삼아 “셰익스피어 아이폰 도난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고 질문했더니, “16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2018년 7월 스타벅스에서 자신의 아이폰을 분실했다”라며, 전혀 말이 되지 않는 답변을 내놓았다. 심지어 해당 사건을 다룬 출처가 어디인지 묻자 거짓으로 지어내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현재 챗GPT(3.5 버전)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만큼, 최신 정보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여기에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인 양 대답하는 문제가 더해지기도 했다.

챗GPT에게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인지 질문했더니 “현재(2023년 2월)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부겸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통령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더니, ”네, 김부겸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무총리입니다”라는 뻔뻔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국무총리도 아니라고 지적했더니, 현재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정세균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챗GPT는 대체 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걸까?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하는데 이 데이터에는 사실과 의견, 거짓 등이 구분되지 않은 채 섞여 있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분류하기란 매우 어렵다. 즉 언어 모델의 구조적인 특성이므로, 향후 버전이 업그레이드된다 하더라도 이 문제를 완전히 방지하기가 어렵다.

◇가짜 뉴스의 범람과 저작권 침해 문제 심각=챗GPT는 잘 활용한다면 다양한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챗GPT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문제는 경계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챗GPT는 잘못됐거나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양 이야기한다. 심지어 없는 출처까지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기에, 챗GPT를 통해 정보를 정확하게 검증하는 것도 어렵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챗GPT가 준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건강이나 의료와 관련해 잘못된 답변을 따른다면 매우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챗GPT가 늘어놓는 헛소리로 가짜 뉴스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챗GPT는 사용자에게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 가운데 답변으로 삼을 만한 정보를 찾아 문맥을 맞추고 내용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사용자의 질문을 답변 제공을 위한 힌트로 삼기도 한다. 여기에는 맹점이 따르는데, 사용자가 의도를 갖고 교묘하게 인물명과 키워드를 넣으면 루머가 생성될 수도 있다. 앞서 예시로 질문했던 ‘셰익스피어 아이폰 도난 사건’도 실제 있었던 사건인 양 대답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챗GPT에서 왜곡된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 우려가 있다.

챗GPT는 잘 활용한다면 다양한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챗GPT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문제는 경계해야 한다. 챗GPT는 잘못됐거나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양 이야기하고, 심지어 없는 출처까지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챗GPT가 늘어놓는 헛소리로 가짜 뉴스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대응하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신문, 방송, 인터넷, 유튜브 등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일컫는다. 미디어가 정보를 전송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챗GPT 역시 미디어로 바라볼 수 있다. 챗GPT가 내놓은 답변은 과연 검증된 내용인지, 출처는 믿을 만한지, 어떤 내용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추론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꼭 필요하다.

가짜 정보 외에 챗GPT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로는 저작권 및 개인정보 침해가 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즉 빅데이터를 학습한다. 그런데 그 수많은 데이터는 다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수많은 자료들의 저작권을 과연 일일이 확인했을까?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를 긁어오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개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고 이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서점가에 챗GPT가 쓴 책도 등장했다. 그런데 챗GPT는 인간 저자처럼 자신만의 의견을 담아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던 수많은 데이터 중 일부를 짜깁기해서 책을 쓴 것인데, 그 데이터에는 자료를 만든 창작자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챗GPT는 저작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챗GPT를 이용한 대필이나 표절이 학계에서 문제가 됐고,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텍스트를 탐지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의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과 법적 장치 마련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